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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 자연림의 생명력이 유지되는 건 '숲 틈' 덕분 본문
자연림의 생명력이 유지되는 건 '숲 틈' 덕분
매일경제2014.12.19 16:39
나무는 혼자 꿋꿋하게 살아갈까. 생태학자들은 나무를 '독립영양자'라고 말한다.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얻고 토양에서 수분과 무기물을 흡수하면서 단독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한다는 뜻일 뿐이다. 혼자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준환 전 국립수목원장은 그 근거로 균근곰팡이를 든다.
식물의 어린 뿌리와 흙 속 곰팡이가 공생해 만들어진 뿌리 곰팡이다.
식물의 무기 양분을 대신 흡수해주고 식물은 균근곰팡이에게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보내주면서 서로 의지한다.
나무는 우리의 잘못된 확신을 바로잡아준다. 곰팡이처럼 나쁜 것으로 알고 있던 존재가 뿌리와 연결되면 공생 관계를 형성한다.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 나무 심기 사업이 특정 사막지대에서는 소금 사막화를 야기한다.
나무는 옳고 그름을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를 흩뜨려 놓는다.
숲은 강한 것과 좋은 것이 따로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큰 것과 작은 것, 센 것과 약한 것, 가는 것과 굵은 것 등 다양성이 공존해야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신 전 원장 저서 '다시, 나무를 보다'는 나무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는 "나무는 흔들리지 않아서 강한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서 강하다"고 강조한다.
서로 어울려 숲이 되는 나무를 보면 삶의 길은 멀리 있지 않다는 성찰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나무는 뿌리를 잃고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알려준다.
나무는 한순간이라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햇살 한 가닥만 있어도 새 잎을 내고 이슬 한 방울만 있어도 뿌리를 뻗는다.
그런 나무도 크게 자라면 스스로 넘어지거나 잘라내야 한다.
큰 나무가 잘리고 나면 빈 하늘이 남아 햇빛을 받지 못하고 있던 작은 나무들을 살린다.
자연림은 늘 그대로 버티는 게 아니라 이런 숲 틈 덕분에 건강하게 유지된다.
숲에 틈이 생겨 후계목이 자라는 과정은 생태학에서 숲틈동태학이라는 별도 과목으로 다뤄질 정도로 중요하다.
사람들은 나무를 베면서도 희생과 생명을 배운다. 나이테를 보고 의자와 책상, 집을 지어 나무를 이해한다.
서울대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1990년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로 시작해 올해 국립수목원 원장직에서 물러나기까지 나무와 더불어 살았다.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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