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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식량안보(농수축산).부존자원.

? 날 갈아엎다니… 가격 폭락, 인삼의 눈물

Ador38 2021. 9. 24. 13:57

조선일보

김충령 기자 - 어제 오후 8:06

 

지난 13일 충북 보은군에서 인삼 농가들로 구성된 ‘대한민국 인삼농업 대책위원회’가 인삼밭을 갈아엎는 시위를 벌였다. 인삼값이 폭락해 키울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지난 7월엔 대책위가 호미 대신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정부세종청사로 몰려가 인삼 가격 폭락에 대한 지원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건강식품의 대명사였던 인삼 가격이 폭락세다. 한국인삼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수삼(750g·10뿌리) 시세는 2만9000원으로 2년 전과 비교해 26.8% 하락했다.

 

하지만 시세 정보에 집계되지 않는 파삼(가공용 원료삼·1kg)은 같은 기간 2만2000원에서 1만1000원대로 반 토막 났다. 파삼은 인삼의 모양이 고르지 않아 홍삼 등 가공용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2000년대 들어 한약 업계에선 “홍삼 때문에 한약이 안 팔린다”는 말이 돌 정도로 인삼 가공식품은 인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외국인 손님이 입국하지 못하는 데다, 국내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건강기능식품이 급성장하면서 인삼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에 외국인 손님 막히고

인삼업계에 따르면 국내 인삼 가공식품 시장 규모는 8000억원 정도다. 이 중 2000억원어치 정도가 면세점 등을 통해 외국인에게 판매되고 있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면세점에서 인삼 관련 제품 매출은 이전보다 70~80% 줄었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는 내국인의 인삼 소비에도 악영향을 줬다. 코로나 초기였던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인삼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유명 브랜드의 홍삼 제품 매출이 오히려 늘었다. 그러나 코로나발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자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소비자들이 결국 건강기능식품 소비를 줄인 것이다.

 

◇'유산균’에 내국인 손님 뺏기고

 

인삼값 폭락이 꼭 코로나 탓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건강기능식품 업계에선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인삼의 인기는 식고 있었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홍삼의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점유율은 34.7%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28.8%로 대폭 줄었다. 같은 기간 유산균 관련 제품의 비중은 11.2%에서 17.8%로 늘며 ‘비타민’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한 건기식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의 취향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홍삼으로 대표되는 인삼 건기식은 2000년대 초반 출시된 제품 유형에서 큰 발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젊은 소비자들이 인삼의 주성분인 사포닌의 쓴맛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홍삼 건기식 제품에 실제 홍삼 함량은 줄어드는 현상도 발생했다. 잔류 농약에 대한 우려로 인삼을 먹지 않는 소비자도 있다.

 

◇”5~8년 뒤 가격 폭등할 수도”

 

이렇게 수요는 줄었는데, 인삼 공급은 꾸준히 늘었다. 인삼 생산량은 2016년 2만386t에서 지난해 2만3896t으로 증가했다. 최근 인삼 생산·방제 기술 등이 발전하며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증가한 것도 가격 관점에선 악재로 작용했다. 고려인삼연합회는 현재 인삼 재고 물량이 2조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삼 농사 자체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인삼 종자의 가격은 평년 약 70만원(6kg 기준)에 거래됐는데, 최근에는 이 가격이 10만원대까지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삼 경작을 위해서는 경작 예정지 지력 관리에 1~2년, 재배에 4~6년이 걸린다.

 

지금 재배량이 급감하면 5~8년 뒤에 가격 폭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황광보 고려인삼연합회장은 “정부가 인삼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보고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수매를 늘리고 판로를 지원해주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 업체들은 “지금의 홍삼 건기식을 넘어서 인삼의 유효성분을 활용한 천연 의약품을 개발하는 등의 근본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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