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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늙다 본문

😀 Ador 빈서재

간신히 늙다

Ador38 2015. 3. 6. 22:35
 간신히 늙다 

봄이 어디쯤 왔는가
침침한 눈, 울타리 넘어 먼 하늘 가는데
거무죽죽한 목련꽃봉우리 봄마중 나왔느냐 손 흔든다
웅웅대는 겨울 귀
피아노 흑백건반 같은 이빨에
녹내장이 조금 남겨놓은, 빛 한 옹큼
이 청춘으로, 화관들고 봄 처녀 마중나가도 될까
또, 허리와 무릎이
지팡이와 그냥저냥 지낸다는 입춘 새벽
문풍지 사이로 들어온 것도 무참한데
살며시, 시베리아 봄 처녀가 이불 속을 더듬어 오니
건너방, 구순 한창이신 노모 잔기침 앞이라
간신히 늙어온 환갑(還甲)이 
일어나 앉아, 거울에게 푸념을 한다
늙기도, 아니 늙기도 어려운 삼동(三冬)이구나
06021503. 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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