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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의 프리킥]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안 보인다

Ador38 2016. 1. 28. 16:22

[허문명의 프리킥]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안 보인다

허문명 논설위원

입력 2016-01-28 03:00:00 수정 2016-01-28 03:00:00


허문명 논설위원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 수위가 수면으로 떠오를 다음 달까지 숨죽이며 숨고르기를 하는 중이다. 장담컨대 머지않아 장거리 핵무기 운반체(미사일) 발사 시험에 나설 것이다.

새뮤얼 로클리어 전 미국 태평양군사령관은 지난해 9월 “북한이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전 배치 수순을 밟고 있다”고 했으며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도 19일 “북한이 언젠가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도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軍인사 깊이 개입” 소문 파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과 외교채널을 가동하고 ‘5자회담’도 제안했으며 중국 역할도 강조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까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제 노골적으로 돌아섰음이 확인됐다. 대통령이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원했던 북핵에 대한 중국의 키플레이어(key player) 역할은 물 건너갔다.

사정이 이런데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2일 업무보고에서 “한중관계는 여전히 역대 최상”이라고 했다. 그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순진한 건지, 방향감각을 잃은 건지 심히 걱정스럽다.

외교안보 수장이자 컨트롤타워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또 어떤가. 이 중차대한 시기에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국민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군 내부 여론도 “답답하다”는 목소리들이 높다.

국방부 요직에서 복무했던 복수의 퇴역 장성에 따르면 “김 실장이 군 인사에 매우 깊이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도발하면 원점까지 타격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 정작 북핵 도발에 대해선 전략이 없다”고 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본래 전략가라기보다 야전형이다. 지금처럼 외교안보의 큰 틀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외교안보 수장을 군 출신으로 임명한 것 자체가 문제다. 한국 군대는 전쟁을 안 한 지 너무 오래되고 정치권에 휘둘리다 보니 전쟁 수행 능력이 너무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전략 없는 외교’ 계속 갈 건가

한미관계에 정통한 미 외교안보 전문가는 “미국에선 중요한 안보 이슈가 터지면 국무부 국방부 장관이 시도 때도 없이 나와 국민과 소통하고 TV 대담이라도 한다. 김 실장은 언론이나 국회에 나와 안보 상황과 대응책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군사적 외교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너무 강해 한국이 뭘 하려 해도 수단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워싱턴의 기류야말로 한국이 보다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지금 한국 외교는 전략이 없다 보니 상황이 터지면 모면하기에 급급하다. 이참에 미국과 특별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 구체적인 핵우산 매뉴얼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통일 대박’을 외치던 박근혜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4차 핵실험을 감행하며 동아시아 정세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등장했다. 국가안보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다. 대통령이 사람을 바꾸는 문제를 포함해 외교안보 해법과 업무라인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특단의 시기에는 특단의 결정이 필요하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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