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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 김시습... 김태현 - 고운님 여의옵고... 본문

🌱 Ador 사색. 도서.

단풍 - 김시습... 김태현 - 고운님 여의옵고...

Ador38 2015. 3. 16. 18:25

    단풍

                    - 김시습(金時習·1435~1493)

     

     

    가을은 노을을 잘라내어
    옅은 색 짙은 색 붉은 천을 만들고


    서슬 퍼런 서리는 웬 정이 많은지
    끝도 없이 솜씨를 보인다.

    저무는 낙조 아래로 점점이 불에 타오르고
    이 산 저 산 속에 층층이 화폭이 펼쳐진다.

    몇 줄의 사연은 심사를 구슬프게 만들며
    이런저런 시름 끌고 저녁 바람에 떨어진다.

    깊어가는 가을 향해 조락을 원망하지 말자.
    봄바람은 또 시든 풀숲에서 풀을 엮고 있을 게다.


    紅葉

    秋霞翦作淺深紅
    (추하전작천심홍)
    靑女多情巧不窮
    (청녀다정교불궁)
    點點欲燒殘照外
    (점점욕소잔조외)
    層層如畵亂山中
    (층층여화난산중)
    數行書字悲心事
    (수항서자비심사)
    幾 牽愁落晩風
    (기개견수낙만풍)
    莫向秋深怨零落
    (막향추심원영락)
    東君應又綴殘叢
    (동군응우철잔총)


    [가슴으로 읽는 한시] 단풍


    김시습(金時習·1435~1493)은 청산을 떠도는 비애를 즐겨 읊었다. 단풍을 보면 늘 마음이 설렌다.

    형언할 수 없는 단풍의 아름다움은 가을 하늘을 수놓은 노을의 변신도 같고, 서리의 짓궂은 장난도 같다.


    시선은 단풍잎 하나하나에 머물다가 어느새 산의 위아래로 옮겨간다. 낙엽에는 숨겨놓았던 사연이 몇 줄 쓰여 있는 듯

    아픈 추억을 떠올리면서 어수선하게 바람에 나부낀다.

    그렇다고 이 가을에 너무 조락만을 말하지 말자! 죽은 풀숲 곳곳에서 봄바람은 또다시 생명을 키워내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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