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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 Ador 빈서재 (644)
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우린 어쩌면 눈 감고 가만히 생각만 하여도 뿌옇게 겹치는 실루엣 하루 치 삶을 놓고 돌아가는 골목 어디선가 지켜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온돌 열기도 식은 새벽 걷어차 버린 이불을 살며시 덮어주는 손길로 해 뜨면 아니 보여도 별 뜨면 가슴으로 보이는 같은 하늘 아래 우리는 1403. 邨夫 ..
* 주님께 올리는 기도 주여, 나는 아직 주인을 두지 않았습니다 미처, 누구에게 머리 조아리기를 바라지 못해서입니다 기도를 하면 이루어지기는 하는지요 오늘은, 동안에 참아오던 간절한 게 있어 무릎을 꿇었습니다 우리 같은 무지랭이들은 다급하면 달려가는 곳이 있습니다 복채(卜債..
* 어머니 Ⅱ 팔순도 다 저문 안 마당 모퉁이 먼먼 할아버지 심은 팽나무처럼 앞마당 가득, 어깨 겨룰 나무 되어라 호호 불며 키우던 시절을 날마다 생각하시는지도 몰라 팔순도 다 저문 거리 오가는 사람들 틈에 손 그늘 없이도 한눈에 알아보리라 그렇게 아름 쓸며 키운 세월이 눈물에 흐..
* 산다는 건 1 산다는 게 단출한 차림으로 비 사이를 걸어가듯 허허로우면 산다고, 살았다 할 수 있으랴 희로애락 베틀에 걸어 한 올 한 올 인생을 짜내는 것도 운치 있는 일 그러느라 고인 얼룩 겨울 녹아 흐르는 봄 강물에 훌훌 풀어 보내기도 하며 그중에도 으뜸은 돌덩이같이 묵직한 사..
* 고화(枯花)가 좋아지는 이유 몇가지 시들어 마른 꽃 고화(枯花)가 왜 좋아져 갈까 인생 어느 마디 정지된 시간 위에 희미한 햇살로 남아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꽃이고자 시들어가는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일까 영원이라던 약속도 오직 이라던 맹세도 가야 할 곳 다 지워진 나그네의 ..
* 입춘(立春) 아침의 산책 입춘 아침 산책 길에 낮게 흐르는 봄 안개가 좋아라 숲 어귀부터 몸을 감싸는 숲 냄새가 좋아라 끊지도, 줄이지도 못하는 담배, 하루 두 갑을 넘게 피워대는 골초를 보며 때마다 궁시렁대는 안사람이 그래도 늘, 곁에 있음이 고맙고 창만 열어도, 한 점 오염 없는 ..
천년해로(千年偕老) 눈감으면 하얗게 걸어오는 아지랑이 고왔던 어느 봄날 까맣게 묻혔어라 여보야 당신이 있어 여기까지 왔구려 큰 아이 홍역 올때 업고 지샌 보름은 벽에 기대 졸다가 다리 절어 울었지 여보야 곱게 키워낸 정성 어이 잊으리 아끼고 참아온 말 이제는 풀어놓고 궂은 말..
* 어쩌면 좋을까요? 말은 못 하고 따스한 봄 노래 보내며 가슴이 시키는 일이라 둘러 말하던 시절 다시는 그 날이 나에게는 돌아올 수 없다니 어쩌면 좋을까요?? 다시 봄으로는 못 가도 사랑의 의미는 안다고 또, 충동질하는데 보고 싶어 죽을 것 같다고는, 차마 그 비슷한 말도 꺼내지 못..
쇠소깍 가는 길 왕벚나무꽃 하얗게 옷 갈아입던 날 꽃집 아가씨 골라준 튤립꽃다발 들고 가슴 설레이는 길 나섰네 길은 멀어 봄 지나고 개울은 물 불어 가던 길 지워버렸네 안갯속 헤매이다 문득 돌아보니, 가을 함께 걷던 세월은 저 혼자 가버렸는데 갑자기, 쇠소깍이 왜 그리울까 한라..