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비바람에 내 몸이 파이고, 이는 파도에 내 뜻이 부서져도…" 모진 파도를 이겨내고 갯바위에 붙어사는 생명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따개비는 요지부동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강력한 천연 접착제를 분비해 달라붙은 뒤 단단한 껍데기를 덮어쓰지요. 그래서 자산어보는 "바닷물을 받아들이려고 구멍 열 때를 놓치면, 차라리 가루로 부서질지언정 떨어져나가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질기기로는 소의 힘줄, 쇠심줄만 한 것도 드뭅니다. 예로부터 활에 붙이고 화살에 묶어 명궁을 만들었지요. 그런데 요즘 도가니탕에는 대개 쇠심줄이 많이 들어갑니다.
소 연골, 도가니가 귀해서 섞는 겁니다. 오래도록 푹 고아내면 천하의 쇠심줄도 쫀득쫀득 찰진 별미가 되지요. 그러니 쇠심줄보다 질기고 따개비보다 단단히 들러붙는 존재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법원 안팎에서 사퇴 요구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명수 대법원장이 묵묵부답 지나칩니다. 그런데 어제 중앙선관위에서 비슷한 장면이 재현됐습니다. "거취 표명에 대해서 입장 정리한 게 있을까요" 노정희 선관위원장은 그나마 안팎에서 쏟아지는 사퇴 요구를 침묵으로 뭉개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며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더 잘하겠다"는 말에는 '그동안도 잘해왔다'는 어감이 스며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되짚어보겠습니다. 코로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현장은 전쟁통에도 없던 아수라장이었습니다. 투표지를 쓰레기 봉지와 바구니에 담아 옮겼습니다. 선관위 실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은 유권자들의 항의를 '난동'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도 버티더니 아들의 선관위 이직과 승진 의혹이 드러나자 갑자기 "선거 관리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표를 냈습니다.
위원장은 사전투표가 엉망이 됐는데도 휴일이라며 이틀을 쉬고 월요일에 출근했습니다. 마지 못해 뒤늦은 사과를 했습니다.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들이 사퇴를 요구하는 초유의 사태에도 사무총장만 면직시키고 끝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더 잘하겠답니다. 그런 식으로 계속 잘했다간 선관위 인들 남아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데 말입니다.
당장 걱정은 두 달여 앞으로 닥쳐온 지방 선거입니다. 국민의 신뢰는커녕 내부 신뢰부터 무너졌는데 무엇으로 이 막중한 선거 관리를 지휘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5년간 별스러운 고위 공직자들을 너무 많이 봐 와서 이골이 나긴 했습니다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는 거지요. 3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물러나는 게 도와주는 겁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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