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 News1 |
대우건설에 대한 인수적격예비후보(숏리스트)들의 실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매각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DB산업은행과 숏리스트간의 가격차이가 큰데다 본입찰 참여 여부도 확실지 않아서다. 일각에서 제기한 '분할' 매각도 건설업 특성상 불가능하다.
산은의 뚜렷하지 못한 매각 방향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헐값 매각은 피한다면서도 신속 매각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렇다보니 대우건설의 새주인에 대한 재무구조나 비전 평가는 빠져 있어 졸속 매각 논란까지 직면하게 됐다.
8일 투자은행(IB)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숏리스트 대상 경영진 면접(PT)과 실무진 질의응답 자리를 내주초부터 순차적으로 갖는다. 숏리스트에 포함된 호반건설,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S), 사모펀드(PEF)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등을 상대로 하루씩 진행된다. 4주간의 실사도 내주 후반 종료되고 2주 후 본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 시가총액 2.3조인데 인수희망가 2조 '미달'… '헐값 매각' 논란
헐값 매각 논란은 호반건설이 써낸 인수 희망가가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산은은 대우건설 지분 50.75%와 경영권의 가치를 2조원 안팎으로 정했다. 산은은 2010년 대우건설의 주식을 주당 1만8000원에 37.16%인 2조1785억원을 사들였고, 이후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총 3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인수 후보들 중 매각 당사자인 산은이 원하는 가격을 예비입찰에 써낸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호반건설은 1조4000억원을 밑도는 가격을 써냈고, 나머지 업체들도 2조원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7일 종가기준 대우건설의 시가총액 2조2735억원에 한참 못 미친다.
IB 관계자는 "호반이 써낸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하고 오로지 시장 가격으로만 대우건설에 접근하겠다는 의도"라며 "M&A 시장에 두각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본입찰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산은은 조속 매각을 염두해두면서도 1조원대는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혈세 낭비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 분할매각 가능성 거론, 업계 "건설업 모르고 하는 소리"
산은이 매각 실패시 지분 분할 매각 등으로 방향을 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총 50.75% 지분 중 경영권 지분(33.34%)을 먼저 매각하고 나머지는 시장 상황을 지켜본 후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또 33.34% 지분 전량을 한 번에 매각하지 않고 일부 지분만 먼저 파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할 매각은 일반 제조업이 아닌 현장을 바탕으로 하는 건설업 특성을 모르고 한 소리일 것"이라며 "대우건설이라는 브랜드의 로열티가 있는만큼 인적분할 매각은 반대가 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중국계 기업에 넘어갈 경우 국내 건설사 기술과 영업 노하우가 유출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하루 빨리 회사를 매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산은과 같은 생각"이라며 "다만 매각 인수 후보의 재무구조나 비전보다는 매각 시기와 가격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산은의 원칙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hj_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