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신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2만743명으로 집계된 31일 오전 시청 앞 선별진료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한 달 이상 증상을 겪는 ‘코로나19 후유증’ 환자가 늘고 있다. ‘롱 코비드’ ‘포스트 코로나’ 환자라고도 부른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그간 코로나19 감염자 10명 중 2명이 후유증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로감, 호흡곤란, 건망증, 수면장애, 기분장애 등이 주요 후유증으로 파악됐다. 누적 감염자가 13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앞으로 코로나19 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1000명을 대상으로 후유증 조사를 진행 중으로, 하반기에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침·숨 가쁨·두통…3개월 이상 지속되면 후유증 의심
지난달 25일 격리해제된 양정현씨(34)는 최근까지도 잔기침과 가쁜 호흡에 시달리고 있다. 양씨는 감염 당시 발열·인후통, 숨 가쁨 등의 증상을 겪었으나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감염 일주일 뒤쯤 다른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숨 가쁜 증상은 계속됐다고 한다. 양씨는 “아파트 4층을 수시로 계단으로 오르내렸는데 감염 이후엔 숨이 차 버겁다고 느낀다”며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 코로나 후유증 이야기를 들어서 CT 촬영 등 진단을 받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일주일 전 격리해제 된 유모씨(40)는 “눈이 간헐적으로 충혈되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사람을 대면하는 일이 많은 직업이어서 불편할 때가 있다”며 “백신 3차 미접종자 가운데 이런 증상을 겪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는데, 내가 겪는 눈 충혈 증상도 그 이유인가 싶다”고 했다.
국내 연구진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토대로 코로나19 환자 2만1615명을 대상으로 분석해보니 19.1%(4139명)가 진단 후 3~6개월 사이에 1개 이상 후유증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10명 중 2명은 후유증을 겪었다는 것이다. 인플루엔자 환자와 비교해 코로나19 환자는 기분장애, 치매, 심부전 및 탈모에 대한 상대 위험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경향신문이 31일 서울의 한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받은 ‘코로나 회복 클리닉 내원 환자 현황’을 보면 최근 한 달새 격리해제 후 증상을 보여 내원한 환자는 64명이었다. 이들은 기침(45명), 가래(36명), 피로감(28명), 흉통(18명), 집중력 저하(17명), 편두통·두통(17명), 호흡곤란(15명) 등의 증상을 주로 보였다.
관절·근육통(10명), 어지럼증(10명), 후각장애(9명), 수면장애(8명), 미각장애(7명) 등의 증상도 나타났다. 대개 격리해제 2주 후에 회복 클리닉을 찾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증상발현 이후 3개월부터 최소 2개월 동안 지속되는, 다른 대체진단으로 설명될 수 없는 증상으로 후유증을 정의한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12주(3개월) 이후에도 증상이 있을 때,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감염 시점으로부터 4주 후에 증상을 보일 때 ‘롱코비드’로 보고 있다. 이들 기관에서는 극도의 피로감, 호흡곤란, 기억력·집중력 문제(브레인 포그) 등을 대표 증상으로 꼽았다.
■“후유증 의심될 땐 대면 진료”…당국 1000명 추적조사
국내외 전문가들은 일반 감기처럼 코로나19 증상 지속기간도 개인차가 크다고 말한다. 다만 감염 후 격리기간(7일)이 지난 후에도 증상이 나빠지면 대면 진료를 권한다.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후유증 환자를 진료한 한 의사는 “격리해제 후 발열,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면 폐렴인 경우가 많았다”며 “증상 지속기간은 개인차가 크지만 숨이 차거나, 고열이 3일 이상 지속되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했다.
또 증상이 3개월 이상 호전되지 않고 지속되면 후유증 치료를 권한다. 현재 국내외에서 코로나19 후유증에 특화된 치료가 따로 있지는 않고, 증상에 따라 약 처방 등 대증요법을 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국립보건연구원 중심으로 60세 미만 기저질환이 없는 확진자 포함 약 1000명 대상을 목표로 후유증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하반기에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아 적극적인 치료와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방대본은 올해 2분기(4∼6월)부터 분기별로 연 4회에 걸쳐 국민 항체 양성률 조사도 진행한다. 전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요청에 따라 전국 17개 시·도와 소아·청소년을 포함해 국민 1만명 규모로 항체 조사를 확대 진행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김향미·허남설 기자 sokhm@kyunghyang.com
ⓒ경향신문(http://www.kha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