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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푸는 순서에 대한 소회 본문

😀 Ador 빈서재

밥 푸는 순서에 대한 소회

Ador38 2015. 2. 2. 11:16





밥 푸는 순서에 대한 소회


어느 카페에서 읽은 글이 
잠자리에 들어서도 살아나, 한 시간이 지나도록 헤매다 불을 켜고 일어났습니다.
보통의 일상인데, 글을 쓴 이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여서 인지, 아니면, 연관되는 명제가 있어서인지...
심사가 어지러워 아무래도 그 어지러운 걸 꺼내어, 어지러울때 어지럽더라도 명쾌하게 결론을 지어, 
잠을 잘 요량으로 일어나 컴을 켜고 앉았습니다. 깊이 잠이 들었는지, 안사람의 소소롱거리는 콧소리가
정겹게 들립니다.
읽은 글의 제목은 "밥 푸는 순서"입니다.
카페에 올린 이가, 지은이를 밝히지 않고 "좋은 생각중에서"라고만 밝혀, 다소 아쉬웠지만, 지은이를 알았다면,
원문 글에 댓글로 소회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 어쩝니까.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친정어머니 슬하 오남매중 맏이가 딸이자, 이글을 쓴 이인데... 
출가 이후에 친정에 가면 밥을 꼭, 먹고 가게 하신답니다.
그런데, 밥을 푸는 순서가 늘, 먼저 밥을 푸는 밥사발은 맏딸 몫인 것입니다.
어떻게 아느냐하면, 어머니가 밥을 푸는데로, 맏딸이 상으로 옮기는데, 아무 사발이나 자기 앞으로 
갖다 놓으면,  "아니다, 이게 너 밥이다"라고 꼭, 바꾸어주시는 것입니다.
몇 십 년은 되는 세월을 밥을 푼 순서를 무시하려는 딸과 어머니 사이에, 가슴으로 주고 받는, 이심전심의 
사랑물림 싸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정에 가서 식사를 하는데, 예전 같이 먼저 푼 밥사발을 자기 앞으로 놓으려니까,
"애, 그거 내밥이다"라고 바꾸시게 하는 겁니다.
순간, 어머니를 쳐다보며 얼굴이 붉어지는 것입니다.
아니 왜? 
여태, 맨 먼저 푸는 밥사발 주인공이였는데 갑자기 바꾸시는 게 너무 의아하기도하고 
또, 번개치듯 서운한 생각까지 짧은 순간에 지나가니 민망한 얼굴이 된 것입니다.
허지만, 그 순서를 무시하려할때, "아니다" 하시며 챙겨줄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얼굴로 계시는 겁니다.
그자리에서 더는 궁금을 참지 못하고, 그러한 연유를 물으니...
"그게 아니고, 누가 그러더라... 밥 푸는순서대로 죽는다고... 아무래도 내가 먼저 죽어야 안되겠나."
그 뒤로 어머니는 늘 당신 밥부터 푸셨다. 
그리고 그 이듬해 어머니는 돌아가셨다고 하였다
그후,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몇 번이나 친정에 가서 어머니가 퍼주시는 순번의 눈물 고인 식사시간을
함께 나누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밥을 푸는 일이 소소한 일이 아니었던가.
가족의 건강을 위하는 의미가 아닌, 날마다 반복되는 식사를 준비 하는 일 중에서 나누어 생각한다면...
이 소소한 일이...
적게는 한 집안의 묵시적 규율이고 일상이지만, 집 밖으로 나가면 
사회 질서의 척도가 되고, 밑바탕이 되는 것임을 몸소 가르치신 어머니의 지혜와 사랑에 고개가 숙여진다.
이때에 울컥 치미는 게 있다.
우리나라의 졸부들 애기다.
어느 재벌인들, 정치권과 야합하지 않은 재벌이 있을까?
국민의 혈세 아니면, 탈세로가 아닌, 피땀흘려 바르게 재산을 일군 재벌이 하나라도 있느냐는 애기다.
이제는, 윤리니 도덕이니는 이, 졸부들이 다 뭉개버렸다.
품성이나 인격, 배움이 일천하여 돈으로 산 경력....돈을 가지고 무소불위로 설쳐대니 말이다.
더욱인 건, 가족 보다도, 아니 자식들 보다도 더 오래 살겠다고 자신의 장수를 위하여 외국으로 나가
최신 의학의 도움을 받는다는 기사가 이제는 뉴스거리도 아닌 세상이다. 마치, 노후차량의 핵심 부속을 바꾸듯 
아무렇지도 않게.....
자식 앞에서, 스스로 죽음의 순서를 정하시는 어머니... 
이 대목에서 한참을 멈추었다 아니, 시간이 정지 되는 것 같았다.
훌륭하신 어머니의 훈육으로 자란, 그 오남매의 품성은 옳고 바르어, 가족에게, 이웃에게 나눔도 풍요로우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시 하나는, 어머니의 가르침 이후 부터다.
우선 집에서 하루 두끼는 밥을 퍼서 식구들 밥상에 올려야 하는데.....
누구의 밥을 먼저 푸는가로 적잖이 고민? 하는 걸 본다.
결국은, 남편의 밥을 먼저 푸는 걸로, 공개하지 않고 그리하고 있단다.
밥 퍼주는 순서대로 그 밥주인이 먼저 이승을 떠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남정네가 부엌의 여자 일에 참여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예로부터 귀 넘어로 들어 알기는... 
직계 가족중, 제일 윗어른 부터 순서대로 음식을 장만하고 상에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터놓고 말은 
아니 하여도, 그러한 깊은 뜻이 있었는지, 아니면, 누가 너스레로 하였던 말을 듣고
어머니께서는 당신의 오랜 원칙을 버리고, 한사코 처음 푸는 몫의 순서를 바꾸신 건지.....
아마, 그러시진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그렇게 먼저 푼 밥사발 주인공이 이승도 먼저 떠나야 한다면, 부부 중에는 누가 먼저 떠나는 게 옳을까.
오늘의 주인공 생각은 어떠한지 보자.

.......... 
"홀아비 삼년에 이가 서말이고... 
과부 삼년에는 깨가 서말이라는 옛말도 있듯이... 
뒷바라지 해주는 아내없는 남편은, 한없이 처량할 것 같아서이다.
더구나 달랑 딸하나 있는데, 딸아이가 친정아버지를 모시려면 무척 힘들 것이다.
만에 하나 남편이 아프면 어찌하겠는가? 
더더욱 내가 옆에 있어야 할것 같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고통 스럽더라도 내가 더 오래 살면서 
남편을 끝까지 보살펴주고 뒤따라가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부터 줄곧 남편 밥을 먼저 푸고있다. 
남편은 물론 모른다. 혹, 알게되면 남편은 내 밥부터 푸라고 할까? 
남편도 내 생각과 같을까? 
원하건대 우리 두사람.....
늙도록 의좋게 살다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중에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
부부라는 의미나, 더 오래 살고 싶은 욕구 문제가 아니라, 평생동반으로 살아오면서 알고있는 모두를 생각하여
남겨진 남편이 홀애비로 산다면, 어떻게 살 것이라는 걸 예측도 가능하고, 
자식이나 주변에 도움을 필요로 할때에도, 부부가 함께 살때의 습관이나, 부부 아니면 이해가 어려운 말과 행동
때문에 서로 소통이 어려움을 안타까워하는 애틋한 마음에서 그리 정하신 것이리라.
옳고 그름이 아니라, 바른 생각이라, 같은 마음임을, 내 자신에게도 확인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한 번도 그러한 문제를 명제로 생각이나 내세워본적이 없다. 
남자인 나로서도 생각해보면,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백 번 생각해도, 글을 쓴 이의 생각이 바르고 아름답다 생각이 든다, 
모두, 그러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동의를 구하고 싶다.
이렇게 상념을 정리하고 나니, 동안에 두,세시간이 지난 것 같다.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자신과 부부,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다 곁 가지로 빠져 헤매느라, 
멀리까지 여행을 하고 돌아온 여정이,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오남매의 맏딸님에게 감사한다.
서로의 배필이 되기로 한 때부터 지금까지...
부부 아니면, 이승을 떠나는 순서까지 여밀사람이 누가 있으랴에 이르러, 다시 가슴이 울컥인다.
이제 잠자리에 들어도, 몇시간 동안 일으켜 세운 상념들을 재우려면, 여명까지 보게 할 것만 같다.
오늘 잠을 앗긴 것에 대하여는, 귀한 깨우침에 감사하는 마음과 소소한 일상이어도 
소중한 깨우침이 상존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같은 상념으로 불 밝히는 이들이 이 지구촌에 혹시라도? 있다면, 동의를 구하며 모두여 안녕~
150202. 외담 Ador.

Giovanni Marradi 연주곡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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