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지의 원형 보존과 한지의 세계화를 이끌 전통한지 생산시설(사진)이 전북 전주시 서서학동 흑석골에 들어섰다. 오는 202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주시는 전통 재료와 방식을 지키며 최상품의 한지를 만들어갈 전통한지 생산시설이 2년여 공사끝에 준공됐다고 3일 밝혔다.
시설은 국비 23억원 등 83억 원이 투입돼 전체 건물 면적 1216㎡ 규모 2층으로 지어졌다.
1층은 국내 최대 규모인 한지 제조공간으로 조성됐다. 초지·도침·건조 등 한지 제조 일련의 과정을 재현해 한지를 직접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다.
2층에는 기획전시실과 사무공간, 야외 공용 공간이 꾸며져 한지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시설은 4월 초 문을 연다.
시는 이 시설을 고품질 한지를 생산하는 새로운 거점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한지 세계화 1번지’로 키울 계획이다.
시는 한지 제조와 체험, 전시 등을 통해 한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 확대해 나가는 한편 장인들과의 협력을 통해 우수 전통 한지 제조 기법을 복원해나갈 방침이다.
특히 시는 이번 시설 구축을 계기로 관련 지자체·전문가·장인들의 협력이 이어지는 만큼 전통 한지 원형 보존과 202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등 한지의 세계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전통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관련 기관, 정치·문화계 등이 협력하는 ‘등재추진단’이 구성됐다. 지난해 11월 전주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전주시, 안동시, 문경시를 비롯한 관련 지자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학술 포럼도 열렸다.
‘전주 한지’는 조선시대 교지와 과거지, 외교문서 등으로 쓰인 종이계의 최고봉이었다. 조선후기엔 전북지역에서 출판된 완판본의 원자재로 이름을 날렸다.
이번 시설이 들어선 흑석골은 과거 ‘한지골’로 불려졌던 전주 한지의 대표 생산지였다.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풍부해 명품 한지 공장이 밀집해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렸다. 1990년대 값싼 중국 선지(宣紙) 탓에 급속도로 사양길로 접어들었지만 이 일대에는 이전까지 전통한지 공장이 30여곳이나 있었다.
서배원 전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이 시설이 관광거점도시 전주만의 독보적인 콘텐츠로 지역 경제뿐 아니라 전주한지 전통보존과 세계화에도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