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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석 변호사칼럼] 녹취 잘하는 요령 - 녹취의 모든 것③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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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석 변호사칼럼] 녹취 잘하는 요령 - 녹취의 모든 것③

Ador38 2015. 6. 27. 12:21
[정연석 변호사칼럼] 녹취 잘하는 요령 - 녹취의 모든 것③
정연석 변호사 | 입력 2015-06-02 12:34

[정연석 변호사칼럼] 녹취 잘하는 요령 - 녹취의 모든 것③

비밀녹취는 결국 두뇌싸움… 정당한 목적을 위한 최종적 수단이어야

 

 

1. 녹취의 요령을 설명하기 전에, 정말 마지막으로.


그간 <녹취의 모든 것> 칼럼 ①, ②편을 통해 살펴본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대화 참여자가 비밀녹취를 하면 재판에서 이를 증거로 쓸 수 있다.
- 그러나 비밀녹취를 한 자는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물어줘야할 가능성이 크다.
-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비밀녹취를 하면 증거로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민사상 책임도 져야 한다.
 


「녹취 잘하는 방법이나 요령」이 독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임을 알면서도, 필자로서는 위와 같은 내용을 먼저 다룰 수밖에 없었다. 재차 강조하지만, 비밀녹취는 그다지 바람직한 행위가 아니다. 아무리 대화 당사자가 녹음을 하더라도 불법행위가 될 수 있고, 법을 떠나 상대방의 대화를 몰래 저장해서 다른 곳에 제출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는 크고 작은 인격적 침해를 가져오는 것이다.


아직도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대화 참여자가 녹취하면 합법이잖아?"라는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져있고, 심지어 일부 변호사들조차 의뢰인들에게 혹은 각종 매체를 통하여 "대화 참여자의 비밀녹취는 합법"이라는 잘못된 지식을 설파하고 있다. 추측컨대,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이 가져온 오해로 생각된다. 그러나 명백히, <녹취 결과물을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있다>는 말과 <녹취 행위가 합법이고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라는 말은 전혀 다른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로서는 중대한 권리나 이익을 지켜낼 다른 수단이 없는 경우라면, 부득이 비밀녹취라는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기왕 이러한 수단을 사용하는 상황이라면, 당사자로서는 최대한의 법적, 사실적 효과를 낼 수 있는 녹취의 '요령'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 살펴본다.


(노파심이지만, 만일 <녹취의 모든 것> 칼럼 ①, ②편을 아직 읽지 않았다면 이를 먼저 읽은 후에 아래의 내용을 읽는 것이 '잘못된 선택'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①편 「몰래 녹취해도 법적 효력 있을까」 http://goo.gl/rR2F6p ; ②편 「비밀녹취는 사실 불법이다」 http://goo.gl/n9hdFN 참조).

 

 

2. 녹취, 아티스틱, 성공적.

 

종종 의뢰인들이 필자를 찾아와서는, "변호사님, 제가 이번에 몰래 녹취를 했는데 녹음이 정말 잘 됐습니다. 그 인간이 자기 잘못을 다 인정했어요. 소송만 하면 이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필자가 막상 녹취된 내용을 들어보면 실망스러운 경우가 꽤 많다. 녹취자 혼자 흥분해서 상대방을 몰아세우고 상대방은 미안해하는 것에 그친 경우(사과만족형), 녹취자가 대화 내내 일장 연설을 하면 상대방은 그저 가끔씩 소극적인 대꾸만 한 경우(답정너형), 녹취자가 너무 몸을 사렸거나 상대방이 눈치가 빨랐던 탓에, 정작 핵심적인 얘기는 쏙 빠진 경우(핵심누락형) 등이 가장 흔한 녹취 '실패' 사례들이다. ​

 

 

 

이와 같은 실패를 겪지 않고 비밀녹취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최대한의 법적, 사실적 효과를 내려면 다음의 사항들을 반드시 새겨야 한다.


▶사전준비-1, [녹취로 얻어내야할 진술 내용을 미리 정리하자]. 


녹취는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거나 예상되기 때문에 하는 것일 터이다. 그렇다면 법적 분쟁에서 녹취자가 승리하기 위해서, 녹취로 담아야 할 상대방의 중요한 진술 내용이 무엇인지 반드시 사전에 정리하고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계획 없이 바로 녹취를 하려 하다가는 대화만 길어지고 상대방이 곧 눈치를 채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후술해나갈 녹취의 전체 단계 중, 이 첫 단계만큼은 변호사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 부분은 (1) 분쟁의 내용을 법적으로 분석하거나 예상한 뒤, (2) 해당 분쟁에서 녹취자에게 가장 중요하고 현재 필요한 법적 요건사실이나 증거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3) 일반인인 상대방이 어떤 문장이나 단어를 사용해야 이것이 충족되는 것인지를 완전히 이해하고 정리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한 의뢰인의 대표적인 오해는, "상대방이 미안하다고 사과했으면 끝난 거 아닌가요?"라는 식이다. 물론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폭행 사건의 경우라면 추궁하는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사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혐의 인정의 증거로 꽤 유용할 수도 있지만, 복잡한 민사 계약 사건에서는 단순히 상대방이 사과했다고 해서 법적 분쟁의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가령 사안에 따라서는 해당 계약에서 상대방이 특정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든지, 특정 손해배상 조항의 해석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다든지 등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진술이 필요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데 변호사의 조언이 필요하다.


물론 민형사를 떠나 사안의 쟁점이 매우 단순하다면 변호사의 도움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컨대 '언제 얼마의 돈을 빌렸다'는 정도의 진술만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 전문성이 없는 녹취자도 충분히 목표로 하는 상대방의 진술 내용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목표 진술 내용을 정리할 때는 다양한 형태들로 유연하게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사람의 화법은 다양하고, 단어 하나가 바뀌는 경우 문장의 의미가 여전히 동일할 수도,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정리한 진술 내용과 다소 다르게 진술하더라도 결국 성공적으로 볼 수 있는 형태들을 생각해두는 것이, 긴장감 넘치는 대화 현장에서의 유연한 대처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전준비-2, [상대방의 입에서 말이 나오게 할 기발한 방법들을 강구하자]. 


최근에는 비밀녹취라는 수단이 널리 알려지면서, 당사자끼리 법적 갈등이 이미 심화된 상태에서는 서로가 비밀녹취를 강하게 의심하고 경계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결국 녹취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졌다. 상대가 아예 대화를 거부하거나, 대화를 하더라도 중요한 이야기는 모조리 회피하는 그런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첫째, 법적 갈등이 심화되기 전에 녹취를 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위법행위를 깨닫고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처음 든 그 시점에, 만약 상대방의 위법행위를 입증할 만한 이렇다 할 증거가 아직 없는 상황이라면, 곧바로 상대에게 불만을 표시하거나 추궁을 할 것이 아니라 아직은 평온한 상태인 것처럼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차분히 녹취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신과는 직접적 갈등 관계라서 대화가 잘 되지 않을 것 같다면, 상대방이 아직 신뢰하고 있지만 사실은 내 편을 들어줄 제3자를 설득하여 그로 하여금 상대방과의 대화 및 녹취를 부탁하는 방법을 활용해볼 수 있다. 다소 비겁한(?) 방법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명백히 부당한 침해를 하고서도 뻔뻔한 태도를 보인다면 이런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법들을 활용할 경우에도, 너무 직접적으로 원하는 바를 묻게 되면 상대방이 눈치채고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상대방이 전혀 의심 없이 해당 진술을 하도록 하는 특별한 요령이 필요하다. 그러한 몇 가지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① 필요한 진술과 전혀 다른 주제로 대화 시작하기 : 아직 갈등이 심화되지 않은 상태라 하여도 무언가 잘못이 있는 상대방으로서는 경계심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대화의 시작은 해당 사안과 전혀 상관 없는 캐주얼한 주제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사안과 무관하면서도 이야기 도중에 해당 사안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을 생각해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② 일부러 틀린 사실 진술하기 : 녹취자가 상대방에게 "너 지난 달에 80만원 빌려갔지?"라며 직접적 확인을 요청하는 질문을 하기 보다는, "네가 지난 달에 빌려간 게 100만원이니까.."라는 식으로 일부러 금액을 살짝 틀리게 말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으로서는 발끈하여 바로잡으려는 마음에 "내가 언제 100만원을 빌려갔어? 80만원이지."라는 식으로 진술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고의적인 실수를 통해 오히려 상대방의 실수를 유도하는 방법인데, 미리 준비해두면 의외로 상당히 유용할 수 있는 팁이다.

 

③ 상대방이 관심을 가질 다른 내용 진술하기 : 상대방이 현재 가장 관심 있거나 필요로 하는 부분을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매우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게 된다. 예컨대 녹취자가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렸는데, 사채업자가 1월부터는 높은 이자를 면제해주기로 약속했지만 서면 없이 말로 한 것이어서 갑자기 말을 바꿀 가능성이 큰 사안이라고 하자. 이런 경우 녹취자는 사채업자에게 "저 1월부터 연 25%로 가는 거 맞죠?"라고 묻기보다는, "제 친구 중에 목돈 필요한 사람이 있는데요."라고 대화를 시작해서 사채업자가 눈을 반짝이며 큰 관심을 보이면 "1억 정도 필요한데, 근데 그 친구는 처음부터 연 25%로 해줄 수 없나요? 만약 걔가 저의 경우 1월부터 연 25%로 해주신 걸 알면.."과 같은 식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물론 이 경우에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해당 사실을 명백히 인정하는 진술이 나와야 한다.

 

이처럼 상대방의 진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법은 형사의 수사기법과 유사하다. 혹은 어린 시절 읽었던 탐정 소설이나 만화에 등장하는 "리처드씨, 제가 피해자가 흰색 옷을 입고 있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아셨죠?(두둥-)"와 같은 류의 두뇌싸움 내지 심리전과도 유사하다. 이상 예로 든 것 외에도 방법은 무궁무진할 수 있으니 대화와 녹취를 시작하기 전에 철저히 준비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대화하기

 

살펴본 것처럼 녹취를 잘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더 중요한 것인데, 실제 대화를 하는 상황에서도 물론 주의할 점들이 있다.

 

우선 대화의 감정선은 크레셴도. 추궁의 강도는 처음엔 약하게(필요에 따라서는 강도 0, 즉 아예 추궁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중요한 진술이 확보된다면 조금씩 강하게 추궁을 해나가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추궁의 느낌을 주거나 너무 강하게 몰아붙이면 상대방은 당연히 소극적이 되고 움츠러들 것이다.

 

다음으로 대화 도중 그때 그때 적절한 보완이 필요하다. 확보할 목표 진술을 사전에 잘 정리해뒀다면, 현장에서 상대방의 진술 중 빠져있는 핵심이 무엇인지 바로 바로 파악이 가능하므로, 녹취자가 누락된 부분의 진술을 다시 유도하고, 상대방이 도저히 진술하지 않을 경우에는 녹취자 스스로 진술하여 상대방의 긍정 답변이라도 듣도록 하자. 여기서 주의할 것은, 상대방이 "응. 응."과 같은 식으로 대꾸했다고 해서 언제나 해당 사실을 "인정하였다."로 증명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법원의 판결 중에는, 대화 도중 상대방이 "응."으로 답하였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사실을 확실히 인정한다는 뜻이 아니라 단순히 대화를 이어가는 대꾸 정도에 불과하다고 본 경우도 있다. 다만 대화 전체의 맥락이나 논리를 고려하여 인정될 가능성도 있으니, 상대방이 도저히 해당 진술을 하지 않는다면 이처럼 대꾸라도 들어두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화 상황에 따라 녹취자 자신도 양보할 부분은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라는 것의 기본 구조는 주고 받는 것이어서,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잘못하여 사과하는 자리가 아닌 이상 상대에게도 어느 정도의 대가를 내주어야 필요한 내용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녹취자 자신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인정해버린다면, 애써 녹취한 내용이 오히려 녹취자에게 불리한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어느 선까지 인정하고 양보할 것인지, 절대로 인정할 수 없고 지켜야할 부분은 무엇인지 등에 관한 철저한 계획과 대비가 필요하고, 이런 부분 역시 전문적 해석이 필요하므로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3. 나오며

 

이상 비밀녹취의 요령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녹취의 모든 것> 연재를 마친다. 

 

어찌 보면 이 문제는 '목적과 수단'의 딜레마 문제다. 과연 어느 정도의 '목적'이라면 어느 정도의 '수단'까지 용인될 것인가. 이는 개인 스스로가 각자의 이해관계를 따져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도 비밀녹취는, 누가 봐도 지극히 정당한 목적을 위해서, 도저히 다른 수단이 없을 때, 필요최소한으로 활용되어야할 것이다. 스스로 이런 원칙들을 준수할 때,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올 지도 모르는 사생활 침해나 인격 침해를 온당하게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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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석 변호사

법무법인 정률 / 변호사

leo30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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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무법인(유한) 정률 변호사
  • 기업, 부동산, 건설, 형사 분야
  • (사)서울시 녹색산업협회 법률고문 대표
  • 탤런트 김희선 법률고문 대표
  • 서울대학교 법학과 민법 변호사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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