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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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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or 빈서재

* 긴 여로

Ador38 2007. 7. 10. 23:12

    * 긴 여로

    사랑하는 사람 당신을 만나러 서둘러 갔습니다 사랑이 먼저가서 약속을 받아두었다기에 사랑을 믿고 홀연히 집을 떠나와 낯선 공간, 서러운 시간 직접 약속도 없는 당신을, 마냥 기다렸습니다 가을비는 어둠까지 내리겠다고는 아니했지만 변덕이 죽끓는 세상이라, 하늘도 아니 믿긴지 오래다지요 멋대로 며칠은 올 것 같이 줄기가 굵어져, 튀는 길바닥 빗방울에 스산한 기운까지 온몸을 굳게하여갔습니다 놓치진 않을까, 가리지않게 우산과 고개를 간간히 돌리며 눈이 아파올 때쯤 택시 한대가 내 앞으로 와 섰습니다 무릎께까지 젖은 기다림이 황급히 일어섰습니다 그런데 차문은 열리지 않고 차문의 유리만 조금 내린사이로 당신은 아닌 행선지 묻는 말만 내려놓고는 차는 떠나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과는 만남이란 약속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그냥 절실히 그리운 사람끼리는 약속없이도 만나지는 줄 알았습니다 만나기 쉬움직한 아무 곳이든지 그리움 잔뜩 짊어지고 서 있으면..... 그러나 사실은, 무슨 만남의 장소라는 것 말고는 내가 기다린 장소가 어딘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아니, 아닙니다 그 기다림을 데리고 온밤을 헤메었기에 모른다가 맞습니다 당신이 나에게로 보낸 죽고 못사는 사랑이라고는 안했지만 그 사랑을 믿어 내사랑을 먼저 보냈던 것이고 당신도 당신의 사랑을 먼저 보낼 것으로 알고 사랑하는 사랑끼리 만나면 이 빗속을 뚫고라도 안내하여 올 것으로 그러면 만나지리라는 굳은 신념(信念)으로 나갔던 것이었습니다 불과 얼마전의 일이지만 이렇게 사랑은 무모(無謀)하고 저돌적(豬突的)이게도 하는가 봅니다 내가 살은 지금까지가 그런 것 같습니다 믿지 못하게 하여온 세상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알몸이 된 것처럼, 너무도 크게 추워왔습니다 그리고 서러웠습니다 체념(諦念)이나 후회(後悔)따위 비로서, 깨달으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동안에, 신뢰(信賴)의 백지에 그려놓은 나에게만 보이는 당신 모습도, 당신의 진실도 몇날을 헤아려야만 겨우일 것 같습니다 그러한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도, 가을비가 슬피 울어주었습니다 문득 보니 차도 끊긴 시간으로 밤이어도 밤구실 못하게 환한 도심의 불빛들이 이제사 시작한 벌집인지 개발의 뼈대들이 아플까봐 침묵(沈黙)만으로 도시를 덮어 을씨년스럽게도 오늘이기까지를 그, 사랑이었는지를 한기(寒氣)에는 떨되 찐한 낭만(浪漫)으론 마지막이도록 가을비에게는 밤새 내려주라 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꿈을 꾼 것 같습니다 이 꿈은 순전히 하루하고 반을, 가을비 만을 사랑한 결과로 사흘을 싫컷 앓고서 당신의 체취가 흐르는 곳에 그래도 다녀왔음을 알리고 싶어 힘들게 꾼 꿈인 것 같습니다 흐려지는 눈과 느려지는 맥박이어도 한끗, 원망의 기호 하나없이 그러나, 설레이던 분홍(粉紅)의 마음은 빼고 선물포장을 예쁜 리본으로 마무리 하듯 당신에게는 꼭 혼자꾸는 꿈은 이러하다는 걸 알리고자 하는 꿈이기에 보내는 것입니다 061025. 邨 夫 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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