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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 패망 직전 일제의 발악…제주도에 진지동굴 448개 팠다 본문
박지호
2021.08.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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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일리노이에 배터리 공장 건설 고려"-美상원의원
한국동굴안전연구소·제주도동굴연구소 현장 확인 보고서 발간
"매몰 등 훼손 심각…원형 복원·보존해 역사 교육의 장으로"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일제 강점기 제주도에서 '옥쇄작전'을 감행하려던 일본군이 구축한 동굴진지가 무려 448개에 달한다는 현장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옥쇄작전이란 일본 본토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깨끗하게 죽음을 택한다는 뜻으로, 일본군은 오키나와 전투에서 10만 명 전원이 옥쇄했다.
© 제공: 연합뉴스 제주 서우봉 해안일본군 동굴진지
한국동굴안전연구소와 제주도동굴연구소는 광복 76주년을 앞두고 '근대전쟁유적 제주도 일본군 동굴진지(요새) 현황조사 및 증언채록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증언 및 제보, 문헌조사 등을 거쳐 현장 확인 조사한 결과 일본군 동굴진지(요새)의 수는 제주시 지역 75곳에 278개, 서귀포시 지역 45곳에 170개로 모두 120곳에 448개다.
이들 가운데 어승생악 복곽진지, 가마오름 주 저항진지, 서우봉 해군 특공대 기지, 섯알오름 전진 거점, 송악산 해군 특공대 기지, 일출봉 해군 특공대 기지, 송악산 지네형 동굴진지 등 7곳 73개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러나 그 외 375개의 동굴진지(요새)는 사실상 방치돼 있다.
패망 직전 일본군은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마지막 거점을 제주도로 선정하고, 제58군 7만4천781명의 병력을 배치하는 '결7호'(決七號)라는 작전명으로 제주도 전 지역을 요새화하는데 사활을 걸었다.
현재는 유명 관광지가 된 성산일출봉을 비롯해 송악산, 서우봉, 삼매봉, 수월봉, 추자도를 비롯한 주요 해안 거점에 동굴진지를 구축했다. 미군 상륙 함정을 공격할 해군 특공대의 소형 함정과 어뢰 등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 제공: 연합뉴스 방치된 송악산 일본군 해안 동굴진지
일본군은 또 제주도 내륙 지역 오름에는 복곽진지, 주저항진지, 전진거점, 위장진지 등으로 전술 용도를 구분해 포병기지, 보병기지, 지원부대와 관측소용 동굴진지, 고사포 진지를 구축했다.
일본군은 현 제주국제공항과 알뜨르비행장 등 4곳의 비행장도 건설했다.
보고서엔 구축 초기 단계에서 멈춰진 동굴진지 공사 현장도 제주시 삼의오름, 저지오름, 체오름, 거문오름 등 10여 곳에서 발견됐다는 내용과 천연동굴 다수도 군사시설로 이용됐던 증거를 발견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보고서는 일제의 동굴진지 구축 과정의 강제노역에 동원됐거나 수탈 등을 직접 목격한 13명이 2004∼2005년에 증언한 내용도 실었다.
© 제공: 연합뉴스 성산일출봉 일본군 진지동굴 내부
윤경도(1934년생) 씨는 12세 때 일본군이 제주국제공항 인근의 도두봉에 진지동굴을 파는 과정을 지켜본 기억을 전했다.
그는 일본군이 진지동굴 굴착 공사를 직접 수행해 내부를 목격하진 못했지만, 공사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화산송이가 외부로 배출됐으며, 유사시 전투지휘를 할 수 있는 지휘본부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도두봉 내 진지동굴 내부가 상당한 규모이며, 그 동굴이 사방팔방으로 뻗어 있고, 바다 쪽으로는 사격을 할 수 있는 총구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윤씨는 해방 이후 주민들이 진지동굴 내부의 갱목과 판자를 뜯어가 출입구가 모두 내려앉았는데 지금이라도 전쟁 유적지로 복원해 평화 교육에 활용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도 했다.
김기선(1928년생) 씨는 16세 때 청년훈련소에 입소해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군수물자를 숨기기 위해 지표면을 3m 깊이로 파내는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고 증언했다.
© 제공: 연합뉴스 제주 성산일출봉 일본군 동굴진지
보고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동굴진지가 많은 것으로 추정돼 전 지역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지질공학, 토목공학, 측량학, 군사학, 역사사회학 등 종합적인 학술조사가 이뤄져 선별된 시설에 대해 전쟁문화유적지로 지정해 원형을 복원하고,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민족적 역사의식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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