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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詩人)이고자 하였던 이를 위하여 본문

😀 Ador 빈서재

* 시인(詩人)이고자 하였던 이를 위하여

Ador38 2013. 4. 14. 15:56



* 시인(詩人)이고자 하였던 이를 위하여 1 시인으로 살려면, 불어오는 흙바람은 피하지 마라 늘, 깨끗하여 바르어라 빈대떡 부치는 냄새에도 곯는 배 인내(忍耐)는 시험을 당하고 개기름 흐르는 금고(金庫) 안에 살라는 유혹(誘惑)에 가끔은 양심(良心)의 눈금도 흔들리기도 하는 골방..... 질겨라, 또 이겨내라 시(詩)는, 그 한 뼘도 안 되는 삶을 깁고, 깁느라 영혼(靈魂)과 싸우는 그, 투지(鬪志)가 흘린 식은땀을 먹고 산다 2 몇 계절을 그러면서도, 몸서리치는 산고(産苦)에 할딱이다 새벽 닭 우는 소리에 미쁜 모습이라도 하나 낳으면 시린 눈물방울들에는, 은근히 댑힌 구들장으로 억장 무너진 가슴엔, 한 줄기 희망으로 울분 삭이지 못한 가슴엔, 토닥이는 어머니 손으로 아킬레스(Achilles’c)건(腱)에 힘, 듬뿍 주어 일으켜 파아란 하늘 노래 흥얼대게 하는 꿈..... 3 시(詩)는 수평선(水平線)이다 못난 곳으로만 기울지 않게 세상(世上)을 고르는 저울이다 시인(詩人)의 눈은, 양심(良心) 그 눈빛이 흐리면, 죽음이다 세상과 흥정하여 양심(良心)을 조립(組立)할 거면, 시(詩)를 입에 올리지 마라 그러한 천심(舛心)으로, 어느 가슴을 기웃거리느냐 시인(詩人)은, 벼슬도 부자도 아니니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채찍 하며 살다가라 하였음이니 인간 양심(人間 良心)의 여행(旅行)을 가로막는 그, 무엇에도 도도(滔滔)히 항거(抗拒)하는 불사조(不死鳥)여야 함이니..... 4 바글바글한 이름들아 등용문을 오른 이무기 누구이더냐 또, 누가 이 등용문 지기들이었더냐 그 아니면 시인이 되지 못 한다더냐 시인의 바탕은 바르고 착한 마음이니, 뜨거운 눈물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했음이니 시를 욕(辱)되게 하지 마라 시인을 욕되게 하지 마라 고운 말, 고운 글을 병신 만들지 마라 팔 다리를 잘라, 너희만 아는 놀이를 하지마라 이름보다, 올곧은 양심의 노래를 불러라 5 살아오며 어둡고 험한 곳에 기꺼이 누워도 보았느냐 심포니(symphony) 깔리는 기름진 식탁에도 앉아 보았느냐 탈진하여, 아픔도 못 느끼는 연옥(煉獄)에도 가보았느냐 그대가 있으므로 하여 눈물이 마르고, 허기진 배를 잊기도 하더냐 발길에 채일만큼 널리고 널린 게 시인이라, 들어는 보았느냐 이 많은 이름들 있어, 세상이 밝아졌다는 소문 들어보았느냐 무엇을 보았기에, 무엇을 느꼈기에 아무 경험도 없는 입만 살은 글들이더냐 6 무리지어 떡고물에 오염된 양심으로 무얼 쓰려느냐 그 손으로, 꽃이 아름답다 노을이 곱다고 쓰고 있느냐 네 아이에게 눈을 보여라 아이에게 보여도 부끄럽지 않으면 아이의 눈에 비친, 바른 삶에서 나온 것이라면 됐다 그래서, 조그만 내 양심은 절필을 하라는 구나 어느 때인가 태생(胎生)이 종자기만도 아니 된 그릇으로 미사여구(美辭麗句) 짜깁기에, 남의 밭에서 훔쳐온 양심으로 낳은 사생아(私生兒) 몇 놈이 아프게 부끄럽구나 7 시인(詩人)은, 조용한 죽음도 버겁다 때 오면 제 몫을 하리라던 희망(希望), 벌써 누런 삼베옷을 입어야 한다면 아방궁 유택(阿房宮 幽宅)을 바랄까, 장엄(莊嚴)한 장송곡(葬送曲)을 바랄까..... 춥지 않게, 흙이나 잘 다져다오 들꽃 몇 송이 벗하게 심어다오 물끄러미, 아지랑이 홀로 상주(喪主)면 어떠리 저승길, 노잣돈도 없는 꾀죄죄한 놈이라 괄시(恝視)받으면 어떠리 가슴이 부자(富者)인 걸 모르는 저승문지기야, 쉬이 지나가게 해다오 다만, 그릇이 작아 세상을 날아오르지 못하였음을 슬퍼하노라 8 첫 삽 뜬 흙과의 마지막 작별은 부디, 분홍빛 도는 미소로 가라 시인(詩人)이고자 했던 관(棺) 속에 누운 이여- 시인이란 명정을 덮지 못하고 이승을 떠난다 서러워 마라 비루먹은 세월로 덮였으나, 맑고자 하였던 눈빛이구나 한때는, 영혼을 팔아 거들먹거리고 싶은 유혹 이 시대의 마지막 양심이고자 칼로 도려냈음을 안다 그대여- 일 년 열두 달 땅을 파도, 늘 찾아오는 보릿고개시절 권모술수로, 피눈물 쥐어짜 바리바리 싣고 온 황금 수레 자서전(自敍傳) 한 권과 바꾸자는 오욕(汚辱)은 걷어찼지 않느냐! 그 기개(氣槪), 바로 양심이 아니더냐! 9 몇 날, 몇 달을 아니, 해가 바뀌도록 다듬고 고르기를 한 자궁(子宮) 한 쪼가리일 망정 파르스름한 반딧불이로, 누군지의 가슴에 살아 있기를..... 또, 이 절절한 소망(所望) 시인(詩人)은 결코, 수신(修身)에 녹녹하여서는 아니 됨을 한 끗, 물욕에 곁눈질한 적 없는 일생이기를 위선(僞善)의 가슴들을 통쾌히 뚫어주는 맑은 바람이기를..... 아..... 영혼을 먹고 사는 맨발의 긴 여정, 누가 쉬이 이 길 위에 오르리..... 10 아- 한 세월, 흙 속에서 썩고 썩어라 그리하여, 어버이에게 물려받은 것만으로 정화(淨化)되거들랑 큰 시인(詩人)이 낳은 시(詩)다운 꽃 한 송이 이 무덤가에 부디 피어나기를 삼가, 오열(嗚咽)로 조상(弔喪)하노라 쉬거라 시인(詩人)이고자 했던 이여- 020212041505. 絶筆을 생각하며. 邨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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