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오픈 첫날 13만 명 몰려
금융당국이 오랜기간 준비한 금융상품 통합 비교공시 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가 지난 14일 문을 열어 인기몰이 중이다. 금융상품 한눈에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다양한 권역의 금융회사에서 나온 예·적금, 대출, 보험, 펀드, 연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번에 비교해 볼 수 있는 사이트다. 오픈 첫날인 14일 오후 2시30분까지 반나절여 동안에만 총 13만6225명이 접속했다.
이같은 금융상품 통합 비교공시 사이트의 인기는 그만큼 그동안에는 금융상품을 비교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10만 원씩 20년 모으면 매달 199만 원 받는 연금?
문제는 이처럼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비교공시 사이트의 숫자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자는 사이트 공개 이튿날인 15일 오전 연금저축 금융상품을 검색하다 대박 상품을 발견했다. 검색조건을 넣어야 하는 화면에서 40세부터 20년 동안 매달 10만원씩 모아 60세부터 20년 동안 연금을 받는 조건을 입력했다.
300개가 넘는 연금저축펀드 상품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중엔 예상 월연금액이 199만 원을 넘는 상품이 있었다. 매달 10만 원씩 20년을 모으면 결국 낸 돈이 2400만 원이란 얘긴데, 20년 동안 매달 200만 원씩 받으면 받는 돈만 4억8000만 원이다. 20년간 총 2400만 원을 내면 이후 20년간 총 4억8000만 원을 돌려 주는 말도 안되는 '대박 상품'이라는 얘기다.
이밖에 예상 월 연금액이 170만 원이 넘는 상품도 있었고, 150만 원 이상인 상품도 3개나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숫자였다.
◆단순 표기오류 즉시 수정됐지만…
금감원에 확인한 결과 해당 금융사의 입력 오류로 밝혀졌고, 오류는 기자가 문제 제기를 한 이후 즉시 수정됐다.
현재 같은 조건(월 10만 원 씩 20년 납입 후 20년 지급)으로 검색하면 공시되는 연금저축펀드 113개 중 가장 높은 예상 월연금액은 12만5155원에 불과했다.
문제는 어디에 이런 오류가 또 숨어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공시 사이트의 숫자는 각 금융사가 직접 입력한다. 때문에 각 사가 상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수치를 조작해도 이를 점검하고 걸러내기 어렵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시된 숫자는 각 금융사가 입력하게 되는데, 실시간으로 수치가 적정한 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추후에 사이트가 안정된 뒤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 사가 타사의 숫자를 보고 잘못된 부분(실제보다 높게 나온 부분)이 있다면 제보해 올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수치가 계속 유지되긴 어렵다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다.
이처럼 각 자가 스스로의 숫자를 공개하는 사이트로 비슷한 것이 각 주유소의 기름값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게 만든 오피넷(http://www.opinet.co.kr/)이다. 그리고 오피넷 역시 일부 주유소가 입력한 최저가가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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