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은 공직자 가족의 경우 '배우자'까지 해당되기에 아들의 '특혜 입원'이 입증되더라도 법망을 비켜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홍 부총리가 아들 입원을 청탁했고, 실제 입원 순서를 바꾸는 부정 행위가 이뤄졌다면 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번지는 파장 속에서도 여전히 '묵묵부답'인 홍 부총리의 행보 배경엔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경찰은 홍 부총리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해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홍남기 아들 '특혜 입원' 논란…실제 처벌 가능성은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홍 부총리와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홍 부총리의 아들(30)은 지난달 24일 오전 다리 발열과 통증으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1차 진료 결과 응급 상황은 아니라는 진단을 받고 환자 등록이 취소됐다. 하지만 홍 부총리와 김 원장의 전화 통화 뒤 같은 날 오후 서울대병원 1인실 특실에 2박 3일간 입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일었다.
관건은 이 같은 행위가 실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이 청탁금지법 위반이지만, 입증까지 여러 난관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청탁금지법상 적용 대상인 공직자에서 가족 범위는 '그 배우자'까지 한정돼 있다. 이번 홍 부총리 사안의 경우 '아들'이 특실 입원이라는 편의제공을 받았더라도 청탁금지법 적용이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배우자 외에 가족이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 공직자 등이 직접적으로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여기서 금품 등 수수는 편의제공과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이 모두 포함된다"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킬 만한 사건이지만 처벌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직권남용과 업무방해죄 역시 면밀히 따져봐야 할 전망이다. 직권남용에 해당하려면 경제부총리의 직무 범위에 해당되는 지가 관건이지만, 병실 입원을 포함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무방해죄의 경우 위계나 위력을 행사해 업무를 방해했는지 여부가 주요 고려 대상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안은 경제부총리 직무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다만 업무방해의 경우 홍 부총리와 김 원장이 공모해 입원 순서를 위계 등으로 바꿨다고 한다면 적용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만큼 입증이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 측은 기재부를 통해 낸 '설명자료'에서 "(아들) 증상에 대한 걱정이 커 평소 친한 김연수 원장께 여쭙는 전화통화를 한 바 있으나, 병실은 사용료가 높아 남아 있던 특실에 입원한 것으로 안다"며 "(일반환자) 입원 병동은 코로나 환자 병동과 분리돼 있으며, 코로나19 환자 입원이나 병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해당 설명자료 외에 홍 부총리는 사과 등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고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이 같은 행보 배경에는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리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홍 부총리 '묵묵부답'…여론 공분은 갈수록 커져
하지만 홍 부총리가 마냥 처벌을 피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대병원은 공직유관단체인만큼 김 원장의 경우에도 공직자 신분이다. 홍 부총리가 공직자인 김 원장에게 아들의 병실 입원을 청탁했다면, 청탁금지법상 '제3자를 위한 부정청탁'이 충분히 성립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이헌 변호사는 "청탁금지법을 만들 때 공직자 신분에 대학병원 의사가 들어갔는데, 그게 바로 병실과 관련한 청탁을 감안한 취지"라며 "홍 부총리 사안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업무방해의 경우에도 입증이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조민지 변호사는 "응급환자를 진료하고 코로나19 감염 환자를 진료하는 게 서울대병원이 갖고 있는 응급실의 주된 업무"라며 "응급하지 않은 환자를 병상에 입원하도록 지시한 부분이 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수 있고, 병원장이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서 직원에게 지시를 했다면 충분히 위력으로 느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처벌 가능성이 성립하기 위해선 홍 부총리와 김 원장의 통화 내용, 김 원장의 실제 지시 여부가 입증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실체적 진실은 경찰 수사를 통해 가릴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 주 중 고발인 조사가 예정돼 있다"며 "아직 수사 초반 단계이기에 혐의 적용 등은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 부총리는 특실은 코로나19 병동과 관련이 없고, 입원비를 모두 납부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여론의 공분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지난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홍 부총리 아들 특혜 입원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요구하고 교육부 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발언자로 나선 서울대병원의 김혜정 간호사는 "평상시에도 의료이용이 어려웠던 저소득층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높아진 병원 문턱을 겪고 있다"며 "그럼에도 비싼 병실을 돈 주고 이용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사람들의 태도는 평소의 특권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