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글 박아름 기자/사진 이재하 기자]
"공민정 연기에 나도 울었다."
지난 10월23일 개봉해 화제 속에 절찬 상영중인 영화 ‘82년생 김지영’ 김도영 감독은 최근 뉴스엔과 인터뷰에서 영화 뒷이야기를 낱낱이 공개했다.
개봉 전부터 젠더 이슈 탓에 말많고 탈많았던 '82년생 김지영'.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와는 달리 영화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쇄도하고 있다. 개봉 전 배우들과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는 김도영 감독은 "내 주변 사람들 반응이라 그런지 다 좋았다.
의외로 40대, 50대 남자들도 재밌게 보시고 굉장히 좋아하셔서 나도 의외의 반응이라 생각했다. 물론 가장 반응이 좋은 건 친구들, 어머니 세대겠지만 남자들 반응도 좋았다. 생각보다 보시는 분들은 많은 생각을 하시면서 보시는 것 같다"며 관객들 반응에 대한 만족감을 내비쳤다.
영화에는 원작 소설과 같이 아이 엄마를 비하하는 단어인 '맘충'이 등장한다. 이는 김도영 감독이 가장 고민을 많이 한 대사 중 하나였다. 김도영 감독은 "그 부분이 사실 영화상으로 클라이막스에 해당된다. 지영이가 어떤 말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욕한 사람한테 욕으로 대접한다는 것보다 더 압도하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다고 현실적이지 않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그 캐릭터가 할 수 있는, 가장 정곡을 찌르는 말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혐오에 맞서야 하는가? 그런 고민을 하면서 대사를 썼다. 버전이 많았지만 마지막에 택한 건 지금 영화에 나온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우리 주변 가족을 되돌아보게 하는 가족 영화 '82년생 김지영'. 김도영 감독 역시 '70년생 김지영'으로서 극중 김지영(정유미) 어머니 '50년생 오미숙'(김미경)을 보면서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털어놨다.
"우리 어머니도 떠올랐고, 우리 고모님도 떠올랐다. 지나치면서 들었던 우리 이모님들이 떠올랐고 주변 사람들 생각이 많이 났다. 그리고 정말 난 누군가의 딸로서 엄만 처음부터 엄마였기 때문에 엄마가 누군가 개인으로 존재한다 생각을 못하고 항상 ‘엄마’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엄마가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모른다. 내가 오롯이 혼자일 때 삶을 못 느끼지 않나. 이 영화를 보고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다. '부모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는 등 주변 분들이 다르게 볼 수도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지영의 엄마로 분한 배우 김미경은 딸의 이상징후를 직접 목격한 뒤 오열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폭발시켰다. 이에 대해 "그 장면을 먼저 찍었다"고 말문을 연 김도영 감독은 "그 장면을 찍고 스태프들이 힘들어했다.
스태프들도 눈물을 흘렸다. 김미경 선배님이 연기를 잘하는 건 알고 있지만 너무 놀랐다. 그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 그리고 너무 좋았다. 국보급 연기자가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드린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어 "일단 굉장히 집중하셨고, 우리도 좋은 기다림이었다. 연기를 하시면서도 확 벗어나긴 어려우실 거다. 근데 바로 털고 일어나고 그러셨다. 너무 좋았다. 끝나고도 스태프들, 지켜본 사람들 모두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도영 감독은 "그런 장면이 영화 곳곳에 나왔다. 다른 배우들도 너무 잘했다. 영화에서는 빠졌지만 언니 김은영 역 공민정 배우가 마지막에 지영이를 안아주는 장면에선 나도 오열하면서 봤다. 그렇게 배우들이 누구 하나 먼저랄 거 없이 너무 잘해주셨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82년생 김지영'은 곳곳에 스타보다는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을 배치해 주변 인물들마저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다뤘다. 김도영 감독은 빈틈벗는 캐스팅에 대해 "그 배우들은 내가 일단 연극계에 오래 있었으니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확보해둔 상태였다.
그리고 아직 많이 나오진 않은 배우들을 쓰고 싶었다. 이 영화가 현실에 붙어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가장 중요한 건 연기력이었다. 연기를 다들 너무 잘했다. 내가 연극계 오래 있었던 것이 장점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도영 감독은 특히 김지영 언니 김은영 역의 공민정에 대해 "독립영화에서 꽤 실력을 인정받으신 분이고 공민정 배우도 오디션을 봤는데 오디션 할 때 내가 울었다. 동생을 안아주는 장면을 쓰면서 그렸던 느낌과 공민정 배우의 느낌이 너무 좋았다.
너무 긍정적이고 '은영이는 이럴거야' 그런 느낌을 줬다. 공민정 배우가 특별히 연기하지 않아도 그런게 풍겨서 좋았다"고 극찬했다.
김도영 감독은 김팀장 역의 박성연에 대해선 "박성연 배우는 대한민국 연기 신들 중 한 명이다. 아직 박성연 배우가 안 떴길래 '넌 나와 함께해'라 했다. 굉장히 가치가 있는, 귀한 배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김도영 감독은 염혜란에 대해선 "염혜란 배우는 연극도 한번 했고 너무 성실하고 좋은 배우다. 알아서 잘 뜨고 있더라. 가치가 있는 배우라 생각했다. 염혜란 배우에게 특별출연 부탁을 드렸다. 작은 역이지만 무슨 역이라도 기쁘다고 했는데 정말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도영 감독은 "구석구석 조목조목 너무 사랑하고 아끼는 배우들이 적절하게 잘해주셔서 나로선 더할나위 없이 기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이들 외에도 사실 같이 하고 싶은 배우들이 많았다. 역할이나 그런 부분들 때문에 이번엔 같이 못했지만 언젠가 다시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바람을 드러내기도.
한편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개봉 후 4일동안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10월26일 기준 81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해 현재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뉴스엔 박아름 jamie@ / 이재하 ru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