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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은 걸려도 살지만, 스태프는 죽는다"…코로나에 일자리 위협받는 미디어 노동자들

Ador38 2021. 12. 17. 10:52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2021.12.17. 06:00

© 경향신문 일러스트/ 김상민

 

“정말 조심하죠. 혹시 걸릴까봐. 우리는 그냥 잘릴 수 있거든요”

 

신분이 불안정한 미디어 노동자들이 코로나19 5차 대유행의 취약지대에 노출돼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더해 감염시 계약해지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다. 프리랜서 드라마 스태프인 A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이 16일 입수한 한 지상파 〈드라마 제작 용역 계약서〉에는 ‘스탭(스태프)의 질병, 사고,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드라마에 대한 의무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에 제작사는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 케이블 방송의 16부작 드라마 제작 용역 계약서에도 ‘제작사는 스탭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기간 내 업무를 제공하지 아니하거나 업무 제공이 불가능한 경우, 그 시정의 최고를 요청한 날로부터 7일 이내 시정되지 않을 경우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코로나19 확진에 따른 업무 중단은 정당한 사유로 보인다. 그러나 현장 사정은 다르다고 업계 종사자들은 말한다. 김기영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 지부장은 “보통 7일 이상 일을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구조”라며 “코로나가 확산될 때마다 노동자들은 언제든 일터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을 안고 현장에 나간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올해 방영된 지상파 드라마 제작 용역 계약서. ‘질병’ 계약 해지 조항이 담겨있다.

 

대부분 비정규직·프리랜서인 방송작가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19에 확진돼 현장을 떠났다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할 수 있다. 잠시 비운 ‘빈 자리’는 대체 인력이 채운다. 모두가 복귀를 기다려주는 주요 출연진·연출과 달리 작가는 돌아갈 곳이 없다.

 

일부 방송국과 작가 간 체결된 집필 계약서에는 여전히 ‘질병을 이유로 방송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 해고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이 담겨 있다. 이 조항은 ‘코로나 해고’의 명분이 될 수 있다.

 

여기에다 집필 계약상 명시된 계약 기간이 ‘프로그램 종료시’ 혹은 ‘차후 개편시’ 등으로 불투명해 더 쉽게 일터에서 밀려날 수 있다.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은 “계약서상 작가 보호 조항은 ‘해고 4주전 예고 조항’ 뿐”이라며 “현장에서 코로나를 핑계로 작가에 대한 부당한 계약 해지가 이뤄지고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노조 차원에서 부당 해고 사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용직 보조 출연자들도 고군분투 중이다. 보조 출연을 하려면 72시간 이내에 발급된 ‘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백신 접종을 했더라도 PCR 음성 확인서가 없으면 일감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보조 출연으로 생계를 잇는 노동자는 3일에 한번 꼴로 PCR 검사를 받는다.

 

문계순 전국보조출연자노조 위원장은 “많은 보조 출연자들이 코가 헐 정도로 검사를 받아가며 일한다”면서 “일단 확진되거나 격리되면 생계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조 출연자에게 세워진 높은 방역 장벽과 달리 현장 방역은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연자와 연출 등 ‘위력’있는 일부 스태프는 마스크 착용을 꺼리는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방송작가는 “일하면서도 ‘우리가 이렇게 방역 수칙 안지켜도 되나’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며 “프로그램 시작 전 ‘방역수칙을 준수해 촬영했습니다’라는 문구를 보면 웃음만 나온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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