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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 떠나는 가을 담장 구석에 시월 가을이, 낙엽들을 불러 모은다 그래, 가을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아 추억이니 사색이 오래 머물면 인생은 여물지 못하고 추하게 남게 될 거야 주저도 하지 마 어느 이유로도 안돼 비우고, 비우며 떠나야 하는 거야 그래야 다음 달은 사랑이, 포근한 겨울을 ..
가을 이별 요약 너를 사랑하는 동안 넌, 이별하는 법조차 아르켜주지 않았다 가슴에 사는 말 차곡차곡 쌓아온 삼백육십오 일을 무참히 헐어버리는 허무 가슴 저려 부르르 떨리는 몸 주먹 꽉 쥐고, 돌처럼 굳어가고 있었다는 그, 악몽과의 조우 결코, 사랑한다 말 근처는 헤매지도, 어른거..
가을아, 우린 아직 끝나지 않았다 꿈길을 배회하다 얇은 홑 사랑을 걸친 가을을 만났다 그리움이 그믐달에 묻히고 이별도 아닌 게 이별 노릇을 하여왔다 하니 발자욱 수만큼의 기다림은 이 가을로 덮어 묻고 일상의 어느 부분에 대한 변명이 아니 용서된 것도 알고 그 옹이, 평생 안고 살..
별리를 안고 사는 사람은 보낼 때는 바리바리 다 실어 보낼 일입니다 청보리밭 암꿩이 들쑤셔놓은 것까지요 보냈으면, 그걸로 다 비워지고 없을 일입니다 숯검댕이 깜부기로 돋아날 일 없이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더란 말입니다 남김없이 다 쓸어담아 보냈느니 하여도 봄은 그렇게 ..
봄날은 간다 당신께선 오랫동안 나의 봄을 온몸으로 펄펄 끓여놓았다 아, 수많은 그리움 그렇게 눈에 덮여간 세월은 지난해 봄 참꽃, 야윈 꿈길에 물관만 이어놓아 이제는 거울 보면, 슬픔이 그리움보다 더 자라는 게 보인다 그 한 끗 붙잡고, 어제인 양 반기고 싶어도 긴 여행 중이겠다 ..
당신 Ⅵ 가만히 눈 감아도 환한 미소 만져지는 사람 언제 어디서라도 내가 갖추지 못한 건, 모두 갖었으리라 믿어지는 한라산 돈내코 가는 길 팽나무 처럼 넓은 그늘, 큰나무 그중에 가장 우뚝인 것은 날마다, 나를 위해 싱싱한 오늘을 차려주는 사랑 왜 몰랐을까 온 세상을 가진 부자인 ..
참꽃 지다 어느 그리움이 참꽃 속에 분홍으로 숨었을까 그 설레임 봄 가득 춤을 추다 바람과 누울 때 더 고와라 백록담 아래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의 전설 죽어서도 꼿꼿한 구상나무 숲 그 뿌리에 다 묻은 나의 봄 이제쯤 참꽃으로 피었을까 개꽃으로 피었을까 꽃은 피고 지고 봄마다 헤..
꿈길 Ⅰ 가고 가니 가는 길 오고 오니 오는 길 하늘은 그리운 길 바다는 기다림 길 그리우면 열리는 길 꿈속에만 있는 길 더듬어도 가는 길, 우리 님만 몰라라 그리움은 가는 길 기다림은 오는 길 나홀로 가오는 길 표식도 없는 길 어제 밤도 가온 길 누가 혹시 물으면 생시(生時)엔 나도 그..
동백꽃 파도소리 갈매기 울음소리도 갇혀 그리움도 동박새가 대신 울어주는 외로운 섬, 지심도 함박눈 내리면 피워내는 기다림을 더는 붉어질 수 없는 넋으로 우는 꽃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 바다 건너온 이 꽃말마저 듣고 싶어 하고 싶어 겨울 지나 봄 이슥하도록 온몸으로 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