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원전 6기 중 1기만 가동…2기는 냉각중, 나머지는 이미 가동중단
가동 원전 체르노빌보다는 훨씬 안전…외부 전력체계와 분리된 것이 더 문제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를 공격하면서, 유럽 대륙에 우크라이나발 방사성 물질 누출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번 공격으로 인한 방사성 물질 누출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우크라이나의 원전 의존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공격이 계속되면 원전 시설이 훼손돼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제공: 연합뉴스 러시아군 포격 받은 자포리자 원전
4일(현지시간) 세계원자력협회(WNA)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번에 공격대상이 된 남동부 자포리자 원전을 비롯해 모두 4곳의 원전단지에서 15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이다.
에네르고아톰(Energoatom) 이라는 국유기업이 관리하는 이들 원자로는 모두 가압경수로형 원자로로 러시아산이다. 12기는 1980년대 가동이 시작됐고, 1기는 1995년에, 2기는 2004년에 각각 가동됐다.
이들 원전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생산한 전기출력은 2020년 기준 13조1천70억 와트로, 유럽에서 러시아(27조6천530 와트 전기출력), 프랑스(61조3천700억 와트 전기출력)에 이어 세번째로 크다.
우크라이나의 전체 전력 중 원전의존도는 54%로, 프랑스 일본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독일 디벨트는 지적했다.
이날 유럽 최대 규모이자 세계 10대 원자력 발전소 중 한 곳인 자포리자 원전 경수로에서 400m 떨어진 교육훈련동에서는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불이 나고 2명이 부상했다. 이날 공격으로 자포리자 원전내 원자로 6기 중 1기 옆 건물도 훼손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방사성 물질의 누출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런 상황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유럽 다른 국가들의 우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자포리자 원전만으로도 체르노빌 원전의 6배의 희생자를 낼 수 있다"면서 "러시아군은 탱크를 동원에 직접포격을 했고, 이는 전례 없는 핵테러"라고 지적했다.
© 제공: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자포리자 원전 공격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자로 6기의 안전시스템이 모두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것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자포리자 원전에서는 6기의 원자로 중 1기 만이 약 60%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다. 6기 중 3기는 이미 수일째 가동을 중단한 상태였고, 나머지 3기 중 2기는 추가로 가동을 중단해 냉각 중이다.
자포리자 원전에서 서쪽으로 가면 오데사에서 북쪽으로 170km 떨어진 남우크라이나 원전에서 원자로 3기가 가동 중이다. 러시아군은 현재 남우크라이나 원전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보즈네젠스크 마을로 접근하고 있다고 에네르고아톰 관계자는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러시아군의 진군을 막기 위해 이 마을에 진입하는 다리는 폭파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나머지 원자로는 우크라이나 북서쪽 리브네 원전에서 4기가, 이곳에서 남동쪽으로 180km 떨어진 크멜니트스키 원전에서 2기가 각각 가동 중이다. 이들 두 곳은 당장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을 위치에 있지 않다.
© 제공: 연합뉴스 1986년 폭발 사고 후 콘크리트 방호벽으로 덧씌워진 체르노빌 원전 4호기 원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