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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 秋男 秋女 貴下 본문

😀 Ador 빈서재

* 秋男 秋女 貴下

Ador38 2007. 7. 7. 10:47

* 秋男 秋女 貴下


      가을.... 계절이 주는 메마른 청량감, 조금은 습한 기운도 그리워집니다. 가을엔, "누군가에게라도 편지를 쓰고 싶다"는 싯귀(詩句) 아니라도, 막연한 그리움에 가슴이 메어오기도 합니다. 이 계절은, 일상(日常)에선, 있는지조차...이던, 또 다른 나를, 태어나게도 합니다. 이 계절은, 톱니바퀴같은 현실감각을 느슨하게도 풀어주어 굳이랄 건 없지만, 일상에서 일탈(逸脫)도 조심스레 품어 봅니다. 꼭, 길 동무 없이도 한가로움직한 교외이면 좋은, 하루거리 추억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어집니다. 혼자만의 방해받고 싶지 않은 시간을, 그냥 누군가에게 억울하게 당한 것인 양, 당당히 받아내고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슴 닫고 살아 온 잃어버린 시간들을, 아프게 떠올리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어디 선가, 낙엽 태우는 냄새와 매콤한 연기에, 눈시울을 데워 봅니다. 지나칠 때 마다 얼굴 붉히면서도 말 한 번 건네지 못하다, 홀연히 이사 가버린 걸 안 후, 책가방 내 던지며 화풀이하다, 동무 살던집을 슬며시 기웃거리던, 얼굴 붉어지는 아련함..... 장대보다 높아, 까치 몫으로 남긴 홍시 따려 나무에 올랐다가, 된장독에 빠져 도망 다니던, 짓궂었던 동무들..... 소풍 보물찾기 놀이, 하나도 못 찾아 속상해 앉아 훌쩍이노라면, 불쑥 등뒤로 와서 수줍게 내민 손, 커다랗게 "학교장" 사각 도장 찍힌, "연필 한 다스" 보물 교환권 주며 얼굴 붉히던 동무. 하나 하나, 연기 사이로 발그레 피어오르고..... 꿈 많은 시절엔, 문학도(文學徒) 아닌 사람 없듯이, "구루몽"의 "낙엽"을 골백번 외우고는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소리가... 대신에 마땅히 부를 호칭을 찾아내지 못하여 안절 부절하였던.... 몇 날밤을 새우며 분해.조립하고도, 등단(登壇)한 시인이나 된 듯 낙엽마다 싸아하게 뿌리던 오솔길의 낭만들은, 다 누가 담아 갔을까.....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 애절한 노래의 주인공인 양, 남몰래 홍역앓던 풋풋한 첫사랑은, 지금 못이룬 恨으로 저 하늘 어딘가를 맴돌고 있을까..... 하늘 무너지는 이별 서글픈 추억에 이르러서는, 갈 잎에 베인 선홍색 핏 자욱, 눈물로 지우던 아픈 흔적들..... 시린 가슴, 두 손으로 감싸 무릎에 묻어도 봅니다. 첫 선을 본다고, 같이 가자며 부탁 받고 가 앉은 자리, 첫눈에 반하여, 친구에게 빼앗길까, "얼른 안 가 주느냐?" 눈총 주던, 그래도 제일 친한 기억의 얄미운 친구..... 그러면서도 황당스럽게, 손가락 꼽으며 어느게 첫 사랑, 둘째 사랑.....을 헤아려지는 자신의 모습에, 기분 좋게 놀래 보기도 하며..... 지금은 이들 모두가 어떻게들 변하였을까....에 이르면, 불현듯 달려가 만나고 싶은 복받침...... 왜 몰랐었을까, 예전엔 이렇게 넘나들며, 시간을 초월하여 자유로울 수 있음을..... 또, 얼마 만인가, 이렇게 먼지 앉은 기억 서랍을 열고 마주하여 본지는..... 어디에들 살고 있을까, 나처럼, 나이도 먹으며 살을까..... 무심코 눈가의 주름으로 올라가는 손..... 그 손등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은 어떻하고..... 고향같은 그리운 얼굴들이여- 불과의 시간으로, 수십년을 되돌아 가 오는 마음은 또, 왜 이리 아려 올까, 나이 듦이 이리도 서글픈 일일까? 내 자신을 위해 살아온 건 무엇이 있는가, 가족에게 나는 어떤 의미인가, 아- 꿈 많던 나의 젊음은..... 봇물 터진 상념에 주체 못하는 싸아해 오는 목젖, 이상과 현실의 괴리(乖離)에도 머물며 개념도 열어보지 못하였던, 형이상.하학(形而上,下學)에 깊이 빠져 고뇌하는 철학자도 되었다가, 문득 무릎 위에 떨어지는 낙엽 한 잎 생을 마감하는 의미를 느끼기보다 떨어지는 낙엽은 수직으로 알았는데,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짐을, 놀라운 깨우침으로 기뻐하기도 하며...... 내가 왜 이렇게 사는가로 되돌아가는 혼란에 뒤섞여 존재(存在)의 회의(懷疑)에 가련한 주인공이게 하는 계절..... 아~ 가을, 가을은 잔인한 계절. 가슴앓이 처방도 없이, 마냥 흔들어 가을마다, 한껏 덧나게 홍역을 안기우다니...... 그러나, 가을에만 머물 수도, 가슴앓이만 할 수도.... 삶의 편린 절어 만 가는 야윈 가슴, 그 가슴 열고 높아진 하늘을 한없이 날아보고 싶다..... 추스른 소중한 시간, 가슴 다독이며 영혼을 걸러내 준 계절이기에, 그 시간만으로 몫을 다하고 흐르게, 훨훨 풀어놓아 주어야지..... 가슴에 묻지 말고, 더 높아진 하늘에 띄워 작별해야지.... 그래도, 그리운 이들과 만나는, 시간 여행은 하도록 배려하여 주었으니.... 추억과도, 살아남으려 앞 만 보며 달음질한 세월과도, 황혼으로 이어질 시간까지 모두, 아프게 웃으며 거닐어 보았으니, 이제 상념 모두 거두고, 어쩔 수 없는 일상이 아닌, 가꾸고 돌봐야 할, "홈 스위트 홈"으로,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아낌없이 내어 줄 나의 분신들을 위하여, 나의 사랑과 인생을 위하여- 코스모스 정령에 더 홀리기 전에 일어서야지, 가을이여- 가을타는 秋男, 秋女여 - 그러면 안녕!!
          031007050830. 發信人  Ador. 邨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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