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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라는 이름 181004 본문

😀 Ador 빈서재

* 아버지라는 이름 181004

Ador38 2014. 9. 12. 10:02

* 아버지라는 이름 아버지란 이름에는, 응석 부리고 싶은 마음도 산다 겨울의 처마 밑 제비집엔 바람 홀로 사는 걸 알면서도 찬비 맞은 것처럼 파고들어 머릴 묻고 싶은 때가 있다 흰 머리, 마냥 어머니 품에 묻고 펑펑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아버지란 이름에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도 산다 젊어 고운 사랑과 평생이면서도 어쩌다, 샛길도 힐끗 거린 걸 후회도 하며 아버지란 이름이 아니 부끄럽도록, 많은 걸 내려놓아 묻고, 묻으며 "나 보다는 나은 삶이거라", 천륜의 인자(天倫之因子)만을 생각하는 외곬인 이름 아버지란 이름에는, 숨기고 싶은 서툰 인생도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교훈을, 때마다는 종종 흘리기도 한다 아무리 역지사지가 옳다 하여도 내외, 두 사람이 쌀 뉘 고르듯 골라내는 저울의 슬기도 지 그릇이 작은 것도 늙어서야 아는 우둔하기도 한 이름 아버지란 이름은, 세월 간다고 늙는 건 아니다 황홀히 지는 노을 위에 하늘을 날아오르던 지난 세월을 그려보는 이름이지만 제 몫 다했노라 낡아버린 무릎이며 시력이, 조금만 버텨준다면 활활 타는 노을 속을, 갈기 휘날리며 끝없이 달려가고만 싶은 이름 때론 아버지도, 아버지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 하늘이 무거운 날 괜히 서성이며 가족이 다 잠들기를 기다리다 모로 누워 가만히 불러보면 가슴 가득 차오르는 이름 늘, 곁에 머무르다 왈칵 달려오는 이름 나도 아버지를, 아버지도 아버지를 그리며 언제나, 혼자여서 혼자일 수밖에 없는 외로운 이름 짚고 일어서는 무릎으로, 지팡이로 보이는 듯, 안 보이는 듯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름 아. 버. 지. 1407. 가평 팬션에서 邨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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