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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立春) 아침의 산책 본문

😀 Ador 빈서재

* 입춘(立春) 아침의 산책

Ador38 2014. 2. 14. 19:37



    * 입춘(立春) 아침의 산책
    입춘 아침 산책 길에 낮게 흐르는 봄 안개가 좋아라 
    숲 어귀부터 몸을 감싸는 숲 냄새가 좋아라 
    끊지도, 줄이지도 못하는 담배, 하루 두 갑을 넘게 피워대는 골초를 보며
    때마다 궁시렁대는 안사람이 그래도 늘, 곁에 있음이 고맙고 
    창만 열어도, 한 점 오염 없는 공기로 온몸 안을 씻어낼 수 있는 
    달콤한 자연 속에 살아가니 복이라 
    오름의 허리쯤에서 내려다보는 바다가 더 가까와 반갑고 
    오름 정상(頂上)이, 쉬엄 쉬엄 올라오라는 나이여도
    경로(敬老)보다, 청춘이라는 희망이 솟구치는 글 모양새가 좋아 간다
    아직은 더듬거리지만, 사물이나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의미도 풀어낼 수 있고
    죄 지은 게 없으니 머리 꼿꼿이 세우고, 눈.비 안 가리는 자유로운 나들이에 
    가끔은, 가는 길 물어오는 반가운 길손에게 막힘 없이 가르쳐줄 수 있으니 좋아라 
    오랜 기억에서 꺼낸 맛난 것들을 마음대로 입안에 넣어도 
    예전처럼 잘게 으깨지 못하는 불편 하나쯤 이사..... 세월이, 살은 값으로 앗아간 것이니 
    줄어드는 기력에도 다른 건 앗아가지 않았으니 감수하면서 고마워해야 하리 
    현실과 삶은 풀기 어려운 매듭 투성이였지
    허지만, 지나고 나면 그에 대한 답은, 언제나 미래에 준비되어 있었고 
    순간을 넘기지 못할 것 같아도, 온전한 지금인 걸 보면 
    그리도 원망과 푸념을 퍼부었던 세상이, 오히려 
    "오냐, 그렇구 말구... 그래도 주저앉으면 안 된다"고 
    어루만져 토닥이며 슬기를 주어왔음이니 또한, 감사하고.....  
    간혹, 눈 귀 다 틀어막고 사는 게 아닌가 의심 주는 이도 있지만 
    젊어서의 조급(早急)이 머물던 마음 자리엔
    오랜 세월, 인내의 달콤한 열매의 맛을 아는 세월의 무게가 
    마음 가운데 지긋이 앉아 있어 흔들림 없어 바르고 
    어리석은 미물(微物)이라, 남들처럼 욕심이 왜 없으랴마는 
    옹알이 중인 손주와 눈 맞춤 하면서도, 우주의 말(言)을 내 배우지 못했음이
    부끄럽지 아니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 
    할애비 보다는 더한 인내와 용기, 수분(守分)과 건강을 대대로 물려받아
    다가올 너희 세상에는 거침이 없어라 온마음으로 옮겨 심으며 
    축원(祝願)할 수 있음이 고맙고 고마워라  
    이제는 귤 농사에서도 물러났지만, 농사하는 맏이 일감을 줄여 주시려고 
    칠순(七旬)도 넘은 노구(老軀) 홀로, 과수원에 나가
    한창 물오른 6월의 삼나무에 사다리 걸치고 가지치기 작업 중에 
    10척도 넘는 높이에서 사다리째 떨어져 아무도 없는 곳에서
    세 시간여를 혼절(昏絶) 중에 발견된 적 있었다는 가슴 미어지는 어머님 사고소식엔.....
    "노환으로 병원 다닌다 하라"고, 제수씨(弟嫂氏) 입을 봉(封)하여
    그 즈음 잔병치레가 잦으신 이유를, 10년도 지난 추석에야 아는 우둔함이여..... 
    아버님 돌아가신지도 17년인데, 바깥채 세 놓으시며 홀로 사시는 어머니
    내 사는 곳에 모시고 봉양(奉養)하는 걸, 한사코 뿌리치시는 변(辨)은 
    내가 좋아 혼자 사는 거니 불효가 아니라시는 옹고집은 언제면 놓으실지..... 
    봉양문제로 오래 다투어 오는 걸 아는 동네 어르신들에게서 귀동냥 후에야 
    무거운 마음을 내려는 놓았어도 불효의 시름은 지금도 쌓여만 간다
    다행히 건강은 회복하여,  이제는 8순도 반을 넘느라 구부러진 허리...
    한 뼘이나 작아지신 안쓰런 모습이셔도
    증손(曾孫), 현손(玄孫)까지 손을 보시며, 우리곁에 오래 계셨으면 하는 바램을
    날마다 가슴에 품고 잠자리에 들 수 있으니, 다시 없는 복이리라 
    자라면서는, 아버님 보다 어머님께 더 많은 매를 맞은 기억이 눈물로 흐른다
    사람으로 살기 위하여는 이름값, 얼굴값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자신에게도, 주변의 재앙도 경계하는데 게으르면 안 된다시던..... 
    "도둑은 들면 한 짐뿐이나, 불은 나면 몽땅 가져간다 
    몸이 병들면 치료하여 나을 수 있지만, 정신이 병들면 자신이 죽는 것은 고사하고
    조상에서 후손 대대로, 잃을 게 없어질 때까지 다 잃게 된다"
    온몸에 수십 번은 더 회초리로 심으셨을 훈육(訓育)..... 
    ...잃을 게 없어질 때까지 잃게 된다는 말씀...
    이 얼마나, 부모 조상에게 씻지 못할 업인지
    자라면서 가슴에 들이고 소중히 켜놓은 등불은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였으니 
    내 추우면, 남도 추울 것이고 
    내 배곯으면, 남도 곯을 것이며 
    내 아프면, 남도 아플 것이라 
    무슨 일이든, 어떤 위치에 있든, 상대방 입장에서 한 번은 생각하라는 의미.....
    쉬이 잊는 게으름을 경계하는 어진 마음을
    부모님 아니셨으면, 이렇게 큰 깨달음으로 배울 수 없었으리.....  
    후손에게 물릴, 재물 없는 것이 자랑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이 아려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자식 둔 부모의 마음이리
    모두에 풍족한 유산이면 얼마나 좋으랴만, 그 또한 후손의 복이려니... 
    세월 지나면 나 또한, 조상.....
    후손에게 추한 조상으로는 남지 말아야 한다는 
    오직, 그 한 지팡이만 짚고 살아온 게 또한,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후손들도 춥고 배고픈 경우에도, 그걸 부끄러워 말았으면 하는 이 마음, 대물림하기를...
    돌아보면, 누구와도 네것 내것 없이 허물고, 낮은 분수를 지키며 살아왔어도
    온가족 큰 변고 없이 번성 하고, 늦게나마 귀한 손주와 눈마춤도 하는 복을 누리니 
    하늘, 땅에서 음덕(蔭德)으로 보살펴주시는 조상님께 머리 깊이 숙여 감은 드리며 
    오늘은, 한해 24절기 중에 처음인 입춘(立春)
    입춘첩(立春帖)도 몰라가는 세태(世態)가 서글프긴 하여도
    새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節氣) 기운을 따라 아침을 산책하는 동안 잠시라도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며, 삼라만상의 신비와 소중함을 담아와 경건한 마음으로 앉아
    입춘대길(立春大吉)!  
    우리 대문의 안과 밖, 모두의 가슴 속에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축원(祝願) 드리는 나는
    진정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리라 
    20110204. 邨 夫 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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