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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 동촌 유원지의 가을 본문
* 동촌 유원지의 가을. 소슬바람에 흔들리는 잎 사이로, 햇살이 하얗게 쏟아지는걸 온몸으로 받는다. 자리를 그늘로 옮기면 살살거리는 서늘함이 상쾌하다. 2~30년생의 프라타나스와 몇 종류의 잡목, 하늘을 가리는 그늘이 강변을 두르고 있어 정취가 그만이었다. 동촌 유원지의 가을은, 그 나무 아래 몇장의 손수건을 펴놓고 앉은 40 중반 여인들의 명랑한 웃음소리에 익어가는 중이었다. 찰랑이는 호수인지, 강인지에서 파문 일구며 퍼지는 강태공들의 걸걸한 목소리, 두둥실 떠있는 시간당 8,000원의 오리 보트의 젊은 웃음이 제일로 환하게 퍼진다. 폭 1.5 미터가량의 강변 뚝길, 일흔이 넘어 보이는 노부부의 걸음이 배포유하다. 뒤에 처 저 게으른 걸음인 부인을, 서너 걸음 앞서가다 돌아다 보고, 다시 돌아다 보며 정 듬뿍 담은 미소로 재촉하는게 보인다. 마치..... 젊어 한때 부인 속깨나 썩혔을만한 풍채로 미루어, "늙어지면 두고 보자던 사람이 왜 그리도 걸음이 느리냐" 채근하는 듯, 안스런 애처러움으로 전 해저 와 따스한 파문이 인다. 지나다니는 많은 이들의 얼굴이 환하진 안 하여도, 찌프린 모습이 없는 게 흐믓하고, 습하고 높은 기온에 찌푸리던 얼굴들이 어느샌가 밝게 펴 저, 우리네 곤궁한 살림살이도 이처럼, 어느샌가 넉넉하여졌으면 하는 소원을 하여 본들, 죄 많은 축생의 기원을 들어 주실까에 생각이 미치자, 서늘해지는 현실에는 등이 시려 온다. 정녕 가을이다. 저마다 아픈 사연들 가슴에 품고 있겠지..... 어느 것이 더 큰지, 무거운지는 가늠하지 못하겠지만, 이 가을의 소슬바람으로 따뜻이 어루만저 주고 떠나는 가을이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치유되지 못하는 사연도 있나보다. 호방히 웃어대던 중년의 여인들은 어느새, 자리 털고 일어나 강변을 걷고 있다. 한 사람의 어깨 위에, 나란히 걷는 이의 손이 토닥이는 걸 보면 아마도, 정 많은 친구에게 설움을 토해내는 중인지..... 여럿이 동행인데도 둘이서만 나란히 멀어저간다. 어느새 내 눈도 흐려 온다. 오랜 시선을 거두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삼, 햇살이 날카롭게 보인다. 바람이 흔드는 대로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 낙엽들..... 나의 여정은 이제..... 얼마나 남았을까..... 이틀쯤의 여정으로 가을을 나섰다가, 불현듯 그리운 이들을 보고싶은 마음에, 다시 일정을 늘리면서 반가운 마음 하나만 안고 내려온 무모한 자신인 것처럼..... 시선을, 강변으로 옮겨 보지만 강 위의 잔 물결에도 가을은 길게 누워 있었다. 그립던 얼굴들을 만나, 반가움으로 오랜 시간을 같이 하였는데도, 헤어지고 돌아서는 순간부터, 왜 이리 허전하고 대책 없이 다시 그리워 올까..... 그러고 보니, 지는 낙엽에서 우리는 우주와 자연의 법칙을 배우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눈에는, 가을에 지는 낙엽에게서 느끼는 슬픔들..... 이를태면, 사랑의 울타리에서 이별이란 시간으로 나뉘어지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낙엽 지는 공간에서 우리의 정 많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현상으로 연결하지만..... 정작 낙엽은, 봄에 싹을 틔우고 한여름을 자신의 뿌리와 몸, 가지, 잎사귀에 역할을 다하고, 해마다 다른 모습으로 영원히 다시 태어나는 기쁨에, 빠알갛게 화장을 하여 자축 하지 않는가..... 이처럼 우리들도 이 계절 만큼은, 아프고 설운 가슴을 열고, 얽히고 설킨 어두운 상념들을 꺼내어서 이렇게 하얀 가을 햇살에 바래어서, 아픔은 덜 아프게, 설움은 덜 서럽게 비울 수는 없는 걸까. 지금의 참기 힘든 고통도 예쁜 낙엽으로 포근히 감싸서 재웠다가, 해마다 가을이 돌아오면 다시 꺼내어 아픔들이 삭아졌는지, 낙엽이 지듯 하나씩 어루만지고 달래며 날려 보낼 수는 없는 것일까..... 상념은, 어둠이 그늘로 부터 기어 나오든 말든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어쩌랴, 떠날 시간을 놓치면, 주모 없는 텅 빈 주막에서 밤새워 홀로 잔 비우는 청승을 어찌할꼬..... 내 삶의 정처인 곳으로 데려다 줄, 날틀 기다리는 곳까지는 늦으면 안 되겠기에, 뜰 시간이 되기 전, 낙엽 지는 유원지의 상념과 가을을 깊이 여미고, 서글피 이별하여야 했다. 손님이 없어 줄을 서는 여남은 대의 택시보다, 바로 내 앞에서 손님을 내리는 택시 기사..... 또래쯤 되어 보이는 택시기사의 눈에, 타관에서 온 나그네임을 간파하였는지, 공항으로 향하는 10여 분에도, 카더라 통신에서 모자이크한 정치, 경제에 대한 설파로 바쁘셨다. "지역 발전이란 단어는 옛말이고, 이렇게 10년 가까이 경기후퇴만 거듭하다간, 200만이라 자랑하던 이 도시도, 언제 불꺼진 간판들만 있는 유령도시가 될지 모른다는데 까지 왔는데, 스토리보다 택시가 먼저 공항에 도착하여 버렸으니...... 공항까지의 요금을 건네면서, 나머지는 다음 여행을 왔을 때, 기사님을 꼭 찾아뵙고 나머지 애기를 꼭 듣겠다는 익살에 "손님의 유머에 오늘의 피로가 가신다"는 너스레가 따스했다. 사랑하는 이들의 삼삼한 모습을, 번갈아 떠올리며 날아오르는 날틀에서의 감흥은, 낙엽의 상념과 어우러져, 날틀 안까지 가을을 들이고 말았다. 창에서 내려다본, 이름 모를 남녘의 산 허리에 황홀히 걸린 반 조각의 불덩이...... 붉은색도 아니고, 빨간색도 아닌 채도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격해 오는 황홀경에, 마땅한 표현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날틀을 처음 타보는 기쁨이 이보다 설레랴..... 참으로 오랜만에 하늘에서 보는 장관이었다. 잠깐 사이에 구름 위로 올라섰지만, 지는 해를 따라잡지는 못하고, 숨는 해의 자국만으로 도 넋을 놓기에는 충분하였는데, 또 다른 황홀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오래만에 귀향한 아들에게, 미처 저녁 준비를 못 한 노모가, 우선의 요기꺼리로 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뜯어, 끓는 냄비에 떨어뜨린 손수제비 모양의 구름들이 발아래 가지런하였다. 이 가을, 이 무렵이 아니면, 이러한 조화들을 대할 수가 있겠는가..... 그림을 보는 것도 잠시, 먼 발치 어둠에 잠기는 바다위에 점점이 나뉘어서, 빠꼼히 처다보는 풍어의 꿈을 안은 고깃배의 불빛은 어떠하고..... 아련한 고향집에 심지 돋우던 호롱불이 겹쳐 온다. 문안 없이 훌쩍 나들이간 아들이 못내 서운하실 어머님..... 부디 만선으로 무탈히 귀항 하시길, 가까이 유(留)하실 것 같은 하늘님에게 소원하고는, 가까워 오는 집의 아늑함까지 느끼며 조는데, 벌써 도착을 알린다. 젖힌 의자를 바로 세우라는 멘트까지도 왠지 싫지가 않았다.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았다. 4박 5일의 가을 나드리가 결코 가난하지 않았음이다. 눈을 두는 곳마다 풍성한 너그러움, 그리운 얼굴들, 예전에 담지 못하였던 가을의 모두를 안고 온 지금..... 늦은 저녁임에도, 나그네의 객고?를 씻을 동무들에게 도착을 알려주신 님의 수고와, 어둔 밤, 먼 거리를 몇시간씩 달려와 박주(粕酎)와 열창(熱唱)으로 새벽을 넘어주신 귀한 님들의 따뜻한 마음에..... 갚을 기회, 빠른 시일로 점지해 주십사를, 깊이 머리 숙여 청하며, 모두에게 웃음도 넉넉히 나누는 가을들이 되시기를 비는 것으로 올 가을을 배웅해 본다. 05,09,30. 가을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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