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라리 그게 낫겠습니다

* 차라리, 그게 낫겠습니다.   하늘이시여- 내 혼자 간구(懇求)하는지요. 늘, 우리들 곁에서 늘, 위에서 내려다 보셨겠지요 가을입니다 수확의 계절입니다 모두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십시요 싯 누렇게 익은 우리의 양식과 과일들을 보십시요 싯 누렇게 말라가는 우리네 가슴들을..... 진정, 가을인지요 어느 것이 우리의 가을이어야 하는지요 얼마 전 머슴 하나 심부름 보냈더니 오일 장터의 장사치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은 가라", 내 것 만이 만병통치약이라 외치는 내 말 만 믿어야 건강하다 외치는 심부름 해야할 일은 잊고 부화뇌동(附和雷同) 하는 꼴들을 보십시요 그 총명하던 눈의 정기(精氣)는 상대를 짓밟지 못한 적개심(敵愾心)의 핏발로 난장(亂場) 한 판의 투사처럼 되어가고 감히, 스스로 이름도 주저(躊躇)해가는 로봇이어가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다던 좋은 소식 고대 하라던 말은 잊은지 오랩니다 모두를 위하는 일에 만, 오직, 대의를 위해서 만 몸과 맘을 바치겠다는 말은 참으로, 내 눈과 귀의 사치(奢侈)였다 하겠습니다 믿고 보낸 우리들은 어찌해야 합니까 이 가을의 풍요를 믿고 살아온 우리는 어떻해야 합니까 다음 번의 저 장터에는 누굴 보내며 어떤 일 만 심부름 보내야 하는지요 너무 많은 일을 등에 지워 보내서 일까요 표리부동(表裏不同) 모르고 고른, 우리의 아둔함 때문일까요 그러면, 추한 꼴 안 보고, 안 듣게, 지각이나, 결석 만 하지 말고 한 마디 말도 하지말고, 자리만 지키다 오라고 해야겠습니다. 차라리, 그게 낫겠습니다. 그래도 안되면, 그래도 안되면..... 심부름 꾼 너, 나없이 수입을 하든지요.... 심부름 잘하는 로봇이라도 수입하여 대체하든지요 차라리, 그게 낫겠습니다. 모두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확의 계절입니다 가을입니다 冬邨.   The Hills Of Glencar - Bill Doug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