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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상사(實相寺) 해탈교(解脫橋)를 건느며 181005 본문

😀 Ador 빈서재

* 실상사(實相寺) 해탈교(解脫橋)를 건느며 181005

Ador38 2014. 4. 3. 19:57


* 실상사(實相寺) 해탈교(解脫橋)를 건느며 Ⅰ 봄눈 녹은 산수유 꽃망울 소식에 떠난 여정 어쩌면, 다시는 없을 부부동반 지우들과의 봄나들이에 지리산 봄은, 깊은 슬픔에 잠겼는지 조석으로 짙은 운무에 숨어 있구나 노란 산수유, 꽃 지는 소리 아니 들렸건만, 그 환희 나누지 못한 아쉬움에 꽃잎 진, 가느다란 실 같은 꽃대 붙잡고 서른을 넘게 헤아리다, 셈한 수를 자꾸 놓쳐 흐려지는 총기를 나이 탓으로 돌리려다, 문득 남과 북이 겨누던 총성의 역사, 운무속에서 들리는 듯하여 숙연한 마음은 산 깊은 계곡을 향해 두 손을 모은다 Ⅱ 짧은 산속의 해거름이라, 나그네 시름 추스려 차에 태워 안개 깊은 노고단 어깨쯤에 이르르니 웬, 장정들이 막아서서 통행세를 내란다 이 나라 어디에, 산을 넘는 유일한 국도에 국세도 아닌, 통행세가 있으랴 구차한 징수 변(辯)에 값을 하고 산내로 내려와도 졸졸 따라와 고희(古稀)로 가는 자비를, 실상사 이정표가 깨우쳐 주는데 동행 중인 죽마고우의 처연한 독백이, 가슴을 파고들어와 운다 Ⅲ 실상사에서, 업(業)의 참을 깨닫고자 푸른 청춘으로, 겨울 산길을 홀로 며칠을 넘든 가늠도 안 되는 원대한 꿈 속세의 연을 끊자고, 석탑 위에 걸어놓았던 그 흔적 역마살까지 묻느라, 한 생을 다 버리고 허연 머리 부부로 찾은 심사 동자승은 벌써 자라 수행을 떠났는지 천왕문 앞을 쓸던 빗자루는 아니 보인다 한다 108번뇌가 이는 것일까 이 얇은 가슴으로 어찌, 회한(悔恨) 출렁이는 30여 년 세월을 가늠하랴 고개 숙인 죽마고우의 눈에 언뜻, 구름 비켜선 천왕봉이 보이는 것 같아 가슴이 저려온다 Ⅳ 실상사(實相寺) 천왕봉 마주하여 나즈막이 점점이 놓인 고향집 같은 절집 언뜻, 들판에 떠 있는 섬(島)같아 보이는 건 왜일까 도솔천(兜率天) 가는 길, 그 마지막 숨 고르는 천년고찰 구산선문(九山禪門) 최초의 가람(寺) 신라 흥덕왕(興德王) 3년(서기 828년) 증각대사 홍척(洪陟)이 당나라에 유학 지장의 문하에서 선법(禪法)을 깨우치고 와 선정처(禪定處)를 찾아, 두어 해를 전국의 산을 물색하다 그의 고향인 이곳에 창건 한때는, 수백의 승려가 선과 강을 수련하였는 역사를 배우며 합장을 해본다 절차탁마(切磋琢磨), 절집에도 억무숭문(抑武崇文)제도를 들였을까 실상사는, 이 나라 선종(禪宗 참선)의 지존본당인데, 무슨 연유로 금산사(金山寺)의 말사(末寺)로 강등 되었을까 Ⅴ 궁금한 저간의 역사는 궁금대로 넘으며, 농업이 천직인 동네 규모에 불자의 시주인들 넉넉하랴만, 전국에서 모여드는 중생들이 가슴 가득 불심을 담아 가는 단일 사찰 내, 국보와 보물이 제일 많다는 얇은 귀 덕에 눈의 호사를 기대하며 찾은 눈이 가벼워짐은, 어쩔 수 없는 중생(衆生)임에랴 무지한 중생들에게, 농사 짓기와 바른 지혜를 깨우치는 학당을 세워 보시하여 온, 천년고찰(千年古刹)을 중건도 아니하고 내버려 두는 종무원의 비릿한 내음 씻어 줄, 청량한 바람 불어가기를 합장하며 백석지기 토호(土豪)의 집만큼도 못 되는, 도도한 남루함에 비감(悲感)이 이는 건, 이 중생 뿐일까 Ⅵ 사찰의 범종은, 장엄한 소리로 불가와 중생들에게 하루의 시작과 끝 시간을 알려주고, 악귀를 쫓아내며 극락과 연옥 지옥 중에 현세의 지상과 하늘(연옥,지옥)의 중생 구제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 귀로 동냥하여온, 실상사 범종(=동종)에 대한 속설을 확인도 하고 싶어 호국불교의 동종(銅鐘)을 찾아 주법당인 보광전 앞을 서성이는데 절 문 밖 멀찌기, 일행들이 기다리며 손짓하는 게 보인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동종에, 양각(陽刻)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열도가 새긴 것처럼 보여 실상사가 흥하면 일본이 망하고, 일본이 흥하면 실상사가 망한다는 속설에 일제 말기에는 범종 타종이 금지되고 주지 스님이, 잡혀가 문초를 받았다는 기록을 찾아보며 오랜 세월, 스님들이 종을 치다 보니 지금은 동종 양각이 닳고 닳아 일본열도(日本列島) 모양에서, 북해도와 구주 형상만이 남았다는 호국 동종을 곁눈질도 못 하고 나온 죄, 경외(敬畏)의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Ⅶ 환히 들여다보이는 해탈교 입구, 찻집 안 스님과 마주한, 불심 깊어 후덕한 모습의 아낙이 입가린 미소 자비롭고 또, 모락이는 찻잔 속의 자비가, 쉬어 가라 유혹하는 걸 이고 진 속세 무게에 절은 몸, 해탈교 난간을 붙잡고 서서 아래를 흐르는 천 년 세월 만수천(萬壽川)에 구차한 중생 하나 비춰 본다 이 한 몸, 머문 시각은 찾을 길도 없어 깊은 시름은 주머니 속 연초를 더듬어 입에 무는데 먹구름 위, 까마득한 허공에서 입적한 고승의 죽비 내려치는 일갈이 우렁친다 Ⅷ 미욱한 중생(衆生)아 해탈이 무엇이더냐 굳이 궁금해 하지 마라 아이를 굶겨 죽게할 수 없어, 절에 보시 하고간 부모의 참담한 심정도 출가(出家)의 설운 사연을 삭히는 절연수행의 고통도 이승에서는 물리지도, 피하기도 어려운 수레바퀴와 같은 것을 연(緣)과 업(業)이 어우러지며 윤회하는 영원한 우주의 질서인 것을 시작도, 끝도, 이어진 하나인 것이니 이 생에 주인(主人) 되었으면, 다음 생은 종으로 태어나느니 지금 보고 있는 물이, 처음 본 물이 아니듯 저 물은 머물지 아니하고 흘러가,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느니 반나절을 부처님 품에 있었으면서, 불경 한 자라도 깨우치긴 커녕 멍하여, 아무 생각 없는 걸 득도(得道)라 여기는, 어차피 중생인 여정이여 140331. 邨夫 Ador.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입석길 94-129.


대한불교 조계종 제17교구 소속의 사찰로, 본사인 금산사(金山寺)의 말사인 실상사는 지리산 천황봉(天皇峯)을 바라보고 있는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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