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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봄이 오는구나 본문

😀 Ador 빈서재

아이야 봄이 오는구나

Ador38 2012. 4. 9. 10:21


봄은 오건만
가파르게 질긴 삶을 
권련 한 개비에다 불붙이고 
이 땅의 주인인 줄도 모르는 백성 하나, 으스름 길 걸어간다
하늘을 향해 긴 연기를 내뿜는 두어 발자국 뒤 
붕어빵 입에 문 아들 
손금을 보고 나오는 아비의 간절함보다 과분한 철학관의 천기누설.....
그랬었지
아비의 아비도 그랬었지
오늘 지게품 팔은 삯으로 산, 희망(希望) 한 짐.....
지금은, 10년 치 지게품 지고 걸어도 하나도 무겁지 않겠구나
이름 석 자 속에 꼭꼭 숨어
삶의 핍박에도, 단 한 번 내다보지도 않는 사주팔자(四柱八字)처럼
아직도 묵묵(默默)한 자화상(自畵像)이 야속하지 않은 것은
이웃이라는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너나없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가슴들이라
다툴 것도, 감출 것도 없는 살붙이들..... 
작아 못 입는, 헤진 아이 옷도 스스럼없이 주고받는
입에 넣는, 죽 한 술마저도 나누어야 한다는 어진 마음 
그 희디흰 인자(因子)만은
세상의 무엇도 어쩌지 못하는 것을, 몸 구석구석에 쌓아왔기 때문이다
살아보니, 가족과 이웃보다 더 따스하고 좋은 건 없었단다
누구에게나 좋은 친구가 되어라
가슴은, 늘 열어놓아라 
외면하지 말아라
보이고 들리는 것, 좋은 것, 궂은 것 
나누고 더하며, 슬플 줄도, 아플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한 가슴에는 무언가로 가득한 부자가 된단다
그것이 바로 행복이란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내려준다하였단다 
코흘리개 입에 문 것을 앗아가는 부자는 아니 된다
보이는 것은 몽땅 가지려는 부자는 아니 된다
지금의 큰부자들을 보아라
염치(廉恥)도 없는 가난한 마음들이니, 오죽하면
가족에게 주는 눈물조차 아까워한다니, 이 얼마나 가엾고 가여우냐
이만하련다 아들아
아 참, 잊을 뻔 하였구나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걸 너에 다시 물리마
초년 고생하면 중년에는, 개나리꽃처럼 활짝 피어날 것이다 
건강하여, 마음 부(富)하게 열심히 살아라
99021204. 冬邨. 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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