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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가을 코스모스를 위하여 본문
가을 코스모스를 위하여
Ⅰ
옛날도 아주 먼 옛날
코스모스라는 이름으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날
두 가지 빛깔로 왔답니다
선홍의 정열과 순결의 하얀 마음, 그러니까
사랑이 곧, 목숨이라 알고왔지요
이 세상의 사랑을 배울때 쯤엔
내 가슴 하얀 바탕에 빠알간 점 하나 스며오려 하여도
괜히, 다른 가슴들엔 미안하였지요
그랬지요, 하늘 아래 세상엔
순결한 사랑이 없다는 말, 아니 믿었지요
Ⅱ
사랑을 한다는 것이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는 것이
쓸쓸히 메말라가는 천형(天刑)일 줄은 몰랐지요
증오와 허무로, 쓸쓸히 숨져갈 청춘일 줄은 몰랐지요
차마, 스스로는 다 버리지 못하는 증오의 뿌리
사랑한 시간만을 기억하자
이제는 놓아주자 하던 날, 하늘은
조용한 안개비 내려 묻어주었지요
세월 흐르며, 내 누운 위를 무수히 거니는 걸음들
그들도 조용히, 아픔을 묻기 시작하더군요
그들의 슬픔들은 하나같이, 저마다의 색깔로 피어나
아무 계절에나 내 모습으로 하늘거리더군요
결국, 내가 지키던 계절은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Ⅲ
이제는 코스모스에게
가을도 안 지키는 변절자라고는 말아 주세요
바로 당신을, 그리 불려야 하는 게 아닌지요
사랑이란 이름을 임기응변 도구로 사용하는 당신
계절 따라 유행하는 걸치고 싶은 옷 정도로 알고 있는 당신
사랑이, 저울질 하는 흥정 대상 인가요?
다만, 권하지는 않겠습니다
사랑에 죄 지은 자
가을 코스모스 앞에서는
세월 어딘가에 스러져간 시린 눈물에 부디, 한 번은
아프게 고해(告解) 하여야 하는 것을
02101109. 冬邨 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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