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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도 있다? IT와 시니어 산업의 만남

Ador38 2019. 5. 9. 17:33

노인을 위한 나라도 있다? IT와 시니어 산업의 만남

  • AhnLab
  • 2019-05-08

#1. 지난 연휴, 오랜만에 만난 다섯 살배기 손주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려던 J씨(67세)는 뜻밖의 서글픈 기분을 느꼈다. 아이가 평소 자주 찾는다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마침 동네에 있어 함께 손잡고 갔더니 주문을 받지 않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이곳에도 무인 주문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다.


이름도 낯선 아이스크림 종류도 수십 개지만 안경을 고쳐 잡고 화면에 나타난 글씨를 읽고 또 읽으며 원하는 사이즈와 결제 방식을 선택하는 것만도 하 세월이었다. 다행히 기다리는 다른 손님이 없어 덜 초조한 기분이었지만, 손주에게 아이스크림 하나도 제대로 못 사주는 무능력한 노인이 된 기분에 J씨는 씁쓸함을 느꼈다. 

 

#2. ‘젊은이는 앉아서, 노인은 서서’. 매년 설날이나 추석 즈음 고향가는 기차표 예매 때 흔하게 볼 수 있는 기사 제목이다. 모바일을 통해 발권하는 좌석이 전체의 70% 정도에 달하기 때문에 현장 발권밖에 모르는 노인들은 좌석을 예매하지 못 하고 입석으로 올 수밖에 없다는 슬픈 이야기다.



(*이미지 출처:  shutterstock.com)


우리나라 말로 어르신이나 노인을 뜻하는 ‘시니어(Senior)’는 기준이 제 각각이다.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을 시니어라 부르기도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이 돼야 비로소 시니어로 불린다. 

이들은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직장에서 최고의 지위를 누리며 사회를 이끌어가던 세대였지만 은퇴 후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과 IT에서마저도 소외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어르신들 중에서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등 젊은이 못지 않게 IT 문화를 즐기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니어들은 일부에 불과해 대부분은 빠르게 변화하는 IT 환경에 소외되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노년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몇몇 국가에서는 IT를 활용해 시니어 고객을 타깃으로 한 시장을 개척,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세계 각국의 시니어 시장을 살펴보는 한편, IT로부터 소외된 시니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은 없을 지 짚어본다.

시니어 산업이 다시 뜬다, 왜?

우리나라 총 인구는 2019년 기준 5130만명으로, 세계 28위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시니어들의 인구 비율은 세계 평균 9%보다 높은 15%이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970년 3%이던 것이 2010년 11%를 돌파했고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194개국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로는 작년에 50위였는데 올해 45위로 올라섰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으로 28%이다. 오는 205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95%를 넘어서면서 최근 전자상거래, 주식 등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60대 이상의 고령층, 이른바 ‘고령 스마트 컨슈머’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이상 인구 증가율(4.9%) 대비 ‘고령 스마트 컨슈머’ 비율은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오는 2025년이면 시니어층이 전 국민의 2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니어들의 IT 활용이 점차 확대될 것을 고려하면, 이제 기업들도 시니어층을 고객층으로 끌어안지 못하면 장사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여전히 우리나라 시니어들의 IT 기기 사용 능력은 국민 평균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 유럽의 IT 기반 시니어 산업 현황

이 같은 시니어 세대를 잡기 위한 각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대표적인 실버 산업 강국은 일본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인구 고령화를 맞닥뜨렸던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IT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실버 상품을 출시하고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노인들의 인지·반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무디다는 점에 착안, 이를 보완할 센서가 부착된 차량 개발에 나섰다. 스마트폰 QR코드를 통해 길 잃은 치매 환자나 어린이, 반려동물의 위치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일본 내 유명 지도 제작사인 쇼분샤 출판사는 회원제 QR코드 서비스 ‘어서와요 QR’을 출시했는데 치매 환자의 지팡이 같은 소지품에 붙여진 QR코드를 발견자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보호자에게 자동으로 위치가 전송되는 방식이다. 일본 후지쓰가 내놓은 긴급호출 기능을 갖춘 전화 등도 인기다. 

스웨덴의 시니어 전용 스마트폰 제조사 도로는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의 자판 크기를 키우고 단순화시킨 제품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포드는 노인 고객을 잡기 위해 운전자의 심장발작을 감지해 자동차 스스로 안전하게 정지하도록 하는 차량용 시트를 개발했다. 

시니어의 디지털 양극화: IT 소외 vs 실버 서버 

요즘 젊은 세대 못지않게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IT 문화를 즐기는 시니어들도 있다. 이들을 가리켜 ‘웹버족(Webver)’이라 부른다. 웹버족은 웹(Web)과 실버(Silver)의 합성어로 IT 문화에 익숙하고 디지털 라이프를 즐기는 정보화된 노년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인터넷과 노트북,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이 시니어들은 기존의 노인들과는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IT 시니어 액티비즘(IT Senior Activism)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실버라는 단어와 인터넷 서핑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서퍼라는 단어가 결합된 ‘실버 서퍼(silver surfer)’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실버 서퍼는 여가시간이 충분하고 경제력이 있는 50ㆍ60세대가 스마트기기에 관심을 가지고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는 이들을 지칭한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유튜브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건 그 방증이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은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50대 이상의 유튜브 사용시간이 지난해 1월 49억분에서 12월에는 87억분으로 78%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사용자 수는 762만명에서 943만명으로 24% 늘었다. 

실버 서퍼들의 온라인 쇼핑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인 옥션이 연령별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50~60대의 구매량이 2014년과 비교했을 때 135%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60대 이상 고객의 구매량은 5년 새 171%나 증가했다. 경제권을 갖춘 중장년층이 빠르게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면서 실버 서퍼 쇼핑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니어 소비자를 위한 IT,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다면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실버 산업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IT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일상적으로 예매하는 기차표, 버스표, 영화관 티켓, 통장 없는 은행으로 인한 금융업무 등에서 장·노년층의 소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017년 4대 정보취약계층(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장노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노년층의 디지털 역량은 일반인의 6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노년층의 디지털정보화 접근성은 89.9%이지만, 디지털 정보를 활용하는 역량은 일반인 대비 41.0%에 불과해 절반에도 못 미쳤다. 또 일반 국민 대비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65.1%인데 장·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저소득층, 농어민층보다도 떨어졌다.

디지털 금융 소외의 경우 시중은행들이 디지털화를 가속하면서 비대면 서비스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대변되는 금융기술의 발달은 오히려 시니어들에겐 장벽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2017 지급결제보고서’ 에 따르면 모바일뱅킹은 늘어나고 있지만 60대 이상 노년층의 모바일뱅킹 이용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개월 내 모바일뱅킹을 이용한 비율은 전체 조사대상자의 46.0%였는데 50대 이상이 최근 6개월 내에 모바일 지급을 이용한 비율은 26.1%였다. 

시니어층이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75.3점), 안전장치에 대한 불신(72.6점) 등이 높게 나타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미이용의 주요인으로 꼽혔다. 그 외에는 구매절차 복잡(75.6점), 실수로 인한 손실 우려(69.7점), 인터넷 사용 미숙(65.6점) 등이 지적되었다.

특히 모든 항목에서 60대 이상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불편함과 복잡성, 위험 등으로 인한 모바일 금융서비스 거부감이 컸다. 또한 이른바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2019년 1월 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가입자는 카카오뱅크가 0.6%, 케이뱅크는 0.8%에 불과했다.

IT 소외 시니어들의 디지털 교육 확대부터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시니어 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농어민보다도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 계층의 정보화 수준은 58.3%로 가장 낮으며 저소득층은 81.4%로 가장 높고 장애인 70.0%, 농어민 64.8% 순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기관 및 기업을 중심으로 IT 소외 시니어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재 시니어에 대한 디지털 교육이 단순히 스마트폰에서 메시지를 송수신하고 비상호출 요령을 가르쳐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니어 계층에 정책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니어 계층의 디지털 교육을 받은 후 이 교육을 바탕으로 ‘시니어 비즈니스’까지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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