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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왜 이래?" 일본 이발사와의 설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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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왜 이래?" 일본 이발사와의 설전

Ador38 2020. 10. 27. 10:43

[박철현의 도쿄스캔들③] 한국 비난에 묻힌 아베스캔들

  • 민족·국제

박철현(tetsu)20.08.01 11:22최종 업데이트 20.08.01 11:22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식물원 내에 건립된 조형물 '영원한 속죄'의 모습. 사비로 조형물을 제작한 김창렬 원장은 조형물 속 남성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특정한 것은 아니라고 28일 설명했다. 2020.7.28 ⓒ 연합뉴스

 

 
며칠 전 사무실 근처 단골 이발소를 갔더니 내 전담 이발사가 "갑자기 한국 왜 그러냐?"고 물어온다.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 되묻자 그는 강원도 어디 식물원의 소녀상에 절하는 조각상에 관한 뉴스를 봤다면서 일본의 도게자(土下座, 무릎을 꿇고 얼굴을 땅에 파묻는 행동 혹은 사죄)에 대한 인식을 설명한다. 할복보다 급이 약간 낮을 뿐 매우 치욕적인 행위라고 열을 올린다.
 
이발사의 열변 "한국 왜 그러냐?"
 
평소 이런 정치적 분야의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묵묵히 처음부터 끝까지, 때론 흥미롭게 들었다. 그의 이야기가 끝난 후 몇 가지 잘못된 정보만 수정해줬다.
 
무엇보다 그가 그 식물원이 한국정부의 예산으로 조성된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개인이 사적으로 운영하는 식물원이라고 정정해줬다(더욱이 제작자는 아베를 형상화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아무리 그래도 정부가 나서서 그런 건 주의를 줘야 하지 않느냐고 열변을 토한다.
 
순간 그 날 낮에 봤던 <히루오비>라는 일본 와이드쇼 정보프로그램이 떠올랐다. 라쿠고(落語,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본 전통의 예능 장르)를 전문으로 하는 다테카와 시라쿠가 이발사와 비슷한 말을 했기 때문이다. 같은 방송에 출연했던 야시로 히데키 변호사도 한국정부의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발사나 라쿠고를 하는 예능인은 그래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국제변호사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는 유명 현역 변호사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일본사회의 퇴보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여 씁쓸했다.
 
이발사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개인이 자기 돈으로 무엇을 하는 것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스가 관방장관은 이웃 나라의 개인이 한 행위에 대고 용서할 수 없다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썼는데, 정권의 2인자가 그런 말을 한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는가.
 
반대로 생각해 보자. 한국정부가 일본에서 출판되고 있는 혐한 서적이나 헤이트스피치 등에 대해 용서할 수 없다 뭐 그런 표현 쓰나? 이번 건에 대해서도 뉴스가 나온 후 한국정부는 이웃나라에 대한 배려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은 하나도 말하지 않고 방송에 나와서 다들 한국정부만 욕하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드나?"
 
그러자 이발사는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내가 이런 유의 이야기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볍게 말을 꺼냈을 뿐인데 내가 정색하고 꽤 길게 반론하자 놀란 것이다. 이발사는 겸연쩍은 듯 허허 웃었고, 나도 하하 웃어넘기면서 "암튼 한일관계가 좋아져야지"라는 당연한(?) 결론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시켰다.
 
어떻게 보면 이 가벼운 에피소드가 사실 아베 정권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일본사회의 퇴보를 상징하는 게 아닌가 싶다. 권력을 오래 잡고 있으면 썩기 마련이다. 역대 최장수를 기록하고 있는 아베 정권 역시 마찬가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오전 일본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 연합뉴스

 

 
쏟아진 아베스캔들
 
지금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는 아베 정권 스캔들은 '아베노믹스'의 최절정을 달리던 2014년부터 2018년 사이에 일어났던 것들이다.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은 2014년부터 2016년, 가케 학원 스캔들은 2015년부터 2017년에 걸쳐 발생했다. 2017년은 이 두 스캔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시기일 뿐 실제로는 그 이전에 행해졌다. 그리고 후생노동성의 통계부정 및 공적서류 날조가 2018년,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이 2015년부터 2019년에 걸쳐 진행됐다.
 
[관련기사 - 기미가요 부르는 극우유치원, 사람 죽인 '아베 기념 소학교' http://omn.kr/1obsx]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가와이 전 법무성 대신을 둘러싼 정치자금법 위반 스캔들은 2019년 참의원 선거가 결정적 계기였지만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2015년으로 봐야 한다. 제 3차 아베개조내각이 발족했을 때 가와이 의원이 내각총리대신 보좌관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배경으로 한, 이른바 '관저 정치'의 힘이 최절정에 달할 때 현역 중의원이면서 아베 총리의 최측근 보좌관으로 활동한 경력이 그를 정치뇌물 스캔들의 중심에 서게끔 만들었다. 검찰청법 관련 스캔들은, 아베 총리 관련 스캔들을 무마시킨 구로가와 히로무 전 도쿄고검장에 관한 것이므로 2013년부터 올해 6월 그가 마작도박 문제로 사퇴하기 전까지 줄곧 진행돼온 스캔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베 정권은 왜 이렇게 스캔들이 많을까. 게다가 스캔들 하나하나의 파괴력도 작지 않다. 예전 같으면 적어도 총리대신직을 사임해야 할 만한 것들이다. 하지만 '포스트아베'라는 단어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나온 것이지 최고 권력자의 스캔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나는 이 모든 문제를 최초의 스캔들인 모리토모 학원, 그리고 거의 동시기에 일어난 가케 학원 수의학과 설치 스캔들을 제대로 추궁하지 못한 언론과 사법기관, 그리고 조금 남아 있던 비판의식마저 아베노믹스의 성공에 취해 잃어버린, 즉 배부른 돼지가 돼 버린 일본국민들 때문이라 본다. 그만큼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은 심각했다. 일단 아베 총리 및 그의 부인이 관여했다는, 눈에 보이는 증거가 차고 넘쳤다.
 
극우단체인 일본회의 오사카 지부 운영위원 겸 이사였던 가고이케 이사장이 책임자로 있던, 당시의 미즈호 구니 기념 초등학교 홈페이지를 보자. '명예교장'인 아베 아키에(아베 총리의 부인)와 히라누마 다케오 전 중의원 겸 '일본회의를 응원하는 국회의원 모임' 회장의 격려사가 가장 첫 머리에 올라와 있다. 이 미즈호 초등학교의 학교법인이 모리토모 학원이다. 이 학원은 시가 14억 엔에 달하는 국유지를 재무성으로부터 1억 4천여만 엔에 구입했다. 구입 과정을 살펴보니 특혜가 존재했다.
 
왜 학교법인에 이런 특혜를 줬을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이 법인이 운영하고 있던 유치원이 극우유치원으로 유명한 쓰카모토 유치원이었다. 새로 구입한 이 국유지 부지에도 극우적 성격의 사립초등학교를 건립하고자 한 것이었다. 당시 홈페이지에 실려 있던 아베 아키에와 히라누마 다케오의 인사말은 다음과 같다.
 

 2017년 2월 당시 모리토모 학원 홈페이지 소개글에 적혀있는 아베 아키에 부인, 가고이케 이사장 , 히라누마 다케오의 취임사 및 격려사. (당시의 모리토모 홈페이지 캡처. 지금은 이 내용 삭제된 상태임) ⓒ 모리토모 학원 홈페이지 캡처

 

"가고이케 선생님의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의에 감명을 받아, 이번에 명예교장으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미즈호 구니 기념 소학원은 우수한 도덕교육을 중심으로 일본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진 줏대 있는 어린이들을 육성하고자 합니다. 그것에 필요한 '의지', '달성감', '프라이드', '용기'가 어린이들의 미래를 활짝 피게 해 각 개개인이 모두 일본의 리더로서 국제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습니다."(명예교장 아베 아키에 내각총리대신 부인)
 
"가고이케 선생. 힘내라! 초등학교 교육, 이건 정말 중요합니다. 유아교육에서 엄청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쓰카모토 유치원의 가고이케 선생이 새롭게 초등학교를 설립한다는 것은 일본에 있어서도 엄청난 낭보입니다. 대성공을 거두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히라누마 다케오 중의원 국회의원)

 
히라누마가 언급한 쓰카모토 유치원은 유치원생들에게 "일본을 나쁜 놈으로 모는 중국과 한국은 마음을 바로 잡아라! 아베 수상 각하 힘내세요!"를 운동회 당시 암기하게 한 동영상이 발각돼 일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또한 이러한 인종차별 교육에 대해 항의하는 재일한국인 보호자에게 유치원 부원장이자 이사장 부인이 직접 "나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싫어요. 당신도 재일동포지만 일본에서 생활한다면 일본의 정신을 계승하세요. 멍청한 소리 좀 하지 말고 정신 차리라는 소립니다.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모리토모 학원이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강연회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일본회의 소속으로, 아베 총리의 측근이라 불리는 햐쿠타 나오키, 사쿠라이 요시코, 다모가미 도시오 등 극우인사들이 대부분이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당시 초등학교 건립 후원금 용지를 발송하면서 정식학교명칭인 미즈호 구니 기념 소학원이 아니라 '아베 신조 기념 소학교'의 건립을 위한 후원금 모집이라고 쓰기도 했다. 이렇듯 아베 일가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한 정황이 뚜렷하다. 일본회의, 극우유치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시세보다 10분의 1 가격에 팔린 국유지, 명예교장, 후원금 용지 등등. 하지만 아베 총리는 2017년 2월 17일 국회에 출석해 "저와 아내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혹시 관여했다고 밝혀지면 총리대신도 국회의원도 반드시 사임하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총리대신이 저렇게까지 강하게, 당당한 태도로 말한다면 그 실상을 조사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재무성은 아베 총리의 저 발언이 나온 지 열흘도 채 안된 2월 26일부터 본격적인 '국유지 매매 결재문서 날조' 작업에 착수했다.


  

 2017년 당시 모리토모 학원이 후원자들에게 기부금 모금을 위해 발송했던 우체국 송금 용지. "매우 죄송한 부탁입니다만 2구좌 이상 기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또한 기부를 해주신 분들에게는 아베신조 기념 소학교의 기부자 명판에 성함을 새기고 표창을 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참고로 1구좌에 1만엔이므로 2구좌이면 2만엔 이상 기부하라는 뜻이다. ⓒ 입헌민주당 후쿠야마 사무소 제공

 

 
사라진 아베
 
해를 넘긴 2018년 3월 2일, <아사히신문>은 재무성의 문서 날조 의혹을 보도했다. 그로부터 닷새 후인 3월 7일 긴키 재무국의 문서 날조를 담당한 직원으로 보이는 아카기 도시오 씨가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문서 날조에 관한 모든 것은 사가와 이재국장의 지시이다. 또한 미나미 긴키 재무국장에 보고를 했기 때문에 그도 알고 있다. 지난 1년간 재무성이 국회답변에서 허위로 가득한 답변을 하는 것을 보고 줄곧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하략)"

 
문서 날조를 담당한 직원의 자살, 그리고 유서 안의 내용이 주간문춘 등을 통해 발표되자 난리가 났다. 연일 모리토모 학원 문제가 일본사회를 뒤덮었다. 일본정부의 처리도 전례를 찾을 수 없이 신속했다. 이미 국세청장으로 승진해 있던 사가와 노부히사가 이틀 후인 3월 9일 전격 사임했고, 12일 재무성은 문서날조가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재무성은 야당 측 국회의원들의 '날조'(改ざん)라는 단어 대신 '변경'(書き換え)이라고 완곡히 표현했지만 아무튼 결재까지 마친 매매관련 문서들, 이를테면 특례신청서, 특례승인서, 임대결의서, 매각결의서 등 전방위에 걸친 문서 내용을 임의로 변경했음을 인정했다.
 
그런데 이 국회 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누구도 아베 총리의 관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때 나온 것이 바로 지금도 널리 쓰이는 '촌탁(忖度)'라는 단어이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의향을 미리 헤아려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움직였다는 말이다. 즉 아베 총리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지시를 내린 것이 아니라 재무성 관료들이 알아서 총리의 마음에 들게끔 일처리를 했다는 말이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관료들이 권력자의 마음을 우선시한다는 것도 커다란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재무성 국회 질의가 끝나고 야당은 (아베 총리와의 연관성을 끝끝내 밝히진 않았지만) 일단 공문서 위반을 스스로 자백한 인사들, 그리고 당시 이 매매에 관여한 재무성 및 긴키 재무국 소속 관료들 38명을 오사카 지검 특수부에 고소한다. 혐의는 배임, 유인 공문서(결재문서) 변조 및 행사, 공용문서 훼손이었다. 그런데 5월 31일 오사카 지검은 전원 불기소 처분을 내린다. 이 조치가 내려지자마자 재무성은 이중 20명을 자체 징계한다.
 
이 검찰 처분에 불복한 고소인단은 다시 검찰심사회에 재조사를 요구한다. 일본의 검찰심사회 제도는 국민들 중 무작위로 11명을 뽑아 검찰관의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사안에 대해 다시 한 번 심사를 하는 것으로, 검찰관의 직무상 허점을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반영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2019년 3월 15일 오사카 제1검찰심사회는 38명 중 혐의가 짙고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되는 사가와씨를 비롯한 10명에 대해서 '불기소부당'이라고 의결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2019년 8월 9일 오사카지검 특수부는 이 10명을 불기소한다. 이로써 모리토모 학원문제를 둘러싼 문서날조 사건에 대해서는 최소한 형사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올해 다시 모리토모 학원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자살한 아카기 도시오의 부인이 국가를 상대로 1억 1천만 엔의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민사소송을 낸 것으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에 관한 형사소송 등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백번 양보해 책임범위 및 관여 여부가 애매모호한 '배임'과 문서 보존 관리법의 해석에 따라 의견을 달리 낼 수 있는 '공용문서 훼손'은 그렇다 치더라도 재무성이 국회에서 스스로 인정한 유인 공문서 변조 및 행사의 불기소 이유에 대해 오사카 지검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결재문서에 불법적으로 변경을 추가해 새로운 증명력이라는 관점에서 검토했지만 변조라고 인정하기엔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정권의 최고 지도자가 거론되고 가장 힘이 센 재무성이 스스로 실토했는데, 한때 도쿄지검 특수부와 더불어 일본의 정의라고 불렸던 오사카 지검 특수부가 딱 이 한 줄로 이 사건을 끝냈다. 기소를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뭘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지금도 이 스캔들이 제대로 규명되었다면 일본사회가 이렇게까지 나락에 빠지진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이 유야무야 되면서 결국 가케학원 스캔들도 어물쩡 넘어갔다. 촌탁의 극치를 보여주는 가케학원 스캔들은 다음 화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최순실 데자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이 본격화되던 2017년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그해 6월에 통과시킨 테러방지법과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로 30%대까지 떨어졌는데 이 때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일본 언론, 특히 TV에 자주 등장했다. 한국의 사상 초유 대통령 탄핵 통과와 조기 대선 등 많은 일본 언론이 이를 다뤘다.

당시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일본인들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을 제대로 아는 일본인은 드물었다. 자기 나라 권력자의 스캔들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서, 법치주의에 따라 평화로운 집회 등을 통해 권력을 잘 교체하고 있는 이웃나라를, 대통령의 비극적 말로니 뭐니 하는 식으로 보도하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서두에 언급한 이발사의, 2년 만에 처음 듣는 이웃나라에 대한 부정적인 정치적 견해를 떠올리다보니 2017년의 데자뷰 같다. 지금 아베 정권은 30%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아베노마스크와 Go to 캠페인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보다 내부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텐데, 정작 시민들은 방송에 나오는 말을 그대로 읊으며 이웃나라에 대한 증오와 악감정을 키우고만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  기미가요 부르는 극우유치원, 사람 죽인 '아베 기념 소학교'

[박철현의 도쿄스캔들2] 모리토모 학원 사건

20.07.16 17:37최종 업데이트 20.07.16 17:37

 

 

 코로나19 긴급사태 전면해제를 선언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2020.5.25 ⓒ 연합뉴스

 

 
'포스트아베'라는 단어는 코로나19 정국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아베 신조 총리 다음은 누가 되겠는가라는 말은 더 이상 아베 총리에게 일본을 맡길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국가라면 3년 전에 '포스트아베'가 나왔어야 했다는 의견도 속속 등장한다.

경산성 관료 출신의 저널리스트 고가 시게아키는 "일본의 사법 및 언론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2017년 아베 신조는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했다"고 말한다. 게이오대학 가네코 마사루 명예교수 역시 "2017년 중의원 선거 결과가 너무 압도적이었다"고 자책한다. 고가가 말하는 '2017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아베 총리의 대표적 스캔들, 모리토모 학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의미한다. 하지만 가네코 교수의 언급대로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모리토모 학원의 미즈호 구니 기념 소학원 교사 건설 당시의 모습. 2017.2.15 ⓒ 중의원 후쿠시마 노부유키 사무소

 


아베 총리는 그 해 중의원을 총해산 시킨 후 중의원 선거를 실시했다.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은 절대적 권한인 내각해산권과 각료임명권을 이용해 정국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간다. 2017년 아베 총리는 그 중 하나인 내각해산권을 사용했다. 해산의 표면적 명분은 그 해 4월 정한 증세 정책(소비세 8%를 10%로 올리는 것)과 헌법 개정, 원자력 발전소 등의 에너지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묻겠다는 것이지만, 개인적 스캔들을 털고 가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이다.

모리토모 스캔들은 2017년 2월 9일 <아사히신문>의 최초 보도로 그 전모가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신문은 재무성 산하 긴키 재무국이 학교법인 모리토모 학원에 매각한 도요나카시 소재의 국유지(약8770㎡) 매각가격이 토지 감정 가격인 14억 2300만 엔(한화 약 150억 원)의 10%에 불과한 1억 3400만 엔(약 14억원)이었다고 보도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상한 매각이다. 게다가 긴키 재무국은 오사카음악대학이 2011년 이 토지를 넘겨받고 싶다며 7억 엔에 교섭을 진행했지만 그렇게 싼 가격으로는 못 넘긴다고 결렬시킨 바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리토모에 대해서는 특례조항까지 적용시켜 10년간 정기임대 대여를 한 후 나중에 모리토모 학원과 우선적으로 매각협상을 진행하겠다는 파격적인 혜택을 줬다. 실제로 모리토모 학원은 2015년 5월 29일 정식으로 10년 정기임대 계약을 맺고 바로 교사 건설 공사에 착수한다.

일단 10년의 정기임대는 전례가 없었다는 것이 2018년 6월 재무성이 작성한 "모리토모 학원 안건에 관한 결재문서 날조(改ざん) 등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아래는 어떻게 모리토모 학원과의 이상한 거래가 이루어졌는지 일본정부(재무성) 입장에서 다룬 보고서 부분이다.
 

"긴키 재무국은 2013년 6월 공적취득 요망(要望) 접수를 개시했는데, 이때 모리토모 학원으로부터 초등학교 용지로서 취득하고 싶다는 요망이 있었다. 당시 모리토모 학원은 해당 국유지를 즉시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소학교 경영이 안정될 때까지의 기간은 토지를 빌리고 싶으며, 안정된 이후 매수하겠다고 말했다. 미사용 국유지의 매각은 공용 및 공적 이용을 우선하며 3개월간 지방공공단체 및 공익법인 그 외 사업자로부터의 취득 등 요망 접수를 행한 이후 해당 접수기간 중에 이들의 접수가 없을 경우 일반 경쟁입찰에 따라 매각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재무성 이재국이 2001년 3월 30일 재리 제1308호로 정한 통달 '보통재산 대부(貸付)에 관한 사무처리요령'에는 공적 용도로 사용하는 매각을 전제로 한 임대를 행할 경우, 임대기간은 3년까지로 정하고 있다. 또한 이것에 의한 처리가 적당하지 않겠다고 인정될 경우에 특례로서 재무성 이재국장의 승인을 받아 별도의 처리를 행하는 것이 인정된다.

긴키 재무국은 모리토모 학원으로부터의 부탁을 받고 국토교통성 오사카 항공국(원소유주)의 의향을 확인한 후 재무성 이재국과도 상담을 거쳐 모리토모 학원이 3년 이내에 이 토지를 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토지를 정기임대 할 경우 장래적으로는 확실히 매각이 가능할 것이므로 10년간의 사업용 정기임대 계약을 통해 임대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이러한 특례 조치가 내려진 적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일본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무성도 특례를 적용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2017년 2월 24일 중의원 예산 위원회에 출석한 사가와 노부히사 재무국장은 이러한 혜택 부분을 야당의원들이 질의하자 "학교법인 모리토모 학원과 행한 교섭 및 면담 기록은 매매계약 체결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종료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관련 기록들은 전부 폐기했다"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재무성 국토교통성이 공개한 견적 산출 방식 ⓒ 중의원 후쿠시마 노부유키 사무소

 

 
또한 "어떻게 감정가의 10%에 불과한 금액으로 매매가 체결되었냐"라는 야당의원의 질문에 재무성은 "우리의 감정가격은 9억 3200만 엔이었는데 이후 지하매설물 제거에 1억 3천만 엔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고, 그것과는 별도로 추가로 발견된 지하 산업폐기물이 있다고 해서, 이번엔 국토교통성이 견적을 내봤는데 8억 1900만 엔이 나왔다"며 "이 모든 산업폐기물 제거를 모리토모 학원 측이 하겠다고 하니 그 제거 금액을 뺀 1억 3400만 엔이 매매가격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국토교통성의 견적산출 방식. 전체 면적의 60%인 5190평방미터 지면 매설물을 제거하는 것에 10억엔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쓰여 있다. ⓒ 국토교통성 홈페이지

 


해당 매매 국유지 절반 정도에 불과한 1500평 분량의 지하매설물 제거에 도합 10억 엔이나 들어간다는 사실도 믿기 어렵지만, 아무튼 이 때 야당의 맹렬한 공세를 잘 받아낸 사가와 노부히사는 같은 해 7월 국세청장으로 승진한다.

그런데 왜 모리토모 학원은 지금까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각종 혜택을 받고 있었을까? 그리고 이 국유지 매각문제가 왜 아베 총리의 스캔들로 이어질까?

아베와의 연결고리

그건 바로 이 모리토모 학원이 운영하는 유치원과 새롭게 만들려고 했던 '미즈호 구니 기념 소학원'이라는 이름의 사립초등학교, 그리고 이 학교법인의 이사장인 가고이케 야스노리 때문이다.

모리토모 학원은 2011년까지만 해도 유치원 운영만 가능한 소규모 학교법인이었다. 그리고 모리토모 학원이 운영했던 유치원이 바로 그 유명한 '쓰카모토 유치원'이다. 애국심을 강조하면서 기미가요를 부르게 하고, 또 아이들에게 "아베 총리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외치게 한다거나, 혐한·혐중 감정을 공공연하게 주입시켜 한국 언론에도 소개된 바 있는, 이른바 극우 유치원이다.

모리토모 학원은 2011년 오사카부에 '유치원만 설립할 수 있는 학교법인에도 초등학교 개설을 가능하게 해달라'며 사립 초등학교 설치 인가 기준 완화를 요구했다. 오사카부는 이를 별다른 이유 없이 2012년 4월 받아들인다. 나중에 모리토모 학원 문제가 불거지자 오사카부 교육위원회는 "우리는 당시 교육규제의 완화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모리토모 학원이 그런 (완화) 요구를 해 와서 받아들인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실제로 이러한 완화 요구를 해 온 학교법인은 모리토모 학원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아무튼 모리토모 학원은 2014년 10월 초등학교 개설 인가를 오사카부에 신청했다. 오사카부 사립학교 심의위 정례회의가 공개한 당시 의사록을 보면 심의위원들은 모리토모 학원에 대해 비판적이었음을 잘 알 수 있다. 위원들은 '학원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 '입학인원은 확보되는가?',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이 있는가', '커리큘럼이 걱정이다' 등의 비판적 질의를 쏟아냈다. 이런 질문에 대해 오사카 부의 담당 공무원은 모리토모 학원을 대신해 "학원 측의 재무제표에 첨부된 공인회계사의 서면을 확인했고, 적정하다고 판단한다"라며 위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부금 상황과 입학인원 확보, 교육내용을 추가 보고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이른바 '조건부 인가'를 내렸다.


 

 2017년 1월 30일 오사카부 지사 명의로 나온 모리토모 학원의 초등학교 '미즈호 구니 기념 소학원 설치' 인가 공문 ⓒ 오사카부

 

 
앞서 말했듯이 시기적으로 보면 10년간 정기임대는 2015년 5월 29일에 체결된 것이다. 그런데 오사카부의 소학교 설치 인가는 그보다 훨씬 빠른 2015년 1월 27일에 내려졌다. 이 역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오사카부의 교육기관 설립 기준에 따르면 임대한 부지에 교사를 건설하는 것 자체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리토모 학원은 매매계약은커녕 정기임대 계약조차 안 된 땅임에도 '앞으로 10년간 정기임대 할 것이며 그 안에 매수하기로 다 결정돼 있다'라는 말을 했고, 그걸 해당 관청인 오사카부가 추가적인 몇몇 조치를 취한다면 초등학교를 설립해도 좋다고 한 셈이다. 이런 특혜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대체 왜 재무성, 국토교통성, 오사카부 등은 겉으로 보기엔 별것도 아닌 조그마한 유치원을 운영하는 모리토모 학원에 이런 전례 없는 특혜를 준 것일까. 1년 후인 2018년 3월에 밝혀지지만 재무성은 공문서마저 날조했다. 당시 이 스캔들의 실무담당자였던 아카기 도시오씨는 "이 모든 것은 사가와 이재국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앞서 잠깐 등장한, 국세청장으로 승진한 그 사가와씨 맞다.

이해하기 힘든 의혹과 특혜의 중심을 파고들다 보면 아베 총리의 아내 아베 아키에의 이름이 등장한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2017년 2월 한창 신입생을 모집하던 미즈호 구니 기념 소학원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아베 아키에 명예교장의 인사말이 가장 처음에 나왔다. 또한 중의원 의원이자 당시 '일본회의'의 회장직을 수행하던 히라누마 다케오의 축사도 등장한다.

모리토모 학원의 가고이케 이사장은 일본회의 오사카 지부 이사였다. 모리토모 학원이 기부금을 모집하기 위해 보내는 지로용지에는 미즈호 구니 기념 소학교가 아니라 '아베 신조 기념 소학교'라고 기입돼 있다. 가고이케씨는 주위에 아베 신조에게 기부금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왜 수많은 기관들과 정부 부처가 모리토모 학원에 협조했는지 알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과 스캔들이 터져 나온 가운데 2017년 10월 22일 실시된 제48회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총 의석수 465석 중 284석을 가져갔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획득한 55석에 비교한다면 자민당의 이 수치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일찍이 전후 최강의 총리대신이자 '정치의 신'으로 불렸던 다나카 가쿠에이는 "힘은 숫자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막강한 의석수를 배경으로 아베 총리는 더더욱 폭주했다.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과 동시기에 터진 가케학원 문제가 유야무야된 것도 이러한 선거 결과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가케학원 스캔들 역시 아베 내각 관료들의 촌탁(忖度, 윗사람의 심중을 헤아려 알아서 취하는 행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모리토모 학원 특혜의 배후에 어른거리는 권력의 그림자와 가케학원 스캔들은 다음 화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모리토모학원 #극우유치원 #아베

 

 

***  아베의 몰락... 흥미로운 내부의 속사정

[박철현의 도쿄스캔들1] 포스트아베

20.07.03 08:29최종 업데이트 20.08.29 15:14

 

 

 아베 일본 총리 ⓒ 연합/EPA

 

 
최근 '포스트아베'가 여기저기 등장하고 있다. 불과 6개월 전까지도 아베 신조 총리가 3선 연임까지 총재직 수행이 가능한 자민당 당규를 개정해 한 번 더 총리직을 수행하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나올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입헌민주당 등 야당 세력이 절대적으로 약한 현 정치구조상 자민당 총재가 항상 내각총리대신으로 임명된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트아베'라는 단어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아베 총리로는 무리라는 뜻이다. 그리고 후임 총리대신을 논할 때 반드시 나오는 이름이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성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이다.

포스트아베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 연합/EPA

 

 
일본 언론의 여론조사를 보면 이시바는 그렇다 치더라도 기시다의 지지율은 4~5%에 불과하다. 하지만 후임 총리는 결국 이시바 대 기시다의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시다가 자민당 중견 파벌이자 실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고치카이(宏池会)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이후 자민당의 파벌은 대외적으로 해체 수순을 밟았지만 그 명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2012년 자민당의 재집권 이후 아베 신조 총리와 정반대 성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노다 세이코가 내각의 주요 포스트 중 하나인 총무성 대신(아베 제3차 개조내각)을 역임한 것도 그러한 파벌 배려가 일정부분 작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참고로 대신(장관)은 일본 정치인에게 있어 출세의 상징이다. 젊은 초선 재선 의원들의 파티 등에 참가하면 후원자들이 "우리 선생님도 장래에 대신 한번 하셔야죠"라는 덕담을 종종 건넨다. 한국으로 치면 장관인데 뭐가 그리 대단한가 싶지만, 의원내각제의 특성상 총리대신 바로 밑이 대신이다.

언론들은 편의상 관방 장관을 정권의 2인자로 부르지만 사실 내각해산권과 각료임명권이라는 유이한 권한을 가진 총리대신을 제외하면 대신들은 법적으로는 똑같은 처우를 받는다. 그래서 종종 총리대신은 내각부 특명담당대신 임명권을 통해 자신의 세도 불리고, 견제도 한다. 특명대신은 내각부 소속으로 필요에 따라 내각총리대신이 자리를 만들어 임명한다.

현재 내각부 법제상 '오키나와 및 북방대책 담당대신'과 '금융담당대신'은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 그 외 장관들, 이를테면 기타무라 세이고(北村誠吾) 대신은 '지방창생, 규제개혁, 도시/사람/일 창생담당'이라는 기다란 직함을 수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또 유튜브 플랫폼의 대중화로 일본에서도 국회질의응답을 매일같이 볼 수 있다. 이 응답에서 시청자의 실소를 자아내는 사람들이 여럿 등장했는데, 그 중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임팩트가 컸던 현역 각료를 꼽으라면 모리 마사코 법무상과 바로 이 기타무라 대신을 들 수 있다. 발언 하나하나가 가히 스캔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각의 치부를 드러낸다. 그들이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답할 때 뒷줄에서 듣고 있는 아베 총리, 아소 다로 재무상 등의 표정이 침통해지는 장면은 이미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왜 저런 자격미달인 사람들이 일본을 이끌어가는 중추적 역할인 대신 직을 수행하는지 궁금해 한다. 여기에는 서두에서 언급한 파벌 배려와 함께 당내 연공서열과 당선횟수, 그리고 지역 고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 반드시 여성 대신을 한두 명 넣는 것도 관례가 되었다. 이 전통은 다나카 가쿠에이의 장녀인 다나카 마키코 전 외무대신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성 장관 ⓒ 연합/EPA

 

 
자격미달 대신들, 두 인물의 부각

다나카는 1993년 첫 당선(니가타 제3구) 이듬해인 1994년 무라야마 내각에서 갑자기 과학기술청 장관으로 임명돼 세간을 놀라게 했다. 아무리 '성'보다 낮은 '청'이라지만 그래도 내각부 직할의 핵심 조직 책임자로 초선 의원이 임명된다는 것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파격적인 인사였다. 이후 다나카는 고이즈미 정권 하에서 외무대신 직을 수행했고, 이 이후부터 내각 인사 시 당선횟수는 좀 부족하더라도 여성 정치인을 한두 명 넣는 관례가 정착됐다.

지금 일본을 이끌고 있는 '제4차 아베 제2차 개조 내각'(2019년 10월 발족)의 각료진을 살펴보면 여성 대신이 두 명 들어가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과 위에서 언급한 모리 마사코 법무상이다. 다카이치 의원은 당선횟수 8회, 의원경력 28년의 초베테랑인 반면 모리 법무상은 불과 3선 의원에 변호사 등록을 하긴 했지만 사실상 금융청 관료 출신으로 지금까지 맡은 직책들을 봐도 법무상을 할 만한 이유가 거의 없다. 그랬던 그가 내각의 5대 요직 중 하나인 법무상에 전격 발탁된 것은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이 코너를 통해 언젠가는 등장할 구로가와 히로무 전 도쿄고검장과 아베 신조에 얽힌 스캔들과 일정한 연관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아무튼 앞서 말한 기타무라 대신이 바로 이러한 파벌 배려(기시다 파), 지역 고려(나가사키 현), 당선 횟수(7선)에 딱 들어맞는 인선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오사카 출신에 중의원 8선 의원 다케모토 나오카즈(79) '글로벌재팬, 지적재산전략, 과학기술정책, 우주 정책, 정보통신기술정책 특명담당대신'이다. 그는 일본의 인장(도장)제도 및 문화를 지키는 의원연맹 회장이라는 특이한 이력 때문에 화제의 중심이 됐다. 일본의 IT정책 핵심 사업 중 하나가 '전자결재'의 시급한 도입인데 그러한 사업을 총괄하는 수장이 도장 문화의 전통을 지키자는 연맹의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보통의 상식이라면 이해되지 않지만 이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특명담당대신은 총리대신이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다. 현실 정치인의 현실적인 가장 큰 출세는 대신이다. 총리는 정치인의 이 욕구를 이용해 세를 불리거나 라이벌을 견제한다. 최종적으로 파벌, 지역, 당선, 성별 등을 고려해 임명한다. 모리 마사코, 기타무라 세이고, 다케모토 나오카즈 바로 이런 연유로 임명됐다.

혹자는 라이벌 견제라는 부분에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대신이 되는 건데 왜 견제인가라는 것인데, 대표적인 케이스로 포스트아베의 유력주자인 이시바 시게루를 들 수 있다. 원래 이시바는 2007년 후쿠다 내각에서 방위성 대신, 2008년 아소 내각에서 농림수산성 대신을 역임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무려 11선으로 아베 신조 총리, 스가 관방장관, 고노 다로 등등 유수의 정치인들보다 당선횟수가 더 많다. 2009년에 당으로 복귀해 당3역 중 하나인 정무조사회장을 맡았고, 2012년에는 당의 넘버투 간사장도 수행했다. 즉 총리대신만 빼고 다 해 본 사람이다.

이러한 유력인사를, 아베 총리는 2014년 제2차 아베 내각 당시 '지방창생, 국가전략특별구역 특명담당대신'에 임명했다. 보통의 조직이라면 좌천도 이런 좌천이 없을 정도로 수모를 줬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견제'로서의 각료임명권이다. 이시바는 이후 확연한 반아베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2018년 9월에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해 아베 총재와 전투를 벌여 패배했고 그렇게 사라지나 싶었다.


 

 모리토모 학원에 관한 결재문서 날조에 관한 조사보고서 ⓒ .

 

 
그런데 요즘 이시바 시게루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그것도 유력한 차기총리대신 후보로 말이다. 그 이유는 먼저 2016년 모리토모 학원 이후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 아베 총리의 스캔들, 또 하나는 코로나19를 둘러싼 현 내각의 무능한 대처 때문일 것이다.

'도쿄스캔들'은 앞으로 이 두 가지 이유를 차근차근 정리해 볼 생각이다. 어차피 지금의 아베 정권은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아베 정권이 왜 물러나야만 했는지에 관한 정리된 기록, 그리고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야 한일관계가 좋아질 것인지 예측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쿄스캔들 #박철현 #포스트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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