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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가을 해변에 서면 본문
가을 해변에 서면
여름이 놀다간 해변에 노을이 진다
그 노을 덮고 누운 이 많은 발자욱들
지난여름을 그리워도 할까
그런데 어쩌랴
뭍으로 오르려는 파도를, 바다는
아직도, 달래지 못 하였구나
그리움이란
증오도, 사랑의 다른 얼굴임을, 그래서
저 심연처럼 점점 더 깊어져야 보이는 환영임을
다만, 잊은 듯 없는 듯
표표히 나부끼는 영원한 손짓이어라
한 계절이 부리고 간
그 맑은 웃음소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렇게 시린 가을도 돌아서면
그 앓이마저
다른 계절에서는 하얀 풍경으로 굳어 버리겠지
몇 번이나 남았을까 내 가을은
이윽고 어둠이 오면
바다 위로 와르르 쏟아질 것만 같은 별들
수평선 아득히 출렁이는 이어도(離於島)
예까지 온 여정은 또 다른 환영일까
2017.9. Ador.
♬ Pat Clemence - Aurora Mothers To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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