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 27일 저녁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A동 마을회관에서 마을 총회를 했다. 도시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시골 자연부락 단위 1년 결산 행사다. 오후 6시 예고된 회의는 20여분 지나 성원이 돼 회의가 시작됐다.
성원보고, 개회, 의사록 서명자 선출, 감사보고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2021년 사업보고와 결산, 2022년 사업계획과 예산안이 박수로 승인됐다.
누군가 22년도 예산안 가운데 마을회관을 임대해 수익을 내기 위한 공사 내역에 에어컨 설치비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꼭 에어컨을 설치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에어컨 없는 집에 누가 들어옴수꽈”라는 다른 회원의 한마디에 회의 진행자 동장은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
A동 결산서상 21년도 총 수입금은 3869만원, 이월금이 2036만원이었으니 순수 수입금은 1833만원이다. 4명이 동 발전기금 320만원을 낸 것이 눈에 띈다.
지출 가운데 마을회관 2층 공사 자부담 1600여만원, 1층 공사비 900여만원이 큰 항목이었다. A동 74가구마다 내야 하는 리 운영비 2만원을 동이 일괄 납부한 148만원은 도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항목이다. 톳 작업하며 간식으로 먹은 음료수와 빵 6만1850원도 적혀 있다.
회의를 마치고 몇 명이 참석했느냐고 동장에게 물었더니 “참석자에게 주려고 50만원 찾아놨는데 6만원 남았어”라고 답했다. 참석자에게 1만원씩 줬으니 44명이 참석한 거다. A동 마을 총회 참석 대상자는 74명이다. 참석자들은 회의 참석비 1만원과 동에서 나눠준 10㎏ 쌀 한 부대씩 들고 즐겁게 돌아갔다.
다음 날 총회가 열린 B동도 일반회계 세입, 세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마을에서 운영하는 어촌체험마을 수입이 1억2600만원, 지출은 8500여만원에 이른다. 수입이 많고 지출도 많아 참석자들의 관심도 많다. 지출 내역을 읽어가던 중 한 주민이 잠수복 29벌, 오리발 16개 205만9000원이라는 항목에서 발을 걸었다.
세부적으로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다른 이들도 웅성거렸다. 감사가 이상 없다고 나서고 다른 운영위원이 총회 전 운영위원회 검토에서 다 보지 않았느냐고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알고 보니 질문자도 운영위원이다. 동장은 다음부터 상세히 적겠다고 하고 겨우 넘어갔다. 사실 총회 첨부자료 마지막 페이지에는 상세항목이 있었다. 어쨌든 뭔가 따지고 싶은 거다.
어촌체험마을 지출 내역 가운데 가장 큰 항목은 해녀인건비로 3850만원이었다. 해녀체험 때 해녀 2명이 체험자들과 동행하는데 그때 해녀들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다. 오전, 오후 두 차례 체험에 동행하고 하루 14만원씩 번다.
여행객에게 즐거운 체험, 마을에 소득, 소라채취 금지기간에 해녀 일자리 창출이다. B동 해녀가 28명이니 지난여름 체험을 한 다섯 달 동안 해녀 1인당 평균 137만원씩 소득이 돌아갔다. 이렇게 잘한 일은 따지지 않았다.
이웃 C동도 예산 규모가 1000만원이 조금 넘는다. C동 마을 총회는 박수치다가 끝났다. 마을 사람들은 말한다. 돈이 많아지면 인심이 사나워진다고.
박두호 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