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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밤, 은행잎과의 대화 본문

😀 Ador 빈서재

늦가을 밤, 은행잎과의 대화

Ador38 2013. 12. 13. 21:57




* 늦가을 밤, 은행잎과의 대화


살그락 살그락, 창밖에서 들리는 소리 
무단히, 모르게 들어오는 아무나를 막으려 하였는 방범창 살도 뚫고 
찢긴 방충망 틈에 드디어 몸통이 걸린 은행나무 잎 하나 
산책 나서는 범위 안에는 은행나무가 없는데, 어느 먼 곳의 님이 보내는 가을 편지일까 
문득, 잊고 지낸 비밀도 아닌 추억들을 꺼내본다 
올여름이 얼마나 무덥고 습하였던가 
가을은, 모두가 잠들은 사이에 슬며시 오고, 여름도, 젊음을 한껏 누리고는 아무런 기별 없이 떠났지..... 
다시 겨울은 오리라
한기를 느끼도록, 오래 창을 열고 가을밤을 산책하였나 보다 
요란하다, 은행나무 잎이 화가 났나 보다 
힘껏 등을 떠미는 바람에게 더 힘을 쓰라고 도리질을 하는 게 안타까워 조심스레 꺼내 들고는 문을 닫았다 
언제쯤부터였을까 
늦가을 초저녁의 부산한 소음에, 
미처 마중을 못 한 걸 원망하듯 빤히 쳐다보는 것만 같아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고 보면, 인생사 매 갈피마다 희로애락으로 이어졌다는 선현의 말씀이 뜨겁게 가슴을 차오른다 
오라 하지 않아도, 가지 마라 하여도 오가는 것들, 얼마나 많은가 계절도 사랑도..... 
아, 젊음에 이르러서는 더 가슴이 아려온다 
늦가을도 삼경이 지난 시각, 한 자씩 쪼으며 지어가던 자판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지금의 시간, 이런 상념으로 흐려진 눈과 가슴을 씻어 내는 일, 어느 누가 알 수나 있으리..... 
이제는 비밀도 아니게 세월에 앗긴 가슴 어느 한 곳에 눌러두었던 것들을 꺼내어 한 자씩 눈물방울에 적셔,
고백으로 남겨두어도 되는 시기가 되었나 보다 
나무도 생의 50년을 넘기면, 큰 재목으로 그 쓰임을 고르는데,나의 50은 지천명이기는 커녕, 
이순을 넘겨도 거슬리는 말은 귀 밖으로 내치지 않는가 
선현들은 참으로 현명하였으리라 
지천명(지천명)은 하늘의 뜻이 무언지를 아는 나이라 하여, 올곧은 양심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바른말과 행동을 
마땅히 하는 때를 정의하였다 
그래서, 모르거나 애매한 일에 부딪치면 어른에게 물어보라 하였다 
그 어른이란, 바로 지천명을 넘긴 이를 지칭하는 것임을 얼마나 알까 
어느 경우에든, 자신의 손익을 초월한 명쾌한 바름을 답으로 내 줄 수 있는 나이, 
또한 그것을 마땅히 여기는 도리에 목숨을 담보하는 나이임에랴..... 
지금의 어른이란 의미를 생각하여 본다 
또, 한 끗, 우리의 조상님들은, 다듬이 소리도 잠들은 늦가을 밤은 어떠하였을까 
첫 딸아이 태어날 때 혼수 예비하여 심은 오동나무 아래를 거닐었을까 
가문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에 
미흡한 스스로를 달래는 박주 잔 속에 초승달 하나 띄워놓고 시름에 잠겼을까 
낭랑히 사서삼경에 빠져 목청을 돋우었을까 
입신양명이 유일한 삶의 목표였을 시대에, 국가와 가문을 위하는 제일의 덕목은 
예나, 지금이나 같음 직한데..... 
살아가는 방법만 무수히 생겨났어도
밝음보다 어둠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금의 시대를 본다면 어떠하실까 
더욱인 건, 지금 자판으로 두들겨 맞는 이 컴퓨터를
전기를 발명하여 이룩한 현대의 물질문명에서 제하여 버린다면 어떤 표정일까? 
아무러나, 옛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기는 하지만, 선현들이 정하여 준 인간이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덕목은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타성에 젖어버린 현대인의 삶..... 
스스로 가슴에게 물어보아도, 시간의 노예로 살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무궁히 이어나갈 인류여야 하는데, 
최소한의 배려도 사치라고 약육강식만으로 살아가는 세태가 또, 슬퍼 온다 
아, 늦가을 밤이라도 맞아 그리움이라도 불러내라는 은행잎을 손님으로 방에 들여놓고 
이 무슨 우국지사 인양 거드름을 피웠는고..... 
나이 든다는 건
감성(感性)은 줄어가고, 이성(理性)만 날마다 살아난다는 선현의 말씀을 체득하여지는 날이다 
조금은, 아직은 남아 있는 감성을 살려
이 가을을 떠도는 그리움에게 작별의 인사라도 건네고 잠을 청해야겠다 
나에게서..... 떠났거나, 지웠거나 흔적만인 그리움과 인연들에게 이렇게 안녕을 고하고 싶다 
부디 안녕하시고, 그나마 문득 문득 찾아와 준다면 
오늘처럼, 잡념 섞인 밤이 아니라, 그리움과 만으로 밤을 새우겠노라고..... 
늘, 머리에 든 것이 짧아, 이만한 글로 밤샘하였는 늦가을 밤에. 
2010. 11.08. 03;40. 邨 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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