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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여름 사이(찔레꽃 향연에 묻히고 싶어라) 본문

😀 Ador 빈서재

봄과 여름 사이(찔레꽃 향연에 묻히고 싶어라)

Ador38 2022. 4. 10. 14:41

봄과 여름 사이(찔레꽃 향연에 묻히고 싶어라)
 
 
이제는 달 없는 밤
바람의 요정들이 지휘하는
찔레꽃들의 향연에 동반하자고는 못 하겠다
몹쓸 손님이,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느닷없이 친구 하자며 찾아온 날
그날로 너에게로의 꿈과 희망에서 무단이탈 하였다
보름달 뜨는 밤, 아무 일 없는 듯 돌아와
흰소리만 늘어놓고는 끝내, 문을 걸어 잠그고 말았다

사람 사는 게 그렇더라
좋은 일 아니면 숨고 싶고, 감추고 싶어진다
단 며칠로, 몇 년 아니, 몇십 년의 시간을 지우는 일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오해가 더 새끼를 낳아 공룡이 될까 봐
다시는 열리지 않을 문 앞에 이 글 써 놓느니
새 꿈 꾸시라, 가늘어도 끊어지지 않을

시간이 약이더라
나는 아직, 100년도 못 살았지만, 정말
하루아침에 눈물샘이 마르고 나니
아무것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통나무더라
아직 살아 있다는 건, 통증
그 통증에게 하루 치씩, 행복이라고 세뇌시키며 산다
달 없는 밤, 찔레꽃 향연에는
어쩌면 바람으로 내가, 먼저 가 있을지 모르겠다

찔레꽃은 슬픈 전설이 있다
그래서 찔레꽃 만개한 계절, 보름밤에는 향연에 묻힌다
그를 위무하기 위해 
찔레꽃 필 무렵엔 꼭, 바람이 온다
하늘 땅, 바람 요정의 그 섬세한 지휘봉 끝
곡선의 강 약에, 선율에, 온몸을 맡긴다
너울이듯, 현란이듯 
승천을 예비하는 바람에 맡긴 찔레꽃 요정들의 군무
고와라, 찔레꽃이지 못한 생이 슬퍼라

눈물샘이 아르켜 준, 생명의 의미며
온 들녘 하얗게 출렁이는 황홀한 밤은 안고 갈 것이니
오늘, 푸른 바다를 그리려 붓 들었는데
산 그림자만 그리고말은 형국이 되고 말았다
행복은 기쁨이나 희열이 연속인 거창한 게 아니라
시덥지 않은 사소한 하루여도 그 의미는 있는 것이니
오래 살으시라
무엇보다 아주 건강하시라

두 번이나 불청친구를 내 쫓느라 붓 놓던 날. 
201305. 邨夫. Ador. 
수정.  20180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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