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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or 빈서재

가을은, 아픈 장마비로 떠나고

Ador38 2015. 11. 23. 09:36

가을은, 아픈 장마비로 떠나고 인연 하나로 몸살을 앓는 가을이, 아예 작정한 장맛비로 내린다 이만큼의 세월 앞에서 지난 시간을 들먹이는 게, 우습고 부질없음에 눈이 감긴다 세월의 무게를 느낄만 하니 몸 안에 함부로 들어온 고약한 친구와의 싸움, 아직, 다 끝내지 못하였는데 뜨거운 심장의 고동 소리가, 마지막 간이역에서 몰래 내려 간절한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는 꿈을 꾼다 롯데시티호텔 건너편 25시 편의점 원탁에 앉아 인정머리 하나 없는 재벌 간판을 보다가 따뜻한 캔커피 하나 손에 쥐고 앉아 행인중에 누군가를 찾는다 신호등 있는 오거리 교차로 한라병원에서, 호텔면세점에서 나와 시커먼 비닐 주머니나, 종이 가방에 기쁨 아니면, 슬픔 하나씩 들고 걸어가는 사람들 문득, 가슴이 보채는 한 사람을 꺼내어 걸어가게 한다 아직은, 피하는 시선이 안쓰럽고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전혀, 궁금도 안 하여오지만... 내가, 하루에 다 알지 못하는 곳을 돌아다니게 놔두면, 한밤중이나 새벽 한 귀퉁이 찢긴 거미줄처럼 아니면, 흠뻑 젖은 하루를 베개 위에 놓고 간 흔적에서 누군가를 본다 그리움도 욕망이다 아무리 닫아도 폴폴 새어 나오는 그런데, 꿈속 한켠엔 우체국이, 늘 서있다 꿈이 흐릿한 날은, 우체국 건너에서 사람을 지켜보는 것으로 위안 삼는다 그리움을 안거나 들고, 밝은 미소들이 들어가고 나오고 날마다, 우체국 문을 열고 들어서듯 나도, 누군가의 가슴을 열고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는 것 같아 좋고 누군가도 들어와, 하루를 일러바쳐 주길 기다리는 내가, 우체국 같아서 좋다 아니, 노래를 들어 줄, 청중들이어서 좋다 가까이서, 서로의 심장이 달리는 소리 듣고 싶고 어깨 닿는 거리만큼, 오래전부터 끊김 없이 그래 온 사이처럼 보고 싶다는 생각도, 실시간으로 동기화 되는 아무 허물 없는 지기였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부르는 내 노래로 그래서, 인내하느라 천덕꾸러기가 된 아무에도 녹지 않는 삶의 응어리, 천천히 용해 시킬 내 집 하나 당신 속에 짓고 싶다 어떻게 산다해도, 후회 없는 인생은 없는 것 어떠한 것도, 인간의 욕망을 가둘 수는 없는 것 너무 깊이 생각하며 사는 건, 구도의 길을 가는 사람의 몫으로 돌리자 순결이나, 원죄를 논한다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니 신만 섬기는 동정남, 동정녀가 아닌 바에야, 세속을 구성하는 어느 하나, 죄 아닌 것 없는데 우리, 무엇으로 속죄가 되며, 누구에게 돌을 던지랴 잘라내고 붙이느라, 삶에서도 한 발 물러설 때도 되었으니 낯선 마음에도 어우러지며, 웃음도 되어 보자 여유와 배려도 꺼내어 늘, 양손에 들고 다니자 언뜻, 낮잠이 들어 꿈이라도 꾸어지면, 4 50년 쯤 되돌아가 10대로 가는 길 나오면, 만약에 그러한 길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 눈물 먼저인 첫사랑에는 아무 말 말고 부둥켜 안고 볼 비비다, 눈 콧물 범벅이 되게 울어도 보자 내 인생, 그리다 만 무지개 꿈 앞에서도..... 이 비 그치면 하늘은 더 높아지리 그만큼 높이 올라 세상을 보자 노을 등지고 날아가는 새들이 쉬는 곳은 어딜까 당신과 나 사이에도 역지사지로 다리를 놓고, 건강한 내일을 나누며 동행하고 싶은 마음 벗 그 몫은 차마, 나, 이기를 입 안에서만 맴돌다 떠난 가을이 오늘 또, 겨울비로 내린다 2015.11. 邨夫.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 - Laura Fy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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