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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큰한 나의 인생이여 본문

😀 Ador 빈서재

* 얼큰한 나의 인생이여

Ador38 2007. 7. 6. 14:17



    * 얼큰한 나의 인생이여


      나의 술, 얼큰이여- 사내는,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취해도 쓸어지지 않는다. 쓸어저도 기지 않는다. 기어도 끝까지 간다. 얼마나 남았을까, 이 주도(酎道)의 서문(序文)을 읊을 수 있는 시간이..... 우선, 첫잔 앞의 빈자리에 따르는 술은 잊은걸 모두 꺼내어 다시 추억하기 위한 고시레 잔이라오. 둘째 잔은, 무에 이리도 엉킨게 많은 세상인지, 고뇌하기 위한 잔, 이렇게 살아 있는게 기특하여 자축하기 위한 잔이요. 이 술의 셋째 잔은, 곧은 외길 걸으며, 긴 세월 감내하며 흥얼대던 노래를 위한 잔, 노래에 반주하며 비워진, 스러저간 자존심을 달래기 위한 잔이요. 이 술의 넷째 잔은, 정열을 탕진한 청춘을 위한 잔, 탕진한 청춘 모두를 조각모음하여, 꿇어 앉히기 위한 잔이요. 이 술의 다섯째 잔은, 아프게 하였던 말, 거두지 못한 회한을 위한 잔, 같이 아파하지 못하였던 시간들 불러내어 위로하기 위한 잔이요, 이 술의 여섯째 잔은, 사랑은 절대로 한적이 없다고 우기기 위한 잔, 구차한 인생 언감생심, 그 없음을 부인하며 다시 부인하기 위한 잔이요. 이 술의 일곱째 잔은, 한병이 여섯인지 일곱 잔인지를 알기 위한 잔, 잔마다 넘치는 삶의 편린이 아파, 여태 마신 술잔의 수를 잊기 위한 잔이요. 이 술의 여덟째 잔은, 그 오랜세월, 눈길 한번 안 주어도 지조로 자릴 지켜준 안주를 위한 잔, 하나 하나, 대작할 이 없어가는 세월, 술잔과의 대화와 독백을 위한 잔이요. 이 술의 아홉째 잔은, 그래도 인생이, 살아 볼 가치가 있었는지 자문하기 위한 잔, 휘청 휘청 얼큰하게 걸어왔어도, 아직 용케 살아남은 기적?을 위한 잔이요. 이 술의 열번째 잔은, 어찌하리, 잘나면 잘난대로, 못난이는 생긴대로 계속 살아가기 위한 잔, 언제면 계산대 앞에서, 결제하는 기분으로 사인도 해볼까를 바라는 잔이오. 이 술의 다음은, 이러한 빈가슴에 누군가의 사랑이 살아있기를 바라기 위한 잔, 오며 가며 나를 기억하여 내 무덤에 술 한잔 부어줄, 나그네를 위한 잔이라오. 이 술의 그 다음 잔은, 그래서 비워저 가는 술병, 그 허무를 위한 마지막 잔, 비워저 내 딩구는 병에 갇혀도, 도도히 일어나는 오기를 위한 잔이오. 이 술의 또 그 다음 잔은, 하늘에 불려가 머리 조아릴 때, 어느시간에 대한 문초를 받아도, "필름이 끊겨 모르쇠"로 일관하여도 되도록, 하늘에 올리는 잔이요. 마지막으로 술잔이여- 이승에서, 오물속을 헤엄치던 웃음과 한숨과 눈물 모두..... 이 한잔으로, 망각(忘却)의 강(江)"으로 흘러가라 높이드는 건배의 잔이오!


    05041205, 耽羅 邨夫 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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