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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 빙하 녹아 홍수…독일 기업 책임져라” 지구 반대편 소송

Ador38 2022. 8. 1. 11:46

“안데스 빙하 녹아 홍수…독일 기업 책임져라” 지구 반대편 소송

남종영 - 3시간 전
© 제공: 한겨레사울 루시아노 리우야는 빙하가 녹는 게 두렵다. 빙하의 빠른 해빙으로 팔카코차 호수가 넘쳐 그가 사는 곳에 홍수가 나기 때문이다. 저먼워치 제공
 
 
 
기후소송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환경단체 등과 손잡고 어린이와 청소년, 시민들이 벌이는 소송은 국가와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태도에 균열을 내는 중이다. 기후변화에는 크게 세 가지 차원의 불평등이 교차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역사적 부정의(페루)
△기성세대와 미래세대의 세대 간 부정의(한국)
△온실가스 배출로 성장해온 기업의 부정의(네덜란드, 페루) 등이다.

이런 불평등을 대표하는 세계적 소송의 원고들을 만나, 그들이 직면한 부정의와 소송에 나선 이유를 들어봤다. 최근 기후소송의 경향과 쟁점도 함께 조사했다.

사울 루시아노 리우야(41)는 페루 안데스 산맥의 소도시 우아라스에 사는 농부다. 산악가이드 일도 함께 하는 그는 팔카코차 호숫물이 불어나는 걸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수위가 높아진 호수가 마을을 덮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그가 태어나기 한참 전인 1941년 이 지역에 큰 홍수가 난 적이 있다. “당시 도시가 잠기고 수천명이 숨졌어요.” 지난 7월18일 화상으로 만난 리우야가 말했다.

이 지역은 그 뒤 크고 작은 물난리를 겪었다. 인구 5만명의 산간도시에서 홍수가 나는 이유는 빙하 때문이다. 빙하 지역 아래에는 빙하가 녹아 생기는 빙하호가 있는데,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빙하 녹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호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제방이 무너지면 호숫물이 하류를 덮친다. 팔카코차 호수 17㎞ 아래에는 그가 사는 도시가 있다.

도시를 위협하는 것은 호수 수위뿐만이 아니다. 빙하호 자체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코르디예라 블랑카(페루 안데스를 이루는 산맥 중 하나)에 호수가 250개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500개 이상이 됐죠.”

 

© 제공: 한겨레2017년 11월 사울 루시아노 리우야(사진 오른쪽·뒤를 돌아보고 있는 이)가 독일 함 고등법원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단됐다가 최근 재개됐다. EPA 연합뉴스
 
 
 
기후변화는 그동안 유지됐던 지구 시스템의 균형을 흔들었다. 물난리와 물 부족 문제를 동시에 겪는다고 그는 말했다. 제방이 붕괴돼 물이 빠져나가면, 빙하호는 텅 빈다. 농부들도, 수력발전소도 물이 차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는 “최근 몇년 동안 잦은 홍수가 있었다. 반면 물이 없어 농사에 쓸 물을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독일 에너지기업 에르베에(RWE)를 상대로 독일 법원에 소송을 냈다. 에르베에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토대로 책임 비율을 산정해, 제방을 보수하고 홍수경보 시스템을 만드는 등 홍수 예방비용의 0.47%인 2만유로(약 2700만원)를 부담하라는 기후변화 소송이었다.

왜 독일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낸 걸까. “에르베에는 아직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석탄을 때 전력을 생산합니다. 선진국 시민과 달리 우리는 에어컨도 없을 정도로 전기 소비량이 많지 않아요. 기후변화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할까요?”

1심 법원은 그의 청구를 기각했다. 에르베에는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양의 0.5%를 배출했지만, 에센 지방법원은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기후변화 책임을 개별 기업에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 제공: 한겨레페루 안데스산맥의 산간도시 우아라스에서 사울 루시아노 리우야가 빙하홍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먼워치 제공
 
 
 
하지만 2심 분위기는 달라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난 5월 함 고등법원은 9명의 조사단을 이 지역에 보냈다. “단원들이 팔카코차 호수에서 샘플을 채취해 갔습니다. 그것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거 같습니다.”

다른 오염원과 달리 온실가스는 배출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지구적으로 축적돼 시스템을 교란하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일상의 사치는 서구 선진국 국민이 누리지만, 온실가스의 저주는 가난한 나라의 농부에게 돌아간다. 이 또한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리우야의 생각이다.

안데스산맥의 소도시 우아라스와 에르베에의 본사가 있는 독일의 에센은 까마득하게 멀다. 하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를 통해 연결된 셈이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얼굴 한번 보지 않아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된다.

‘기후변화 메커니즘을 모르고 영리활동을 한 것뿐’이라는 기업의 주장은 최근 들어 반론에 부닥치고 있다.

관련 메커니즘이 알려진 1960~70년대 혹은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설립된 1988년부터는 기업이 이런 구조를 몰랐다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때부터는 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는 리우야의 소송을 주목하고 있다. 그가 승소할 경우, 산업혁명 이후 발전한 서구 선진국의 이른바 ‘탄소 메이저’라고 불리는 거대 온실가스 배출기업을 상대로 한 줄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와 인권을 연구하는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이번 소송을 두고 “기후의 과거사 청산 운동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리우야는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소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는 빙하가 녹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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