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人生)
아름이 넘는 곰솔 가지에 바람이 잔다
절기는 경칩이라 옛날 같으면, 새해 농사 준비로
쟁기 꺼내어 손질도 하겠네
아득히, 걸어온 길이 삼삼히 눈에 차오른다
부모님 곁을 떠나, 두 발(足)로 세상 내디딘 길
그 위에서 만난, 많은 이들은 인생의 큰 스승이었네
진정한 용기와 관용,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의미를 배우며
한 조각씩 인생(人生)의 슬기를 모으며
흠결 있는 조상으로는 아니 남으려 하였네
몇 번의, 감탄고토(甘呑苦吐)에는
허물어지는 가슴 모퉁이, 새벽별 눈물에 담그기도 하였지만,
소금의 의미를 짠 맛이라고, 귀동냥으로는 아니 배우려 하였네
이제 와 생각하면 걸어온 길
이리도 쉬운 길인데 그때는, 그리도 어렵게 돌아왔을까
돌아갈 수도, 돌아가서도 아니 되는 이 길
저만치, 우리 아이 태어나 걸어오고 있네
내 것이라 움켜만 쥐지 말고
부디, 조심조심 이웃과 나누며 걷는다면 정말 좋겠네
한 끗, 회한(悔恨) 없는 인생을 살 수는 없었을까
아..... 그러고 보니
한 잔 하면 늘 흘얼거리던 가락 속에, 그 답(答)이 있어 왔는 걸.....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돌아보면
눈물이 많았을까
웃음이 많았을까
남은 길, 여명(黎明)보다 황혼이 더 아름다워야 함을 느끼며
좋은 벗 만나는 일만 남았네
머지 않아, 어김 없이 찾아올 그날도 기쁘게 맞으리
그날도, 내가 세상에 태어나던 날처럼
오래 멀어진 가슴들도 모두 모여
바글바글 웃음꽃 속에 누워 떠날 수 있으면 참, 좋겠네
정말, 좋겠네
01071503. 외담 Ad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