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는 ‘화끈’ 통증엔 ‘시원’… 캡사이신은 ‘천연 진통제’- 고추

 

▲  고추가 진통효과는 물론 항산화·항염 효능도 지닌 것으로 최근 밝혀지며 건강식으로서 진가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한국인들이 일본인에 비해 ‘이질’에 덜 걸리는 이유는 고춧가루가 풍부하게 들어간 매운 음식 때문이라고들 보통 말한다. 한방에서도 이질 치료제를 처방할 때 고추를 약재로 사용한다. 그리고 이 같은 고추의 효능은 최근 과학적으로도 속속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남미 원산인 고추가 400여 년 전 임진왜란을 전후해 한국으로 들어온 후 ‘국민적 향신료’로 굳게 자리잡기까지도 톡 쏘는 매운 맛보다 오히려 풍부한 영양성분이 더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추에는 비타민C 등의 비타민류와 칼슘과 칼륨, 인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다. 특히 비타민C의 경우 감귤의 2배, 사과의 20배 가량 들어있다. 그래서 하루 풋고추 2개만 먹어도 비타민C 하루 권장량을 다 채울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고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성분은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이다. 고추의 매운맛은 과피나 고추씨와는 크게 관계가 없다. 캡사이신은 과피 안의 씨를 매달고 있는 ‘태좌’에 몰려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풋고추를 기준으로 했을 때 태좌에 96.9%의 캡사이신이 함유돼 있고, 나머지 1.7%는 과피, 1.4%는 씨(종자)에 들어있다. 캡사이신 성분에 사람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천연진통제’와도 같은 효과 때문이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처음에는 맵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통하게도 몸의 여러 아픈 부위들 통증이 진정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는 캡사이신으로 인해 몸의 통증 수용체가 계속 자극을 받게 되면 뇌 신경세포를 자극해 엔도르핀 분비를 활발하게 해 고통을 감소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캡사이신에 대한 연구가 속속 진행되며 천연진통제 이상의 효능이 계속 새롭게 보고되고 있다. 항산화, 항염 효과도 그 중의 하나다. 캡사이신은 원래 식물이 자신을 곰팡이와 각종 잡균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천연화학물이다. 그런데 이 캡사이신이 사람의 인체로 들어오면 항산화, 항염 작용을 해내는 것이다. 캡사이신의 항산화 효능은 경험적으로 널리 이용돼 왔다. 영양학자들은 오랜 기간 김치를 저장해도 크게 산패되지 않고 아삭아삭한 맛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체 내 유해성분인 활성산소를 소거하는 캡사이신의 능력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된 바 있다. 항염 작용 역시 캡사이신의 주요 효능으로 꼽힌다. 캡사이신은 대식세포 등이 활동하는 인체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면역력을 강화시켜 준다. 고추의 위염이나 관절염 등 각종 염증에 대한 효능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고추 추출물과 캡사이신을 생쥐에 경구투여하면 T 세포와 면역기능을 강화시키는 사이토카인 발현이 증가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허리디스크와 고추를 연결시킬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항산화, 항염 효능 때문이다. 허리디스크 역시 척추를 이어주는 디스크(추간판)가 빠져나와 신경을 압박하며 만들어진 염증질환의 하나다. 고추 섭취를 통해 허리디스크 질환 예방 효과는 물론 통증이 심할 때 진통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고추의 캡사이신은 스트레스 해소와 다이어트 효과에 의해서도 허리디스크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 특히 스트레스와 관련해서는 미네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미네랄은 칼슘, 인, 마그네슘, 칼륨, 나트륨, 아연, 구리 등을 말하며 뼈를 비롯한 우리 몸의 기능을 유지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해준다. 그런데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부신에서 코티졸 등 스트레스호르몬을 대량 방출하며 미네랄 부족을 야기한다. 따라서 고추섭취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비만 역시 허리디스크를 악화시키는 주범 중의 하나다. 그런데 캡사이신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 돼 버렸다. 캡사이신은 몸에서 ‘카테콜아민’이란 물질을 합성해 내는데 이 물질이 몸에 열을 발생시키고 지방을 분해한다. ＜도움말 = 윤승일 빙빙한의원 원장＞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