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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소금과 연애 중 본문

🌱 Ador 사색. 도서.

[一事一言] 소금과 연애 중

Ador38 2019. 4. 16. 19:49

[一事一言] 소금과 연애 중

    이해림 '탐식생활' 저자

    발행일 : 2019.03.11 / 문화 A2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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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혈압/뇌졸중/심근경색/신장 질환/위암//소금은/건강의/크나큰 적.'



    고백한다. 나는 소금을 너무나 좋아한다. 전문가들이 저렇게 줄기차게 시처럼 읊어도 나는 이를 잘 믿지 않는다. 고기를 먹을 때도, 회를 먹을 때도 소금을 찍어 먹곤 한다. 간장, 젓갈류의 에두른 짠맛보다 소금의 직격탄 같은 짠맛, 선명한 본연의 짠맛을 더 선호한다. 특히 도미나 오징어 숙성회 같은 맑은 음식을 먹을 땐 짠맛을 더 찾는다. 단맛이 증폭돼서다. 부산 대저의 짭짤이 토마토가 더 달고 맛있는 건 그 안에 짠맛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음식은 싱거우면 맛이 없다. 요리사들이 즐겨 표현하기로 '끝까지 짠 맛'을 나는 몹시 좋아한다. 임계점을 넘은 짠맛은 물론 맛이 없다. 짭짤할 때 맛있다. "그 식당은 간이 심심해서 좋았어요"라는 소리를 들으면 거기서 공짜로 음식을 준다고 해도 거른다. 그런 식당은 대개 싱겁고 밍밍해 맛이 비었고, 그 짠맛의 공백을 채우려고 단맛이나 매운맛 또는 감칠맛을 과하게 쓰기도 해서다.

    수십 종류의 소금을 모아 두고 쓰기도 한다. 번쩍이는 흰색부터 회색, 새까만 것까지…. 갖가지 소금이 그러데이션을 이룬다. 소월길의 개나리색, 협재 앞바다색, 먼지 탄 벽돌색, 나부끼는 벚꽃색, 부엽토처럼 깊은 고동색을 띠는 것도 있다. 굳힌 모양도 제각각. 바삭바삭한 플레이크 모양의 영국 웨일스 소금과 말돈 소금, 동글동글 모래알 같은 프랑스 게랑드 소금도 즐겨 쓴다.


    플레이크 소금은 스테이크 같이 구운 음식의 마지막에 흩뿌려 모양새를 더하고 짠맛으로 날카로운 점을 찍는다. 부드러운 짠맛의 게랑드 소금은 오븐 조리를 할 때 밑간 단계에 사용해 은은히 녹아들게 한다. 한식에는 'ㅎ'으로 시작하는 이름의 정제 소금을 쓴다. 잡맛이 없고 간이 일정하게 밴다.

    마지막으로 공식 입장이다. 내가 밤마다 불 꺼진 방에서 소금을 핥고 있다는 소문은 가짜 뉴스다. 그런 요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소금과는 그저 호감을 갖고 잘 만나고 있을 뿐이다. 부디 예쁘게 지켜봐 주시길.


    기고자 : 이해림 '탐식생활' 저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1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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