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만큼 완벽하게 꾸민 영웅상이 또 있을까요. 나폴레옹 궁정화가 다비드의 솜씨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나폴레옹이 탔던 것은 말이 아니라 노새였습니다.
반세기 뒤 이 사실주의 작품에서 나폴레옹은 초라한 노새에 맥없이 앉아 알프스 목동이 이끄는 대로 갑니다. 정복자의 영광과 위세도 한 시절, 지나고 나면 한갓 허망한 꿈입니다.
로마에서는 개선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면 노예들을 시켜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습니다. 승리했다고 우쭐대지 말고 겸허하게 행동하라는 깨우침이었습니다. 해골과 벌레, 시든 꽃과 썩은 음식… 17세기 '바니타스' 정물화도 '메멘토 모리'의 경고를 담았습니다.
그중 하나, 노인이 저녁상 앞에서 은총에 감사하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주인 몰래 식탁보를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정성껏 차린 성찬을 맛보기도 전에 난장판이 될 순간입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실세 측근들에게서 혀가 부르는 화, 설화가 잇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임기 말 사면과 인사에 관한 권성동 의원 발언입니다. 권 의원은 "대통령 최측근 김경수 전 지사를 동시에 사면하려고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남겨뒀다"고 했습니다. 임기를 절반도 못 채운 김오수 검찰총장에게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김 총장이 추미애 법무장관 아래서 차관으로 일한 이래 행적을 놓고 논란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 해도 섣부르고 경박하게 위세를 부리는 점령군 행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당장 인사와 사면은 대통령과 당선인의 첫 회동이 무산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대통령의 인사권과 사면권에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국민소통수석 언급이 청와대 분위기를 대변합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셈이 된 거지요. 그러나 적어도 인사만큼은 신구 권력이 협의하는 것이 순리이고 정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만 해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공공기관장 인사방침을 "임기 말 보은성 알박기" 라고 비판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명박 당선인과 협의해 경찰청장을 임명한 예가 있습니다. 당시 청와대 역시 "새 정부 출범 전 임기가 끝나는 인사는 인수위 의견을 따르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를 나가는 순간까지 인사권을 챙기겠다고 나서는 모습에 국민들은 다시 내로남불의 악몽을 떠올립니다.
이 말에 동의하시기가 어렵다면 과거 스스로 했던 말을 다시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권력을 내어 주는 쪽도, 새로 권력을 잡을 쪽도 그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을 자꾸 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3월 17일 앵커의 시선은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였습니다.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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