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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簡易驛), 그 서투른 이별 앞에서 본문

😀 Ador 빈서재

간이역(簡易驛), 그 서투른 이별 앞에서

Ador38 2012. 4. 16. 21:00

    간이역(簡易驛), 그 서투른 이별 앞에서
    
    일산의 어느 역
    낮은 목소리로 울리는 방송을 들으며 눈을 감았습니다
    이제 내려야 한다며 부축하는 할미 손
    함께, 행복을 일구자는 긴 여행의 약속을 받아주던 손
    그 손등에 검버섯 피어나기까지
    행복이 무언지도 모르며 긴 여행을 동반(同伴)하여온 사람
    오늘은, 눈물에 야위고 복바쳐 가슴이 저려옵니다
    잠시라도
    온전한 몸으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처음 만난 한밭 어느 역 입구의 통나무의자에서 
    자판기 커피일 망정, 무릎 꿇어 두 손으로 받치고
    "그동안 고마웠소, 때마다 당신이 다 옳았소"
    "당신이어서, 더 행복한 여행이었소"
    다음 생에는
    나는 당신으로 태어나 당신만을 위하며 살고 싶소
    그리고, 바람 맑은 보름 밤
    훤히 떠오르는 달에 다
    당신의 목련 닮은 미소와 고운 춤사위 
    아, 한 번도 거스르지 않은 고운 마음, 이 모두 깊이 새겨 놓으리다
    종착역에 내리면 아마도
    기억이 지워져 누구인지 몰라도 서운해 하지 말으오  
    보름달 뜨면 그때는, 이승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보며
    참, 고웁고 고운 사람이라고 흠모의 노래 부르리다
    생각해 보면, 누구나 하는 여행인데
    당신과의 행복한 여행은 짧기만 한 것 같아.....
    장부의 큰 뜻을 품었어도
    그릇이 작음을 깨우칠 때쯤엔 해도 저물었지요
    가족에게도 면목을 잃어 
    산등성이에 올라 울분을 삭이느라
    계곡 거슬러 오는 광풍에
    밤샌 포효(咆哮)는 몇 번이었는지
    통증도 지쳐, 잠시 쉬는 사이엔
    덜 삭은 회한(悔恨)이 짧은 봄 밤을 어지르는데
    삼도천(三途川)인지, 도솔천(兜率天)인지가 다다음 역이라니.....
    더듬어야할 꿈길일망정
    가슴이 기억하는 인연들에도 평안하시라
    감사와 용서를 청할 수 있다면
    이 간이역이 더는 아니 가는, 종착역이어도 좋으련만
    2012.04. 冬邨 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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