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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균 잡는 바이러스가 치료제로 탄생

Ador38 2019. 11. 23. 12:17


세균 잡는 바이러스가 치료제로 탄생

이정아 기자 입력 2019.11.23. 00:50 


 

박테리오파지(주황색)가 세균을 파괴하려고 세균막(초록색)에 앉아 있다. NIH,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제공

세균만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알코올성 간염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알코올성 간염은 잦고 과도한 음주로 인해 간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증상이 심한 경우 60일 이내에 사망할 위험이 50%가 넘는다. 문제는 유일한 치료법이 간 이식뿐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간 이식을 받지 못해 사망한다.

베른트 슈나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알코올성 간염을 유발하는 주범인 특정 장내세균을 찾았다. 그리고 박테리오파지를 주입해 이 세균을 감염시켜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사람마다 장내세균의 종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 세균들은 종끼리 생존 경쟁을 벌이는데, 건강한 사람의 장에는 유익한 균이 우위를  점한다. 하지만 장내 환경이 나빠져 생태계가 깨지면 해로운 균이 우위를 점하면서 장염이나 면역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이 극심한 알코올성 간염을 앓는 환자의 분변을 분석한 결과 건강한 사람에 비해 '엔테로코커스 페칼리스'라는 장내세균이 많이 서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잦은 음주로 인해 장내 생태계가 깨지면서 이 세균이 우위를 점해 병을 유발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이 쥐에게 엔테로코커스 페칼리스를 감염시킨 결과, 실제로 알코올성 간염 증상이 나타났다. 게다가 세균이 분비한 독소가 간세포와 조직을 손상시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폐수처리장에서 엔테로코커스 페칼리스를 분해할 수 있는 박테리오파지를 찾았다. 폐수처리장에는 세균이 많기 때문에, 세균을 감염시키는 박테리오파지도 다양하게 많다. 연구팀은 엔테로코커스 페칼리스에 감염된 알코올성 간염 쥐에게 이 박테리오파지를 주입했다.


박테리오파지를 주입하지 않은 알코올성 간염 쥐와 비교한 결과, 간 손상과 염증이 적게 나타났다. 알코올성 간염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슈나블 교수는 "박테리오파지가 사람 세포나 다른 세균은 건들이지 않고 엔테로코커스 페칼리스만 선택적으로 죽이기 때문에 다른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는다"며 "추후 사람에서도 알코올성 간염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13일자에 실렸다.


유전자 편집으로 특정 세균 공격하는 박테리오파지 연구하기도


박테리오파지로 세균 감염 질환을 치료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1920년대 후반 과학자들은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하지만 박테리오파지마다 표적으로 하는 세균의 종이 다르다는 것이 한계점이었다.


없애고 싶은 세균만을 선택적으로 골라 죽일 수 있는 박테리오파지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1941년 세균을 획기적으로 없앨 수 있는 항생제가 발견되면서 '박테리오파지 치료법' 연구는 사실상 사라졌었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항생제를 오랫동안 사용하면 세균이 항생제를 피해 살아남도록 진화하면서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또 항생제는 해로운 균 뿐만 아니라 유익한 균까지 죽이기 때문에, 오히려 해로운 균이 세균끼리의 경쟁에서 살아남게 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그래서 최근 과학자들은 박테리오파지 치료법에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슈나블 교수팀처럼 특정 세균을 없애는 박테리오파지를 사용하는 치료법도 개발하고 있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등으로 유전자를 편집해 박테리오파지가 특정 세균을 표적으로 삼아 죽이도록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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