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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 공무원 범죄, MB 땐 '뇌물'·박근혜 땐 '직무유기'·지금은 '직권남용 시대' 본문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2021.08.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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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공무원 범죄와 수사에도 유행이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수뢰 혐의 입건이, 박근혜 정부 때는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직무유기 혐의 입건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공무원이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 2020’을 보면, 유형별 공무원 부패 범죄 발생 건수(형사입건 수)는 정권마다 차이를 보였다.
연구원은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각급 수사기관이 범죄 사건을 수사하면서 작성·입력한 범죄 발생 건수를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수뢰’와 ‘증뢰(뇌물을 주는 것)’ 등 4대 공무원 범죄 유형으로 나눠 정리했다.
이명박 정부(2008~2012년) 때 가장 많이 입건된 공무원 범죄 혐의는 수뢰로, 연평균 675건이었다. 이어 직무유기 642건(30.5%), 직권남용 492건(23.5%), 증뢰 290건(13.0%) 순서였다.
이명박 정부 때 매년 평균 입건한 공무원 범죄 혐의 약 2100건 중 3분의 1이 수뢰 혐의였다. 특히 정권 말인 2012년에는 수뢰 혐의 입건 수가 859건에 달했다. 수뢰 혐의 입건 수로는 지난 10년 내 가장 많은 수치였다.
박근혜 정부(2013~2016년) 때는 직무유기 혐의 입건 수가 연평균 1039건(36.0%)으로, 수뢰 혐의 입건 수(연평균 619건·21.4%)를 앞질렀다. 직무유기 혐의 입건 수는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처음 900건을 넘어서더니 박근혜 정부 때는 매년 1000건 안팎을 유지했다.
직권남용 혐의 입건도 연평균 907건(31.4%)으로 급증했다. 공무원 부패 범죄의 단골 메뉴였던 수뢰 혐의 입건은 연평균 619건, 증뢰 혐의 입건은 연평균 325건(11.2%)으로 비중이 높지 않았다. 연구원은 “2016년 후반부터 적용된 청탁금지법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된 경우가 여타 공무원 혐의로 인한 입건 수를 압도했다. 2017년부터 통계 자료가 있는 2019년까지 직권남용 혐의 입건 수는 연평균 1664건(41.1%) 이었다. 이어 직무유기 혐의 입건 1413건(34.9%), 수뢰 혐의 입건 686건(17.0%), 증뢰 협의 입건 286건(7.0%) 순서를 보였다.
현 정부 들어 직권남용 혐의 입건 수가 크게 늘어난 데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 등이 영향을 미쳤다. 특검은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모금하도록 강요했다며 직권남용 혐의 등을 적용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대가성과 기업의 청탁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이 여의치 않자 직권남용이라는 우회로를 찾은 것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직권남용 혐의로 대거 기소되기도 했다. 2016년 직권남용 혐의 입건 수는 1040건으로, 직권남용 혐의 입건 수가 한 해 1000건을 넘은 것은 이 때가 처음이다.
지난 3년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건수는 92건이다. 박근혜 정부 4년간 기소된 건수(65건)보다 많다. 국정농단 수사의 열쇠로 기능한 ‘직권남용 혐의’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위법성 여부를 따지는 데 활용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월성원전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을 조작한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형법상 직권남용은 ‘직무 권한을 남용해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다소 모호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정치적 반대파를 단죄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진작에 나왔다.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2007년 헌재 결정에서 직권남용죄가 ‘위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냈다.
그는 당시 “정권 교체가 된 경우 전 정부의 실정과 비리를 들추어내거나 정치적 보복을 위해 전 정부에서 활동한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는 데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학자들은 대법원 판례 등을 통해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되는 요건을 엄격히 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홍익대 법학부 교수)은 “기존에는 잘 처벌되지 않았던 직권남용 행위가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게되면서 고소·고발 등이 전반적으로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며
“직권남용에 대한 입건이 증가하면서 공직사회에도 위법한 지시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위법한 권한 행사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점에서 시민들 입장에서는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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